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고병원성 AI 확산…전세계가 ‘몸살’
입력 : 2022-12-05 00:00
수정 : 2022-12-05 10:07

한국, 지난해 발생건수 넘어

유럽·미국도 역대 최악 평가

영국, 달걀 구매량까지 제한 

에콰도르는 ‘비상사태’ 선포

“선제적 방역강화 대책 필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출입하는 차량 소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미국·일본 등 전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 AI는 올 10월17일 경북 예천을 시작으로 이달 1일 기준 총 27건 발생했다. 야생조류에는 10월10일 충남 천안에서 고병원성 AI가 처음 검출된 이후 총 59건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가금농장(16건)·야생조류(15건) 발생건수를 모두 훌쩍 뛰어넘었다.

문제는 앞으로 두달간 고병원성 AI가 더 빠르게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고병원성 AI는 연간 12∼1월에 집중 발생한다. 지난겨울은 2021년 11월∼2022년 4월 전체의 66%가 12∼1월에 발생했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올해 고병원성 AI 바이러스 전파력이 지난해보다 강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가금농장 발생건수 27건 가운데 13건이 과거 5년간 미발생지역에서 발생했다.

박정훈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장은 “12∼1월은 겨울 철새가 1년 중 가장 많이 도래하는 시기인 데다 기온이 떨어지면 소독이 용이하지 않다”며 “앞으로 기온, 철새도래 현황, 철새간 전파 양상, 항체형성률 등 상황을 평가하면서 선제적으로 강화된 방역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럽·미국·일본 등 세계 곳곳에서도 올해 고병원성 AI로 비상이 걸렸다. 유럽·미국에서는 ‘역대 최악의 AI’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유럽연합(EU) 동물질병시스템(ADIS)에 따르면 올 한해 EU 가금농장의 고병원성 AI 발생건수는 11월25일 기준 2036건에 달했다. 프랑스가 1418건으로 가장 많았고 헝가리(247건)·독일(85건)·네덜란드(79건)가 뒤를 이었다.

영국은 최근 고병원성 AI 발생이 가속화하면서 10월1일∼12월2일 가금농장에서의 확진건수만 모두 139건에 이른다. 잇따른 고병원성 AI 발생이 달걀 수급에 영향을 미치면서 영국 전역의 슈퍼마켓에서는 1인당 달걀 구매수량 제한 조치까지 취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영국에서 가장 큰 규모로 AI가 발생하면서 달걀 수급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달걀 공급 부족 현상이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1일 보도했다.

미국에서도 올해 고병원성 AI가 크게 확산하면서 살처분한 가금류는 1일 기준 5269만마리에 이르고 있다. 2015년 역대 최대 기록(5050만마리)을 훌쩍 넘어선 규모다. 지난해는 고병원성 AI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올 2월 가금농장에서 첫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46개주에서 270건이 발생했다.

캐나다도 고병원성 AI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고병원성 AI로 살처분한 가금류는 11월30일 기준 421만마리에 이른다. 10개 주(州) 가운데 9개 주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는 등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캐나다 공영방송 CBC는 “올해 고병원성 AI 규모가 예전과 완전히 다르다”며 “이전에는 일부 지역에 국한해 발생했다면 올해는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도 지난해보다 빠르게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는 양상이다. 올 10월 이후 가금농장 발생건수는 모두 21건에 달했다.

남미도 예외는 아니다. 에콰도르 정부는 11월30일 고병원성 AI 발생으로 ‘동물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발병지역 내 조류 약 18만마리를 바이러스 확산 방지 차원에서 살처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페루에선 AI 변이로 최근 5500마리가 넘는 펠리컨이 죽은 채 해변에서 발견됐다.

이명헌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질병관리부장은 “AI가 발생하는 출발점은 야생조류”라면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야생조류가 번식지에서 다른 야생조류에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감염된 야생조류가 이동하면서 가금농장에 AI를 퍼뜨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 야생조류 주요 번식지인 시베리아에서 과거보다 야생조류간 접촉이 상당히 많아졌고 이 여파가 전세계적인 AI 확산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오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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