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차가워진 바람에 코끝이 시려온다. 이맘때면 미식가들이 잊지 않고 찾는 음식이 있다. 소위 ‘조개의 명품’ ‘귀족조개’라고 불리는 새조개가 바로 그것. 새조개는 남해안 지역에서도 잡히지만, 천수만을 낀 충남 홍성이 가장 유명하다. 특히 횟집 80여곳이 모여 있는 서부면 남당항은 매년 겨울철이면 새조개를 찾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가을에 대하로 먹고살았다면, 이제는 새조개 파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남당항에서 30년째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정경자씨(62·온누리회수산 대표)는 날이 추워지면서 새조개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새조개는 야구공보다 약간 작은 크기로 수심 5~35m의 펄과 모래가 섞인 곳에서 자란다. 새조개라는 이름은 속살의 발이 새의 부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다. 또 바닷속에서 물을 뿜으며 한번에 1m 정도를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새와 비슷하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새조개는 양식이 되지 않는다. 배에 갈퀴를 달고 펄 바닥을 긁어서 자연산만 건져 올리는 것. 지금은 남당항이 주산지로 널리 알려졌지만, 이곳에서 원래부터 새조개가 많이 잡혔던 것은 아니다. 남당항 인근에 새조개가 처음 발견된 시기는 천수만 방조제가 완공된 1980년대 초반이다. 바다를 메우려고 쏟아부은 황토가 새조개에게 아늑한 보금자리가 되어준 것으로 추정된다.
새조개 제철은 11월 말부터 이듬해 5월 말까지. 산란을 앞둔 2월에서 3월 사이에 살이 가장 통통하게 오른다고 하는데, 미식가들은 그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맛을 좀 아는 사람들은 11월 초부터 전화를 해요. 새조개 언제 들어오느냐고 말이죠. 방금도 서울에 택배로 몇 상자 보내고 오는 길이에요.”
정씨는 먹을 수 있는 기간이 일년에 절반 정도밖에 안 되니, 하루라도 일찍 맛보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새조개는 다른 고급 어종들과 마찬가지로 2000년대 이전만 해도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됐다. 우리가 즐겨 먹은 지는 십여년밖에 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볶거나 구워 먹었는데, 그럴 경우 맛이 질겼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샤부샤부다. 새조개는 조개 특유의 비린 향이 적고 식감이 쫄깃하다. 생으로 먹어도 좋지만 파·배추·팽이버섯·바지락 등을 넣고 끓인 육수에 살짝 데치면 더욱 맛있다. 탄력 넘치는 속살이 뜨거운 물에 닿으면서 더욱 탱글탱글해지기 때문.
해마다 겨울철이면 남당항을 찾는다는 이은호씨(52·경기 평택)는 “살짝 데친 새조개는 그냥 먹어도 되고 초장이나 간장에 찍어 먹어도 맛있다”면서 “데치는 시간은 사람 취향마다 다르지만, 너무 오래 익히면 물러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첫맛은 살짝 짭조름하다. 그러나 씹으면 씹을수록 은은한 단맛이 배어 나온다. 정제설탕의 자극적인 단맛과는 비교되지 않는다. 수십시간 우려낸 사골국물과 인공조미료로 맛을 낸 국물의 차이랄까.
새조개를 다 먹고 나서는 육수에 칼국수를 넣고 끓인다. 성인 둘이서 새조개샤부샤부 1㎏에 칼국수까지 비우고 나면 배가 든든해진다. 더불어 몸에 적당히 열도 오른다. 밖으로 나오니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댄다. 하지만 그 추위가 마냥 싫지만은 않다.
홍성=김재욱 기자, 사진=김도웅 기자 kjw89082@nongmin.com
●홍성지역 가볼 만한 새조개샤부샤부 음식점
온누리회수산 - 서부면 남당리 859 ☎ 041-631-2604
내포횟집 - 서부면 남당리 452-1 ☎ 041-633-9480
전망대횟집 - 서부면 남당리 859 ☎ 041-634-4886
남당리수산 - 서부면 남당리 488-1 ☎ 041-634-8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