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는 정말 대한민국의 특징을 잘 잡아낸 말이다. 2017년까지만 해도 전쟁의 불안감을 떨치기 어려웠던 한반도에서 올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번에 남북정상은 한반도평화와 번영, 통일에 힘쓸 것을 합의했다. 무엇보다 서로 손을 잡고 가볍게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 모습은 남북간 적대의 장벽이 한순간에 허물어지고, 이번에야말로 분단 70년 역사에 큰 전환점이 올 것이란 기대를 낳기에 충분했다. 오랫동안 중단됐던 이산가족들의 만남과 민간교류에 대한 희망도 피어올랐다. 나아가 언론은 아시아를 건너고 유럽대륙을 지나 대서양까지 철도가 이어지는 일이 꿈이 아니라 곧 이뤄질 일인 양 다루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남북상황이 또다시 급작스럽게 변하고 있다. 정상회담 이후 너무 쉽게 낙관론으로 달려왔던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다. 며칠 사이에 남북고위급회담이 취소되고, 북한이 남한 정부에 대해서 엄중 경고를 하는 등 난기류가 흐르고 있어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처음부터 남북간의 관계개선에 부정적이었던 이들은 ‘역시나’라면서 처음부터 북한을 믿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고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반면 남북관계가 급진전하는 상황에 희망을 걸던 이들은 큰일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이 정도 삐걱거림과 밀고 당김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이라는 큰 흐름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 믿는다.
사실 분단상황이 70년간 이어져왔음을 기억한다면 분단의 극복이 하루아침에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더 비현실적이다. 한반도에 사는 많은 이들에게 분단은 태어나기 이전부터 시작돼 생애 전체를 규정해온 기본조건을 이루게 했다. 그러니 내 삶을 변화시키는 노력 없이도 분단이 끝나고 한반도에 평화가 오리라 생각한다면 곤란하다.
이미 오래전 김남주 시인은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노래하지 않았던가. 그는 이웃과 연대하기보다는 의심하고, 열심히 일하지만 잘살 수 없는 부조리한 현실에도 삼팔선이 있다고 했다. 우리 사회에서 남성우월의 성차별과 기득권의 갑질이 이토록 기승을 부리는 것 역시 사실 오랜 분단체제의 효과라고 생각하면, 미투를 불러온 현실과 갑질논란을 만드는 재벌들의 행태 역시 우리 사회의 중요한 삼팔선일 터이다.
분단이 이렇게 우리 일상 도처에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은 머리 아프고 마음 무거운 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미투를 비롯해서 각자 자기 자리에서 적폐를 청산하고 뜻있는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노력 역시 분단극복의 의미 있는 현장이라는 말도 된다. 한반도에서 평화체제가 정착되고 새로운 체제가 안착하는 과정은 분단의 세월이 길었던 만큼 미처 생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그 과정을 관람자가 아닌 주인의 마음으로 함께할 필요가 있다.
백영경 (한국방송통신대 교양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