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백세 시대] 발 디딜 때마다 고통 안녕…“인공관절로 걷는 행복 누려요”
[세란병원·농민신문 공동기획] 건강 백세 시대 (13) 퇴행성 관절염 치료받은 김병남씨
왼쪽 무릎 다 펴지지 않고 뼈 변형까지
연골 닳아 퇴행성 관절염 상당히 진행
‘인공관절치환술’ 시행...원만하게 교정
재활훈련 매진...관절 운동범위 넓어져
통증 사라지고 걸음걸이도 자연스러워
푸른 대문을 넘어서니 오래돼 보이는 가마솥이 반긴다. 충남 보령에 거주하는 김병남씨(80)는 돌아가신 시부모님의 온기가 아직 남아 있는 오래된 집을 수리해 살고 있다. 김씨는 자식에게 농작물을 나눠주려고 소일거리 삼아 들깨와 팥·고추를 조금씩 재배한다.
70대 중반까지만 해도 건강에 큰 문제가 없었던 김씨는 5년 전부터 왼쪽 무릎에 통증이 찾아왔다. 이 때문에 김씨는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계단 오르기도 버거웠다. 그는 자신의 무릎 상태가 “한해, 한해가 다르다”고 표현했다.
진찰을 받아보니 김씨 무릎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바닥에 다리를 펴고 앉았을 때 오른쪽 무릎은 곧지만, 왼쪽 무릎은 다 펴지지 않아 바닥과의 틈 사이로 주먹이 들어갈 정도였다.
김씨는 의료진에게 “검사 결과상 왼쪽 연골은 전부 닳았고 퇴행성 관절염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는 소견을 들었다. 퇴행성 관절염으로 발을 디딜 때마다 통증이 가해지고, 이 때문에 근력까지 약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진 결과다. 증상이 악화하면서 무릎도 다 펴지지 않고 뼈의 변형까지 초래됐다.
퇴행성 관절염은 대표적인 고령화 질환이다. 무릎에 가해지는 하중으로부터 관절을 보호하고 있는 연골이 점진적으로 손상을 입거나 닳는 것이 특징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퇴행성 관절병증’ 환자수는 2019년 기준으로 이미 400만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 발생 첫해로 의료기관 방문이 줄었던 2020년에는 환자가 382만명으로 감소했지만 지난해 399만명으로 다시 늘었다. 지난해 기준 성별로는 남성 133만명, 여성이 266만명을 기록했다. 여성은 폐경 이후 호르몬 변화로 골밀도가 감소하면서 관절이 약해지고 남성보다 근육량이 적어 해당 질환에 더 취약하다.
질병 초기단계라면 체중 감량을 포함해 생활습관 개선, 약물·주사 치료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 말기거나 관절 부위에 기형이 발생했다면 관절에 인공 구조물을 씌우는 ‘인공관절 치환술’을 진행한다.
왼쪽 무릎 연골이 모두 닳아 뼈가 드러난 김씨 역시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뼈와 뼈 사이 마찰을 줄여주는 연골은 한번 닳으면 재생을 기대하기 어렵다.
김씨처럼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 환자도 매년 늘고 있다. 심평원 통계에 따르면 인공관절 치환술(슬관절) 환자수는 6만5544명에 달한다. 김준식 세란병원 인공관절센터 진료부원장은 “무릎 인공관절 수술은 관절이 더는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없고 약물이나 물리 치료 같은 방법으로 증상이 개선되지 않을 때 시행하는 치료법”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수술을 잘 마쳤다. 상대적으로 변형이 심 하고 연골이 닳아 통증이 계속되는 왼쪽 무릎을 원만하게 교정했다.
수술 후 재활훈련에 매진하면서 관절 운동 범위도 서서히 넓어졌다.
김 부원장은 “수술 후 통증도 잡히고 관절 움직임이 한층 부드러워졌다”면서 “특히 발을 디딜 때 아픔이 느껴지지 않으니 걸음걸이가 자연스러워진 것이 고무적”이라고 했다.
퇴행성 관절염 경과를 늦추거나 무릎을 보호하려면 사소한 생활환경에도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를테면 화장실에 세면대를 놓거나 거실에 작은 식탁과 의자를 둬 평소 무릎에 과도한 힘이 가지 않도록 하는 식이다.
실제로 김씨 집에는 세면대는 물론 의자도 전혀 없었다. 집안일을 할 때 허리를 구부리거나 무릎으로 온 하중을 견뎌야 했다.
수술 후에도 주의할 점이 있다. 무릎이 정상적으로 돌아왔다고 뛰거나 무게가 나가는 것을 드는 일 등을 삼가야 한다. 합병증이 생겼는지, 인공 삽입물 상태가 양호한지 등을 확인하고자 1년에 한번꼴로 검진을 받는 것도 잊어선 안된다.
김 부원장은 “인공관절 수명은 환자가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달렸다”면서 “평소에도 무릎 관리에 신경을 쓰고 무릎에 무리가 갈 만한 격한 활동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