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酒食궁합] 충남 공주 계룡백일주와 쪽갈비…사계절 담긴 왕의 주안상
입력 : 2019-03-20 00:00
수정 : 2019-03-20 23:46

조선시대 궁중에서 빚던 ‘왕실의 술’

100일간 빚어서 백일주라 불리기도 쌀·통밀 섞어 누룩 냄새 나지 않고

진달래·오미자 등 사계절 재료 넣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특유의 향 가져

한약재 향이 밴 쪽갈비에 곁들이면 향은 깊어지고 맛은 더욱 진해져
 


“400년을 내려온 전통술입니다. 100일을 꼬박 정성을 담아 빚어야 해서 ‘백일주(百日酒)’로 부르고 워낙 귀한 술이라 ‘신선주’로 불리기도 하지요.”

15대째 비법으로 전해져온 전통주를 빚는 이성우 계룡백일주 대표(59)의 얼굴에 자부심이 묻어났다. 그는 2010년 계룡백일주 보유기능을 인정받아 농림축산식품부가 인정한 ‘식품명인’에 이름을 올렸다. 어머니 고(故) 지복남 선생에 이어 2대째 명인에 오른 것.

원래 계룡백일주는 조선시대 궁중에서 빚던‘왕실의 술’이었다. 그러다 인조가 반정에 공을 세운 연평부원군 이귀를 치하하며 그의 집안에 제조법을 하사했다. 이귀의 부인 인동 장씨가 이 제조법으로 술을 만들어 다시 임금에 진상했다고 한다. 이후 이귀의 연안 이씨 가문에서는 계룡백일주를 제주(祭酒)로 이용하는 등 특별한 행사 때마다 이 술을 빚었다.

“역사를 인정받아 1989년에 충남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됐습니다. 우수한 우리 전통술을 살리려는 움직임과 맞물려 1993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화에 나서기 시작했죠.”

쌀로 만든 전통주로는 안동소주처럼 유명한 술이 많다. 하지만 계룡백일주는 이들과 누룩 제조방법부터 다르다. 우선 쌀과 통밀을 섞어서 만든다는 게 가장 큰 차이다. 이 때문에 술에서 흔히 말하는 ‘누룩 냄새’가 나지 않는다. 이렇게 만든 누룩을 멥쌀로 쑨 흰죽과 버무려 밑술을 만든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온도관리. 품온이 30℃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계속 섞어줘야 한다. 3주 뒤 밑술이 완성되면 찹쌀로 만든 고두밥을 찧어 밑술과 섞어주며 ‘사계절 재료’를 넣는다. 각각 봄·여름·가을·겨울을 상징하는 진달래·오미자·국화·솔잎이 그 주인공이다. 항아리에서 저온발효시킨 덧술을 한지로 걸러주면 알코올 도수 16도의 백일주가 완성된다. 이 술을 증류시킨 30도, 40도의 백일주도 있다.

사계절 재료

“사계절 재료가 들어가 특유의 향을 가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다양한 향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지는 것이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요즘은 서울의 유명 백화점이나 인천·김포·김해 국제공항 면세점에서도 판매하고 있어요.”

이 대표가 추천하는 계룡백일주와 어울리는 음식은 쪽갈비다. 궁중에 진상했던 술인 만큼 숯불향이 덧입혀진 고급스러운 맛의 쪽갈비와 궁합이 그만이라고. 훈연한 맛이 느껴지는 쪽갈비 한입에 백일주를 한모금 머금으니 과연 고기와 술 향이 조화를 이루며 향은 깊어지고 고기의 단맛은 진해진다. 특히 한약재가 들어간 간장소스를 사용하는 쪽갈비와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백일주에도 다양한 자연 재료가 들어가는데 쪽갈비 역시 한약재의 향이 은은하게 우러나와 맛이 더욱 잘 어우러지는 거죠.”

공주시 금홍동에서 쪽갈비 전문점을 운영하는 한 식당 대표의 설명이다.

조선의 왕이 어떤 식사를 즐겼을지 궁금하다면 오늘밤 명인이 만든 계룡백일주 한잔에 쪽갈비 한대를 곁들이면 어떨까. 아꼈던 혁명의 일등공신에게 내릴 정도의 술이었으니 술맛은 말할 것도 없고, 육즙이 우러나오는 쪽갈비를 뜯으면‘왕상(王上)이 따로 없구나’ 생각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공주=김다정, 사진=김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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