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문제 정쟁만 요란…여야, 소비 확대 머리 맞대야
입력 : 2023-04-09 16:56
수정 : 2023-04-10 05:01
정치인 발언 희화화에 골몰
쌀 소비 급감 본질은 가려져
올바른 식생활교육 등 필요
이미지투데이

쌀에 대한 오해로 밥을 적게 먹는 사람이 많다는 취지의 여당 정치인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쌀 소비 감소 대안을 찾기 위해 논의를 건설적으로 진전시킬 필요가 있지만 정치권은 이번 발언을 희화화하고 정쟁 수단으로 삼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

국민의힘 민생 특별위원회 ‘민생119’의 위원장인 조수진 의원(비례대표)은 최근 한 라디오방송에서 특위에서 논의된 내용을 소개하면서 “밥 한공기 다 비우기, 이런 것을 논의했다. 여성 중엔 다이어트를 위해 밥을 잘 먹지 않는 분이 많다. 그러나 (쌀은) 다른 식품과 비교해서는 오히려 칼로리가 낮지 않나”라고 말했다. 쌀이 과체중을 유발한다는 오해를 바로잡아 쌀 소비를 늘리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발언은 곧 정쟁의 희생양으로 전락했다. 야당이 ‘막말’ ‘경박스럽다’면서 조 의원의 발언을 폄훼하자 여당 안에서도 ‘경쟁력 없는 정책’ ‘국민이 공감할 수 없는 실언’이라면서 선을 긋고 나섰다. 결국 조 의원은 “예산이나 법제와 관계없이 (쌀문제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이같은 정쟁과 정책 희화화 속에서 쌀 소비가 감소하는 문제의 본질은 가려졌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56.7㎏으로 1991년 116.3㎏에 견줘 절반으로 감소했다. 하루 소비하는 양은 155.5g으로 밥 한공기 반(밥 한공기는 100g) 수준이다. 조 의원은 다이어트하는 여성만을 이야기했지만 실제론 국민 전체가 한끼에 밥을 반공기 정도만 먹는 셈이다.

조 의원이 다이어트하는 여성을 지목한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2년 식품소비행태조사’ 결과 밥을 먹지 않거나 횟수를 줄인 이유 중 3위에 ‘다이어트를 위해서(13.1%)’가 자리했다. 특히 집에서 밥을 거의 먹지 않는 가구의 특성을 분석한 결과 ‘40세 미만 연령층’의 비중이 컸는데 그중에서도 ‘남성보다는 여성’ ‘다이어트에 관심이 높은 집단’이 집밥을 거의 먹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탄수화물이 많이 함유된 쌀이 과체중을 부른다는 오해가 여전히 통용돼 농업계에선 이를 바로잡으려는 캠페인 등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국민이 밥 한공기도 안 먹는 문제’는 외면하면서 쌀 소비를 늘리겠다며 ‘천원의 아침밥 사업’의 전국 확대를 여야 공히 외치는 점은 모순을 빚는 대목이다. 정부는 올해 대학생 150만명에게 천원의 아침밥을 제공할 계획이다. 계획을 달성해도 직접적인 쌀 소비 기여 규모는 150t(150만명100g)에 그치고, 여야의 구상대로 전국 확대는 젊은층의 아침밥 안 먹는 습관과 대학 재정 등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에 여야가 정쟁 대신 쌀 소비 확대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정부·여당이 내놓은 ‘양곡관리법 재의요구 후속 대책’에서도 쌀 소비 증진 방안은 가루쌀(분질미) 산업 활성화를 제외하면 천원의 아침밥 사업 확대가 사실상 전부였다.

임정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최근 쌀값 하락은 생산량보다 소비량이 더 빠르게 줄면서 구조적인 공급과잉이 나타나기 때문”이라면서 “쌀 소비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올바른 식생활 교육, 취약계층에 대한 쌀 지원 확대, 쌀 가공산업 활성화 등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석훈 기자 shaku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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