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방곡곡 먹거리 열전]양양 섭국
입력 : 2016-09-28 00:00
수정 : 2016-09-28 00:00

깨끗한 바위에서만 자라는 고유종 크고 껍데기도 단단 양식 불가능해 해녀가 직접 채취

고추장 넣고 끓이면 해장국으로 그만 부추까지 곁들여 보양식으로도 손색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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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분이 지나고 한로(10월8일)가 낼모레. 아침저녁은 물론 한낮에도 제법 가을 기운이 돈다. 주당들에게는 뜨거운 홍합탕에 소주 한잔의 계절이 도래하고 있다. 홍합이라고 하면 포장마차 안주와 함께 중국·이탈리아·프랑스 같은 외국 음식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우리 토종 음식 가운데도 홍합이 들어간 게 적지 않다. 이 같은 요리는 특히 동해안을 중심으로 발달했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홍합은 ‘섭’이라는 것이다. 섭을 활용한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섭국이 있다. 오랜 세월 강원 영동지방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아온 그 맛을 찾아 강원 양양을 찾았다.



 국내에 서식하는 홍합(담치)은 13종에 이른다. 포장마차나 중국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홍합은 지중해 담치(또는 진주담치)로 수십년 전 외국 화물선에 붙어서 들어왔다. 섭은 참담치라고 불리는 우리 고유 종이다. 폐타이어 등에서도 서식하는 지중해 담치와 달리 깨끗한 바위에서만 자란다. 크기는 어른 손바닥보다 조금 작은 수준으로, 지중해 담치에 비해 서너배 이상 크다. 또 껍데기는 어른이 밟아도 부서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며, 안은 속살로 가득 차 있다. 양식이 불가능한데다 깊은 바닷속에서만 살아 해녀들이 배를 타고 나가 직접 캐야 하는데, 육질이 쫄깃하고 비린내가 나지 않아 다양한 요리의 재료로 쓰인다. 섭은 서해안이나 남해안에서도 잡히지만, 수온이 찬데다 갯벌이 없는 동해안의 것을 최고로 친다. 이에 양양 수산항과 읍내 등에 있는 섭국 음식점 20여곳에는 연중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40년 넘게 섭을 채취했다는 해녀 출신 박복신씨(65·해녀횟집 대표)는 “영동지방에는 뚜거리탕·물회 등 유난히 고추장이 들어간 음식이 많다”면서 “섭은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칼칼한 고추장과 함께하면 그야말로 별미 중의 별미”라고 설명했다.

 양양의 섭국은 바로 앞 바다에서 건져낸 싱싱한 섭에 부추·미나리 등을 잔뜩 넣고 마치 죽처럼 진하게 끓여낸다. 매우면서도 은은한 단맛이 나는 고추장과 쫄깃하면서도 담백한 섭은 그야말로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얼큰하고 시원한 섭국은 한끼 식사로도 좋지만, 특히 해장용으로 그만이다. 실제로 양양지역 섭국 음식점은 오전 7~8시면 문을 연다. 그만큼 밤새 달린(?) 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란 얘기다.

 박씨는 “섭에는 간을 보호하는 타우린 성분이 풍부해 오래전부터 양양 사람들은 섭국을 해장국으로 여겼다”면서 “그런데 안주로도 딱 맞다 보니 해장하러 왔다가 한잔 더 걸치고 가는 사람이 많다”며 환하게 웃었다.

 섭국의 역할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섭에 다량 함유된 비타민 A와 C는 노화를 유발하는 활성산소를 제거한다. 여기에 혈액순환을 돕고 해독작용이 탁월한 부추까지 곁들인 섭국은 보양식으로도 전혀 손색이 없다.

 양양에서 나고 자란 문익환씨(37·수라상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마을에 큰 잔치가 열리는 날이면 섭국·섭탕 등의 요리가 빠지지 않았다”면서 “이제는 수도권에서도 섭 요리를 맛볼 수 있지만 원조 맛을 보려면 역시 동해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양=김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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