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대한민국 흙의 날 기념 심포지엄
‘흙의 공익적 가치와 국민건강’ 주제발표 내용
9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제3회 대한민국 흙의 날’ 기념식에 이어 ‘흙의 공익적 가치와 국민건강’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흙의 중요성과 가치를 국민에게 알릴 방안을 모색한 주제발표와 함께 각계 전문가들의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주제발표와 종합토론 내용을 요약한다.
“학계·농민 등 참여 거버넌스 구축해야”
◆흙의 가치와 생태계서비스(양재의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국민에게 토양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토양은 식량생산의 기반일 뿐 아니라 기후변화 경감, 환경오염 정화 등 다양한 생태계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관한 국민의 인식은 물이나 대기의 중요성보다 못한 실정이다.
토양의 가치를 알리려면 토양학계와 농민·도시민·정치인 등 토양과 관련된 이해당사자 모두가 참여하는 거버넌스(협치) 구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토양의 중요성을 알릴 수 있는 국가적 차원의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또한 흙 자체의 중요성만을 강조하기보다 흙이 물과 공기, 동식물의 건강과 연계돼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도시민이 흙 가치 알도록 여건 조성을”
◆도시민의 흙, 농민의 흙(신수경 대산농촌재단 사무국장)=‘흙수저’라는 신조어가 보여주듯 사람들은 흙을 하찮게 여긴다. 특히 도시에서 이런 인식이 팽배하다.
외국의 일부 도시는 도시민들이 흙의 가치를 인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호주 멜버른시 인근에 있는 텃밭공동체 ‘베지 아웃(Veg out)’이 대표적인 예다. 1996년에 시작된 베지 아웃은 지역 주민이 임대료를 내고 직접 경작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직접 텃밭을 경작하지 않아도 일정한 금액을 내면 텃밭에서 진행되는 파티나 파머스마켓에 참여할 수 있다.
독일 카를스루에시는 시유지를 개인 텃밭으로 활용한 ‘클라인가르텐’을 운영 중이다. 공기를 정화하는 텃밭의 환경적 기능과 도시의 다양한 계층이 어울리는 사회적 기능을 강조한다. 독일 연방 건축법은 지역 계획을 수립할 때 클라인가르텐 부지 확보를 의무화했을 정도다.
“농업계, 사회적 책임농업 전환 필요”
◆흙과 소통(김현대 <한겨레신문> 기자)=농업을 다룬 뉴스는 보통 부정적일 때가 잦다. 가축분뇨, 동물복지, 농촌 이주노동자 인권 등을 다룬 상당수 기사는 농촌과 농업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다. 물론 농업에 대한 시민들의 몰이해가 주요인이지만 정부 지원을 받는 농업계의 사회적 책임이 부족한 탓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농업계가 중심이 돼 기존의 농업을 ‘사회적 책임농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농업이 우리 사회에 흙과 같은 핵심 공공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는 얘기다. 스위스는 이미 ‘사회적 책임농업’을 정착시켰다. 1996년 연방헌법에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명시했고 농민 기본소득이라 불리는 ‘보편적 직불제’를 도입했다. 소득 대부분이 직불제에서 나오는 농민들은 납세자에 대한 의무를 철저히 인식하며 농사를 짓는다.
한국도 스위스처럼 시민은 세금으로 농민의 소득을 보전하고, 농민은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살리기 위한 농사를 짓는 노력이 필요하다.
“작물·필지 맞춤형 시비량 조절 효과”
◆영농현장에서 바라본 토양상태와 관리방안(김선배 전남 담양군농업기술센터 연구사)=그동안 농업현장에서는 토양이 비옥하기만 하면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인식이 있었다. 이제는 재배하는 작물과 필지에 따라 시비량을 조절하는 방식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실제로 담양농기센터는 비료 표준사용량 대신 필지별로 토양검정을 하고, 적정 비료 사용량을 처방해 효과를 보고 있다. 농가가 토양 분석을 의뢰하면 검정을 통해 토양관리 처방서를 발행한다. 가축분뇨 액비를 살포할 때도 사전에 필지의 양분을 측정해 사용량을 결정한다.
적정한 양의 토양개량제를 공급하기 위해 들녘·마을별로 토양검정자료도 확보하고 있다. 10년 이상 이런 제도를 시행하면서 토양 개량 효과가 나오고 있다. 검정 결과를 토대로 가축분뇨를 살포한 필지에서는 토양 1㎏당 유기물 함량이 21%, 유효규산 함량은 3배 이상 증가했다.
“토양 평가 위해 기초자료 조사 시급”
◆토양의 공익적 기능과 경제적 가치 평가(김성철 충남대 생물환경화학과 교수)=국내 토양의 평균 유실량은 1㏊당 32t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1t)의 약 3배에 달한다. 그러나 현행 토양관리 체계는 오염된 토양을 관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자원으로서의 가치는 반영하지 않고 있다. 토양의 유실문제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한 요인이다. 토양은 무한한 자원이 아니라 유한한 자원임을 알리려면 토양의 가치를 과학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토양의 가치는 오염물질 정화, 수자원 저수, 이산화탄소 흡수, 바이오매스 생산, 양분 순환, 생물학적 다양성 유지 등 6가지로 나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토양의 가치는 1260조원에 달한다. 앞으로 토양의 가치를 정확하게 산출하려면 많은 기초자료와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야 한다.
김기홍ㆍ김해대ㆍ오은정 기자 sigmaxp@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