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대소사와 궂은일을 도맡아 하며 행정기관의 최일선 역할을 담당해온 이장. 최근 위상이 올라가고 처우까지 개선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돌아가면서 맡거나 원로들이 모여 추대하던 방식은 옛말이 된 지 오래고, 마을마다 치열한 선거전이 펼쳐지기 일쑤죠. 그야말로 농촌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이장 맡을 사람이 없어 떠밀리듯 책임을 맡았던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풍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을의 상일꾼 이장=마을 이장(里長)은 행정구역의 말단 단위인 리(里)를 대표해 마을 대소사를 챙기는 사람을 말합니다. 동네 주민들의 선택에 의해 뽑혀서 일을 하는 사람으로, 행정업무 보조와 정부시책 홍보 등 주민과 행정기관의 교량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015년 현재 행정자치부가 낸 지방행정 기본현황에 따르면 전국에는 통 5만7479곳, 리 3만6725곳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장 수도 그만큼 된다는 얘기지요. 이장의 임기는 대개 2∼3년으로 대부분의 지역에서 연임 제한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이장은 각 지자체가 조례나 규칙을 통해 선출하도록 하고 있는데, 주민총회에서 뽑힌 당선자를 면ㆍ읍ㆍ동장이 임명하는 식으로 운영됩니다.
◆이장이 방송만 하는 건 아니죠=그렇다면 이장이 하는 일은 무엇일까요? 농촌마을 이장은 농약 등 농자재와 각종 고지서를 돌리고, 정부시책을 알리는 등 고정업무만 해도 수십가지가 넘습니다.
요즘에는 그나마 사정이 조금 나아졌지만 차가 많지 않던 시절에는 차가 없거나 농사일이 바쁜 동네 어르신들을 대신해 면사무소 일 등을 모두 이장이 도맡아서 처리했습니다. 또한 이장은 마을에 무슨 일이 생기면 동네 사람들을 불러모아 회의를 열고, 면사무소를 찾아가 주민들의 고충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마을 일에 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해결해야 하는 게 이장들의 몫이지요. 그렇다면 그들이 받는 월급은 얼마나 될까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이장은 공무원이 아닙니다. 나라에서 마을을 좀 더 잘 관리하기 위해 해당 지역주민 중에서 말하자면 관리인을 뽑는다고 할 수 있지요. 따라서 이들에게는 활동보상비 명목으로 돈이 조금 나오긴 하는데, 우리는 편의상 이것을 ‘연봉’ ‘월급’이라는 개념으로 놓고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마을·지자체 따라 활동비 천차만별=본론으로 들어가 이장은 시ㆍ군ㆍ구 자체예산 조례 한도 내에서 읍ㆍ면ㆍ동사무소로 배분된 일정 비용 안에서 활동비를 받습니다. 그 활동비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매달 기본수당 20만원에다 연 상여금 200%, 회의 참석 수당 1차례 2만원(월 2회) 등의 활동보상비를 받습니다. 여기에 자치단체에 따라 본인 건강보험료를 납부해주고, 중ㆍ고등학교나 대학생인 자녀들에게 장학금 혜택을 주거나, 상해보험을 들어주는 곳도 있습니다. 상해보험도 여러가지가 있지만 사망하거나 다칠 경우 최대 5000만원이 지급되고, 입원하면 치료비도 일부 보장해주는 상품도 있다고 합니다.
이밖에 지자체에 따라 우수 이장을 선발해 해외연수를 보내주는 곳도 있고, 미취학 자녀에게는 양육비를 지원하는 곳도 있는가 하면, 종량제 쓰레기봉지를 지원하는 등 소소한 혜택이 주어지기도 합니다.
여기에 마을별로 차이는 있지만 주민들이 고마움의 표시로 곡식이나 마을공동기금에서 마련한 현금을 지급하는 곳도 있다고 하니 이장 연봉은 지자체나 마을 등에 따라 편차가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뿐 아니라 지역농협에서 당연직 영농회장인 이장에게 매월 지급하는 수당이 있고, 비료ㆍ농약 등의 구매실적에 따라 수수료 등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때문에 과거 공무원에게 굽신거리며 잔심부름이나 하던 이장이 이제는 주민의 대표로 거듭나 당당히 대우받게 된 셈입니다.
이렇듯 요즘 이장은 일정한 활동비에다 크고 작은 영농지원과 마을 숙원사업 등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기 때문에 그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장을 마친 뒤 지역농협 조합장이나 지방선거 등에 출마하려는 이들에겐 그 발판을 제공하기도 하지요. 과거 마을을 위해 순수하게 봉사하는 자리로 인식됐던 이장의 입지가 이제는 다양한 혜택과 각종 개발사업 등과 맞물리면서 크게 변화하고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이와 관련, 경기 평택시 청북면 고잔3리의 신보식 이장은 “마을 일을 처리하다 보면 자기 집 농사일은 뒷전일 정도로 업무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라며 “이렇게라도 처우가 개선돼 이장을 하려는 이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마을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백연선 기자 white@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