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酒食궁합]문경오미자막걸리와 약돌돼지구이
입력 : 2017-05-12 00:00
수정 : 2017-08-29 16:35

다섯가지 맛 나는 오미자 넣은 막걸리 텁텁함 덜하고 상큼한 신맛 매력

약돌먹인 돼지고기 누린내 없이 쫄깃 고추장양념 발라 구우면 매콤·달콤

20170511140232.jpg
 “삼겹살 안주에는 소주가 아니라 막걸리가 딱 좋아!” 집에서 막걸리를 직접 빚는 친구가 건넨 말이다. 삼겹살의 기름기를 씻어내기에 소주보다 막걸리가 낫다는 것이다. 막걸리의 톡 쏘는 듯한 맛은 음식의 느끼함을 잡아준다. 기름진 삼치구이나 파전에 막걸리가 어울리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문경오미자막걸리는 경북 문경 동로면의 오미자 집산지에서 빚는 술로 상큼한 신맛이 특징이다. 문경의 인기 상품으로 자리 잡은 오미자막걸리에 딱 어울리는 안주가 또 다른 특산물인 약돌돼지고기다.



 오미자는 오미자나무의 열매로 붉은 빛깔을 띤다. 껍질은 시고 살은 달다. 또 씨는 맵고 쓰며, 전체적으로는 짠맛이 난다. 이렇게 다섯가지 맛이 모두 난다고 해 오미자(五味子)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동의보감>에는 ‘천식 치료를 위한 한약재로 널리 사용되며 피를 맑게 하고 식은땀을 줄이며 주독을 풀어준다’고 기록돼 있다. 특히 더울 때 오장의 기능을 강화해주고 갈증 해소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문경은 우리나라에서 오미자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이다. 연 매출액이 1000억원이 넘으며, 지난해엔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가 문경산 오미자로 ‘문경오미자 피지오’란 음료를 만들어 판매하기도 했다.

 문경오미자막걸리는 오미자를 첨가해 빚은 술로 분홍색을 띤다. 만드는 법은 다른 전통 막걸리와 비슷하다. 다만 오미자가 들어 있어 텁텁함이 덜하고 신맛이 조금 더 강하다.

 오미자막걸리를 주력제품으로 하는 문경주조의 홍승희 대표는 “오미자막걸리는 로맨틱을 상징하는 분홍색이어서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라면서 “일반 막걸리보다 덜 달아 술 좋아하는 성인 남자들도 즐겨 찾는다”고 말했다. 또 “막걸리 하면 촌스럽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건 편견일 뿐”이라며 “오미자막걸리는 맛이 상큼한 데다 색깔까지 분위기 있어 봄나들이에 가져가기 딱”이라고 강조했다.

 막걸리는 발효과정을 거치는 만큼 각종 영양분이 많이 들어 있다. 특히 유기산이 풍부한데, 이 성분은 고기의 육질을 부드럽게 만들고 잡내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인지 문경 사람들은 오미자막걸리에 어울리는 안주로 약돌돼지고기를 꼽는다.

 문경의 명소인 문경새재 아래는 먹거리촌이 길게 형성돼 있다. 이곳의 대표메뉴는 약돌돼지석쇠구이. 약돌돼지란 사료에 거정석(일명 약돌)이란 돌을 섞어 먹여 기른 돼지를 뜻한다. 돼지고기 특유의 누린내가 덜 나고 육질이 쫄깃하다. 약돌돼지석쇠구이에 쓰이는 부위는 삼겹살로 고추장 특제양념을 발라 사흘간 숙성시킨다. 주문이 들어오면 그제야 석쇠에 노릇노릇 구워서 내어준다. 손님은 그냥 잘라서 먹기만 하면 된다. 한입 물면 먼저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맛이 느껴진다. 그리고 씹으면 씹을수록 고기 사이로 육즙이 배어나와 입안을 기분좋게 만든다.

 문경새재 먹거리촌에서 대를 이어 약돌돼지석쇠구이를 팔고 있는 남욱진씨(새재할매집 대표)는 “석쇠로 구운 고기는 기름기가 적당히 빠져 쫄깃하면서 담백하다”며 “은은하게 불맛이 스며든다는 장점도 있다”고 전했다.

 즉석에서 구운 돼지고기는 보통 상추에 한점 올리고서 마늘·고추와 함께 싸먹는다. 더덕과 함께 싸먹어도 향긋하고 쌉싸래한 향이 더해져 별미가 따로 없다. 여기에 매운맛을 잡아주고 고기와 잘 어울리는 문경오미자막걸리까지 한잔 들이켜면, 캬~ 세상 부러울 게 없다.

 문경=김재욱, 사진=김덕영 기자 kjw89082@nongmin.com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