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농정을 다시 생각한다
입력 : 2021-01-11 00:00
수정 : 2021-01-10 00:04

20210110002917264.jpg

정부 역할 크면 민간 혁신 위축

농정 추진 방식·체계 점검 필요

 

우리 농업은 민간보다는 정부의 역할과 기능에 의존하는 정부 주도형으로 발전해왔다. 정부는 안전한 먹거리의 안정적 공급, 농민의 소득 향상과 안정화, 농촌의 활력 증진 등을 목표로 각종 제도를 만들고 예산을 투입한다. 이러한 정부 주도의 농업은 그동안 주곡의 자급 달성, 주요 작물의 생산 증대, 농가소득 향상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처럼 농업 발전에 있어 정부의 역할이 크다보니 농정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농업은 물론 국가 전체적으로도 중요한 과제로 여겨진다. 행정학자 피터스는 좋은 정책이란 시민의 생활에 긍정적이며 바람직한 영향을 미치는 정부의 결정이라고 정의했다. 이러한 관점을 농정에 대입하면 좋은 농정이란 농업·농촌 발전을 도모해 농민과 일반 국민에게 바람직한 영향을 미쳐야 한다. 이를 토대로 그동안의 농정을 돌이켜보면서 개선점을 살펴봤다.

첫째, 우리 농정이 지나치게 정부 주도형인 탓에 민간의 창의적인 혁신과 발전을 저해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야 한다.

정부는 소기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농가 혹은 법인에 보조금이나 융자금 형태로 지원하는 정책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발한다.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측면에서 정부가 시장에 적극 개입하는 것은 타당하지만 정부 개입이 오히려 민간의 기능을 위축시키고 시장에서 불공정 경쟁을 조장할 위험도 적지 않다. 일례로 기존 농가나 법인이 성실하게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보조를 받는 새로운 경영체나 조직이 경합하면 어떠한 결과가 발생할지 생각해보자. 이러한 경우 정부 정책은 오히려 효율적인 경영체의 성장을 저해하고 경쟁력 없는 경영체의 난립을 조장할 수 있다. 공급과잉으로 작물의 가격을 폭락시키는 부작용이 따라올 수도 있다.

둘째, 정책이 너무 세분화돼 있고 다양해 중복성에 따른 비효율은 없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산적한 농업·농촌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프로그램을 개발해 시행하고 있지만 그 내용이 다양하고 복잡해 오히려 정책 효과를 반감시키는 경우가 많다. 다수의 농정추진기관들이 경쟁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다보니 많은 사업이 중복되고 예산이 낭비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셋째, 농업·농촌 발전이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농정 관련 정부조직과 지원기관들이 소기의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행정조직은 시간이 지날수록 비대해지는 경향이 있다. 일찍이 역사학자 파킨슨이 조직은 주어진 구실이나 업무와는 관계없이 항상 사람을 늘어나게 하는 속성이 있다고 지적한 것처럼 말이다.

넷째, 정부 정책이 시장에서의 경쟁을 제한하고 기득권을 옹호하는 측면이 없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정부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에 제동을 거는 다양한 규제책을 펴는데 규제가 과해지면 시장 경쟁이 제한돼 오히려 생산자와 소비자의 후생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이에 농업·농촌 관련 정부 규제의 적절성과 효과성도 전반적으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농정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예산 확보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앞서 지적한 것처럼 시장을 활성화시켜 민간의 혁신을 촉진하고 농정의 불합리성과 비효율성을 극복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예산 확보, 새로운 정책사업 개발과 더불어 농정 추진의 방식과 체계를 지속적으로 점검해 농업·농촌 발전이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김동환 (안양대 교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