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규모·도체중량 모두 늘어 가격 경쟁력 앞세워 국내 공략 한우고기 생산량 8% 증가 예상 소비부진 겹쳐 값 더 떨어질 듯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은 감소한 반면 호주산 수입량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상반기에도 호주산 쇠고기 수입이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여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우농가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호주산 쇠고기 수입량 급증…세이프가드 발동도=업계에 따르면 수입 쇠고기시장은 미국산과 호주산이 양분한다.
관세청 집계 결과 지난해 쇠고기 수입량은 47만2888t이었다. 이 중 미국산은 24만5686t으로 전체 수입량의 약 52%를 차지했다. 호주산 수입량은 18만9654t(40.1%)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산 쇠고기 점유율은 전체의 절반을 넘지만 수입량 자체는 2022년(25만6910t)보다 4.4% 줄었다. 점유비도 2%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호주산 쇠고기 수입량은 2022년(16만7186t)보다 13.4% 증가했다. 점유비 또한 5%포인트 상승했다.
호주산 쇠고기 약진으로 지난해말엔 세이프가드(ASG·긴급수입제한조치) 긴급관세도 발동됐을 것으로 파악된다. 한·호주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르면 발효 10년차인 2023년 기준으로 쇠고기의 세이프가드 발동 기준 물량은 18만4742t이다.
이에 따라 기준을 초과한 호주산 수입 물량 4912t(수입량에서 발동 기준량을 뺀 값)에 대해서는 협정관세(13.3%)가 아닌 긴급관세(30%)가 부과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호주 사육두수 폭발적 증가…낮은 가격 앞세워 수입량↑=호주산 쇠고기 수입량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호주 상황과 관계가 깊다.
호주축산공사(MLA)가 지난해 6월 발간한 ‘2023 호주 가축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호주의 소 사육마릿수는 2870만마리로 2014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소 사육마릿수가 늘면서 소 도축규모도 695만마리로 전년 대비 1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이한 것은 소 도체중량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호주의 소 평균 도체중량은 1마리당 320㎏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2023년 도체중량 또한 316㎏ 수준을 유지하며 이같은 흐름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사육규모·도체중량 모두 증가하면서 지난해 호주 쇠고기 생산량은 219만6000t(도체중량 기준)으로 전년보다 17.6% 늘어난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직전 2년간 강우량이 풍부해지며 호주 전역의 가뭄이 해갈되고 목초지가 회복된 영향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고혁상 MLA 한국대표부 지사장은 “생산량이 늘면서 2022년 11월 1㎏당 최고 12호주달러에 달했던 지육 가격(동부 어린 소 가격·EYCI)이 지난해 11월에는 3호주달러 중반대까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지난해 소 사육마릿수가 전년 대비 3% 감소하면서 쇠고기 가격도 부위별로 최대 30~40% 올라 호주산 쇠고기의 가격 경쟁력이 덩달아 상승해 한국 수출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올해에도 수입 이어질 전망…한우농가 부담↑=올 상반기에도 쇠고기 수입은 호주산이 주도할 공산이 크다. 미국은 지난해 가뭄 등 기후문제로 방목이 제한되고 사료값이 인상돼 사육마릿수 감소 기조가 계속되는 반면, 호주의 올해 사육마릿수는 2023년보다 0.9%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2024년 호주 내 쇠고기 소비량은 62만7000t 수준으로, 이를 초과하는 생산량은 모두 수출 물량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수입 증가세가 이어지면 국내 한우농가와 유통업체들의 부담은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전망 2024’에 따르면 올해 한우고기 생산량은 암소 도축 증가 등 도축마릿수 상승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8.3%가량 늘어난 32만8000t으로 예상된다.
특히 극심한 소비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설 이후 가격 하락폭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설득력을 얻는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1∼6일 한우고기(거세) 평균 경락값(등외 제외)은 1㎏당 1만8167원으로 전년 동기(1만8461원) 대비 약세를 띤다.
조규용 태우그린푸드 상무는 “체감상 소비는 전년 대비 5∼10% 감소했는데, 공급 물량은 오히려 늘어나 업체간 덤핑(헐값) 판매 경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며 “수입 물량까지 늘어나면 국산과 외국산 모두 판매부진에 시달려 유통업체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영석 전국한우협회 정책지도국장은 “한우고기값이 생산비 밑으로 하락한 상황에서 외국산 쇠고기 수입이 늘면 가격이 크게 하락할 수 있다”며 “농가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민우 기자 minwoo@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