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재해보험 가입률 47%뿐 사과나무 화재, 특약해야 보상 송이·저장사과 보험 가입 못해 재해복구비 대상에도 미포함
‘역대 최악’을 기록한 산불 피해가 집중된 경북지역 농가의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률이 절반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덕 특산물인 송이의 경우 보험 가입 대상이 아닌 데다 보험 미가입자에게 지급하는 재해복구비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피해 복구대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2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한 ‘산불 피해지역 농업인 지원대책’에는 농작물재해보험금이 신속히 지급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처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보험금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희망하는 농가에게는 추정보험금의 50%를 우선 지급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그런데 농업정책보험금융원에 따르면 2024년말 기준 경북지역의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률은 47.8%에 불과하다. 이는 전국 평균인 54.4%보다 낮다. 마늘의 보험 가입률은 21.1%로 전국 평균(34.4%)을 크게 밑돈다. 의성 마늘은 겨우내 땅속에 묻혀 월동하는 한지형으로 냉해 피해가 크지 않아 봄마늘 보험 가입률이 낮다.
경북 사과농가의 보험 가입률은 100%지만 화재로 인한 ‘나무 손해보장’은 특약사항이라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 특약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과수목이 소실됐거나 화기 영향으로 고사해 베어내야 하는 경우 보장받을 수 없다. 농가 입장에선 한해 수확량이 줄어드는 것보다 더 큰 손해를 보고도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셈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과수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농가 중 나무 손해보장 특약을 선택한 비중은 76.1%다.
게다가 저장 사과는 보험 가입 대상이 아니어서 불에 탔더라도 보상받을 길이 막막하다. 이번 화마로 경북 내 유통·가공 시설 7곳과 농산물 창고 등이 피해 신고를 접수했다.
재해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행정안전부가 ‘자연재난 구호 및 복구비용 부담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지급하는 재해복구비를 받을 수 있다. 농작물 피해에 대해선 품목별로 농약대·대파대가, 축산농가에는 가축입식비가 제공된다.
일각에선 재해복구비가 현실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재해복구비 중 대파대는 정부보조 50%, 융자 30%, 농가 자부담 20%로 이뤄진다. 지난해 농식품부가 대파대 지급단가를 인상했지만 정부보조율이 절반인 점을 감안하면 농가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것이다. 축산농가에게 지급되는 가축입식비의 정부보조율도 50%다.
영덕과 울진 등 송이 주산지 피해는 이마저도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송이는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대상이 아니다. 노지에서 자라는 송이는 재배하는 것이 아니라 ‘채취’ 하는 것이므로 피해를 산정해 보상하기 어렵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영덕군 산림과에 따르면 군내 송이농가는 700∼1000곳, 생산면적은 4000㏊로 추정된다. 이중 생산면적의 60∼70%가 산불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경북도는 추후 국민성금을 송이농가에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2022년 울진 산불 때 국민성금 266억원이 송이농가 460곳에 지급된 전례가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행안부에 송이농가를 위한 지원대책을 마련해달라고 건의했다”며 “송이 생산·판매 증빙 자료를 토대로 피해 현황을 집계하고 있다”고 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3일 오후 국회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해 “채취한 송이와 저장 사과는 타버리고 나면 보상받을 길이 전무하다”며 “이 부분에 대해 보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이재민을 위한 임시주택 2700동을 공급하고 금융지원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농기계 무상 임대·수리·점검을 지원하는 한편, 영농대행서비스와 볍씨를 무상 제공할 예정이다. 축산농가에는 사료 무상 공급과 함께 가축 진료, 축사 복구지원 등을 조치한다.
지유리 기자 yuriji@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