[디지털 관광주민증] 여행가기 전 ‘관광민증’ 챙기세요, 디지털주민증으로 행복이 두배
디지털 관광주민증은 인구감소지역 생활인구 늘리기 위해 옥천 등 15곳 운영…추가 선정 예정 ‘대한민국 구석구석’ 누리집서 신청 평창 관광주민 돼보니 관광지·음식점 등 19곳서 할인혜택 경비 아끼니 발걸음 가볍고 재미 배가
주말을 포함해 나흘밖에 되지 않는 이번 설 연휴엔 국내 여행으로 관심이 모인다. 더구나 경기침체로 얇아진 주머니 사정을 감안, 저렴하게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디지털 관광주민증’을 활용해보면 어떨까. 클릭 몇번으로 지역별 주요 관광지를 최대 50%까지 할인받아 가볼 수 있다. 기자가 디지털 관광주민증을 발급받아 강원 평창 발왕산으로 떠나봤다.
생활인구 늘리는 디지털 관광주민증
농촌인구 소멸로 지자체가 골머리를 앓는 요즘, 생활인구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생활인구란 특정 지역에 월 1회, 3시간 이상 체류하면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으로, 주민등록이 돼 있는 사람뿐 아니라 통근·통학·관광 등을 목적으로 체류하는 사람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소멸위기지역에 생활인구를 늘리는 방안으로 디지털 관광주민증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인구감소지역 중 몇곳을 선정해 디지털 관광주민증을 발행하고, 이를 지닌 사람들이 제휴를 맺은 관광지에서 할인받을 수 있도록 했다. 2022년 10월 강원 평창과 충북 옥천을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한 후 대상 지자체를 늘려 현재는 강원 정선, 충북 단양, 충남 태안 등 15개 지역이 사업에 참여 중이다. 발급자는 1월 기준 47만명에 달한다. 정진필 공사 지역균형관광팀 대리는 “올해 3월까지 참여 지자체 10곳을 추가 선정할 계획”이라며 “관광을 통해 인구감소지역에 생활인구가 늘어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주민증’이라는 명칭 때문에 해당 지자체 주민센터를 방문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럴 필요 없다. 컴퓨터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주민증을 발급받는 데 2분도 안 걸린다. 먼저 포털사이트에서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검색해 누리집에 접속한다. 누리집에서 회원가입 후 로그인 한 다음 디지털 관광주민증 ‘신청하기’ 버튼을 누른다. 디지털 관광주민증을 발급받으려는 지자체를 선택한 후 ‘발급완료’ 버튼을 누르면 끝이다. 자신이 거주하는 지자체를 제외하고 15개 지역 주민증을 모두 발급받을 수 있다.
디지털 관광주민증 갖고 떠난 평창 여행
평창은 디지털 관광주민증이 가장 많이 발급된 지자체다. 1월 기준 7만4789건이 발급됐는데, 주민등록상 평창 인구인 4만명의 2배 가까운 수치다. 사업을 가장 먼저 진행했고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관광지가 많은 덕이다. 평창에선 현재 관광지 19곳에서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중 할인율이 30%로 크고 눈 덮인 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발왕산 관광케이블카’를 목적지로 정했다.
대관령면에 있는 발왕산은 우리나라에서 12번째 높은 산으로 높이가 1458m다. 높은 산을 어찌 오를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케이블카를 타고 편하게 산의 절경을 즐길 수 있다.
케이블카 매표소에서 미리 발급받은 평창 디지털 관광주민증 화면을 보여줬다. 직원은 화면을 확인하더니 정가 2만5000원에서 7500원이 할인된 1만7500원을 계산했다. 클릭 몇번으로 돈을 아꼈다는 생각에 케이블카를 타기 전부터 기분이 좋았다. 다만 매표소에 디지털 관광주민증으로 할인받을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지 않는 등 사업 홍보가 안된 점은 아쉬웠다.
7.4㎞에 이르는 발왕산 관광케이블카 코스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다. 산에 오르는 20분 동안 케이블카 창밖으로 설산 풍경이 펼쳐졌다. 산이 있고 그 뒤로 또 산이 끝도 없이 펼쳐진 것을 보며 ‘강원도엔 산이 많다’는 당연한 사실을 체감했다. 어느 정도 높이 오르자 멀리 동해 수평선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설산 풍경에 정신없이 취해 있으니 어느덧 케이블카 정상에 다다랐다. 눈앞에서 설산의 풍경을 즐기고 싶다면 ‘발왕산 천년주목숲길’을 한바퀴 둘러보면 좋다. 봄여름에 초록을 뽐내던 고목들이 겨울바람에 잎을 모두 잃고 말았지만 대신 하얀 눈송이를 얻었다. 길을 걷다보니 ‘겸손의 나무’라는 팻말이 보인다. 왜 저런 이름이 붙었을지 생각하며 팻말 앞에 다가서니 무릎을 ‘탁’ 치게 됐다. 나무줄기가 등산로를 가로질러 휘어져 있어 그곳을 지나가려면 허리를 숙일 수밖에 없다. 1월1일을 맞으며 했던 다짐을 지키지 못해 ‘진짜 새해는 설부터지’라고 핑계를 대곤 했다.
‘올해는 더 겸손하게 살아야지.’ 설부터 지킬 새해 다짐이 하나 더 늘었다.
평창=황지원 기자 support@nongmin.com 사진=백승철 프리랜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