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기부금 사업, 콘텐츠가 성패 가른다] (상) 기부자 마음을 얻어라 어르신 병원동행 등 소재 다양 기부 효능감 높은 사업 선호 공감 이끌어낼 아이템 중요 25곳 지자체만 지정기부 사업 성공사례 공유해 참여 독려를
지방소멸의 대안으로 도입된 고향사랑기부제(고향기부제)가 올해로 시행 3년차를 맞았다. 시행 2년차인 지난해 총모금액은 879억원으로 첫해(650억원)에 비해 35%나 늘었다. 특히 지난해 6월 시작한 지정기부와 모금액을 활용한 기금사업들이 지역 현안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며 기부자의 효능감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기부금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지방자치단체의 우수사례를 살펴보면서 고향기부제가 안착할 수 있는 방안을 2회에 걸쳐 알아본다.
기부금사업의 성패는 기부자의 마음을 얻어내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정기부와 기금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한 지자체들은 기부자의 공감을 얻을 만한 사업을 발굴하고, 사업 경과와 성과를 기부자와 공유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지정기부 운영과 이를 기부자에게 적극 알린 양방향 소통은 모금 활성화를 촉진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정기부를 통해 발달장애야구단(E.T 야구단) 운영을 지속하게 되는 등 이 사업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광주광역시 동구는 기부금을 집행한 지난해부터 기부자들에게 민간 플랫폼인 위기브를 통해 운영 상황을 공유했다. 또 E.T 야구단 단원들의 감사편지를 답례품에 동봉해 보내 기부 효능감을 더했다. 이런 노력으로 동구는 지난해 고향기부금 전체 모금액이 전년 대비 2.6배 증가한 23억9500만원에 달했고, 기초 지자체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기부자들은 목적성이 분명한 지정기부에 참여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전남 곡성군이 지난해 군에 기부한 기부자를 대상으로 자체 만족도 조사를 한 결과 지정기부사업에 대한 선호도가 뚜렷했다. 기부자 15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4%가 ‘곡성에 소아과를 선물하세요’에 지정기부를 했다고 밝혔다. 또 68%가 “일반기부보다 지정기부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기부금사업 수혜자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전남 담양군은 고향기부제가 시행된 2년 동안 모금한 금액 중 2억6000만원을 활용해 지난해부터 ‘거동 불편 어르신 병원 동행 및 퇴원 환자 통합돌봄’ 등 기부금사업을 하고 있다.
군은 지난해 11∼12월 병원 동행사업 이용자와 어르신 보호자 등 450명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했는데, 87.2%가 ‘만족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특히 응답자의 92.7%가 이같은 향촌 복지서비스가 ‘일상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답해 기금사업이 지역현안 해결에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에 담양군은 올해부터 어르신 병원 동행사업 대상 범위를 지역 외(광주광역시 권역)까지 확대했으며, ‘청소년 독서 동아리 지원사업’과 ‘향촌공동급식센터 운영’이라는 신규 사업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지정기부나 기부금사업의 효과가 확인되면서 지자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기부금 모금에 나서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재난 복구비용을 마련하기도 했다. 경기 안성시,〃이천시, 충남 서천군은 화재 또는 폭설로 인한 복구 지원비를 마련하기 위한 지정기부사업을 시작해 활발한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이후 전남 무안군에는 사고 발생 직후인 지난해 12월30∼31일 단 이틀 만에 11억원, 지난해 전체로는 15억원이 넘는 기부금이 모이며 지역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창구로서 고향기부제가 활용됐다.
서울 은평구는 ‘소아암 환자 의료용 가발 지원사업’에 대한 모금을 완료했고, 대전 중구는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퇴소자 지원’ 지정기부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처럼 기부금사업은 고향기부금 모금과 홍보에 도움이 되지만 여전히 관심이 없는 지자체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도는 지난해말 기준 기부금 집행률이 14.2%에 불과하고 18개 시·군 가운데 5개 시·군에서 기금사업을 정하지 못했다. 대전시와 소속 5개 자치구도 아직 기금사업을 시작하지 못했다. 지정기부의 경우 지난해말 기준 전국 243개 지자체 가운데 25개에서만 사업을 시작했다.
이에 다양한 기부금사업 성공사례를 공유해 지자체의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선필 한국지방자치학회 고향기부제 특별위원장(목원대학교 교수)은 “지정기부와 기부금사업은 기부자에게 자신의 행위에 대한 효과를 보여줘 기부 동기를 높인다”며 “기부자를 만족시킬 만한 사업을 발굴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역량을 키우고 성공 사례를 공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재혁 기자 jaehyuk@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