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로 여는 한류투자 시대
‘수출 질주’ K-푸드·K-뷰티…ETF로 성장세 함께 누려볼까
케이푸드(K-Food·한국식품)와 케이뷰티(K-Beauty)는 더이상 한국만의 문화가 아니다. 서울 명동에서 한국 화장품을 구매했다는 할리우드 배우들, ‘불닭볶음면’ 열풍 속에 ‘불닭반도체’ ‘면비디아’(엔비디아에 빗댄 별칭)로 불리며 주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삼양식품이 이를 방증한다. 한국의 식품·화장품 산업이 케이팝(K-Pop)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세계인의 일상에 스며들면서 투자시장에선 이를 상장지수펀드(ETF)로 담으려는 움직임이 급물살을 이루고 있다. NH-Amundi(아문디)자산운용(대표 길정섭)과 함께 ‘생활 속 한류’를 포트폴리오에 담는 법을 짚어본다. ◆K-푸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다= 올해 상반기 라면 수출액은 전년 대비 24% 증가한 7억3170만달러(9953억원)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미국(40.8%)·중국(41.7%) 등 주요 수출 대상국에서 특히 높은 성장을 보였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을 비롯해 매운맛 유행과 크림·볶음 라면 같은 신제품이 인기를 끌며 현지 소비자 반응도 뜨겁다. 대형 유통망 확보와 현지화 전략도 수출 성장에 기여했다. 아이스크림 수출도 호조세다. 같은 기간 수출액은 40.2% 증가한 5300만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대만·베트남 등에서 수요가 확대되면서 한국 아이스크림은 고급 디저트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같은 흐름에 NH아문디는 ‘하나로(HANARO) Fn K-푸드 ETF’를 통해 K-푸드 산업의 수출 중심 기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이 ETF는 국내 유일의 K-푸드 테마 상품으로 최근 지수 재조정을 통해 수출 비중이 높은 종목을 늘리고 전체 종목 구성을 15개로 압축했다. 주요 편입 종목은 삼양식품·CJ제일제당·농심·빙그레다. 김승철 NH-Amundi자산운용 ETF투자본부장은 “K-푸드 대표 주자인 라면은 유럽·중남미 등 시장 확대를 통해 지속적인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며 “특히 삼양식품은 경남 밀양공장의 본격 가동과 중국공장 준공 등 앞으로도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K-뷰티, 화장품에서 미용의료까지= 화장품산업도 전방위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상반기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55억달러(7조5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중국이 수출액 10억8000만달러(19.6%)로 1위지만 전년 대비 비중은 줄었고, 미국은 17.7% 증가한 10억2000만달러(18.5%)로 중국과의 격차를 좁혔다. 수출 대상국이 다변화하면서 일본·동남아 등 아시아권은 물론 유럽시장에서도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K-뷰티는 단순한 화장품을 넘어 미용·의료까지 아우르는 구조로 확장 중이다. 5월 기준 중국 관광객의 의료 소비액 중 피부과 지출은 348억원으로 전체의 74.2%에 달했다. 필러, 보툴리눔 톡신, 스킨부스터 등 ‘주사 시술형’ 제품 수요가 의료 관광 수요와 맞물려 급증하고 있다. 한한령 해제와 함께 중국 단체 관광객 유입이 재개되며 관련 산업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HANARO K-뷰티 ETF’는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에이피알·코스맥스 등 전통 화장품 기업뿐 아니라 필러·스킨부스터를 생산하는 파마리서치·휴젤 등 미용의료 기업에도 투자한다. 김 본부장은 “한국 화장품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제품의 혁신성과 독창성에 있다”며 “K-뷰티는 이제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강력한 브랜드가 됐다”고 설명했다. ◆라이프스타일 산업을 통째로 담는 ETF= ETF는 개별 종목 투자의 변동성을 줄이면서도 산업 전반의 성장세에 함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HANARO Fn K-푸드 ETF’는 22일 기준 6개월 수익률 27.41%, 설정 이후 수익률 33.53%를 기록했다. ‘HANARO K-뷰티 ETF’는 6개월 수익률 51.18%, 설정 이후 수익률이 62.99%에 달한다. K-푸드와 K-뷰티산업은 단순 소비재가 아니라 ‘K-라이프스타일’이라는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틱톡·인스타그램 등 SNS와 한국 문화의 결합은 식품·화장품의 글로벌 인지도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렸다”며 “이는 곧 수출과 실적으로 연결되고, ETF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라고 말했다. 류현주 기자 ryuryu@nongmin.com
2025-07-24
한·미 관세협상
“한·미 관세협상, 또다시 농업계 희생 강요…몇 번이고 거리로 나설 것”
“식량안보와 국민 건강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 한·미 관세협상 농축산물 개방을 반대한다.” 농축산물 추가 개방 카드를 들고 한·미 상호관세 협상에 나서겠다는 정부 방침을 접한 농민들은 40℃에 육박하는 찜통더위 속에서도 전국 각지에서 상경해 아스팔트 위에 섰다. 농민들은 농업계와 변변한 소통 한번 없이 또다시 농업계의 희생만 강요한 채 협상에 나서는 통상당국의 무력하고 일방적인 태도에 분노를 표출했다. 한·미 상호관세 협상 시한이 임박한 28일, 한국농축산연합회,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축산관련단체협의회,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농민의길)’ 등 주요 농민단체 소속 농민 1000여명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한·미 상호관세 협상 농축산물 개방 반대’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현장에서는 농업계 목소리에 귀를 닫고 ‘깜깜이’로 일관하는 정부 협상 방식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김향숙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장은 “한·미 통상협상의 주축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출국 전까지 농축산업계와 단 한번도 소통하지 않았다”고 안일한 태도를 지적했다.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과정에서 줄곧 농축산업을 희생시켜 왔다는 질타도 이어졌다. 이승호 한국농축산연합회장은 “지금껏 정부는 각종 FT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농축산물을 내주는 양보만 해왔다”며 “이름만 거창한 피해 보전대책은 한번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최흥식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은 “정부가 끝끝내 농업을 포기한다면 그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두번이고 세번이고 거리로 나설 것”이라며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같은날 다른 농민단체들도 농축산물 추가 개방을 조건으로 한 한·미 관세협상에 반대하는 시위를 이어갔다. 농어업농어촌먹거리대전환연대회의는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민의길은 국회에서도 “한·미 관세협상 농축산물 개방을 반대한다”며 농성 돌입을 선언하고, 8월4일까지 농성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농축산물 시장 개방 검토를 철회하라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비례대표)은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 정부의 농축산물 시장 개방 확대 요구 철회 및 식량 주권 수호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앞서 2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한·미 통상협상에서 농업을 더는 협상의 제물로 삼지 말라”며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25일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은 ‘한·미 관세협상에 따른 농축산업 피해 방지 결의안’을 대표발의했다. 김소진 기자 sjkim@nongmin.com
2025-07-31
2025 조합장 소통공감 포럼
통상부터 농약값까지…현장 소통 ‘열기’
“농업·농촌과 농민을 위해 큰 역할을 하고 계신 만큼 고민도 많으실 겁니다.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오늘 허심탄회하게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16일 대전 컨벤션센터(DCC)에서 열린 ‘2025 조합장 소통공감 포럼’ 행사장은 이른 아침부터 전국 각지에서 모인 농축협 조합장들의 발길로 북적였다. 일선 현장에서 농민들과 호흡하는 조합장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농업·농촌·농민 발전 방향을 놓고 머리를 맞댄 것이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주재한 이날 포럼에는 조합장 1100명과 농협중앙회 및 범농협 계열사 임직원 등 모두 1200여명이 참석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전국 농축협 조합장이 참여하는 포럼을 개최했다. 매년 정기적으로 농축협 간 소통의 자리를 만들겠다는 강 회장의 공약을 이행하고, 다양한 농정현안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자는 취지에서다. 올해 포럼은 7시간에 걸쳐 ▲‘더 큰 변화의 시작’ 영상 시청 ▲농협중앙회장 경영 특강 ▲전국 조합장과의 대담 ▲사업목표 달성 결의 순으로 이어졌다. 전국 조합장과의 대담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소통’에 방점을 찍었다. 강 회장은 경영 특강의 형태를 빌려 조합장들에게 상반기 농협중앙회가 추진한 농정활동 성과와 하반기 계획을 상세히 보고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영남권 산불 피해 복구에 130억원을 지원하고, 쌀 소비촉진 운동을 통해 쌀값 안정화와 농축협 경영비용 경감에 나선 점에 조합장들이 많은 박수를 보냈다. 대담은 한국 농업의 당면 현안부터 농촌 현장 민원까지 전반을 아울렀다. 안성구 경기 안성원예농협 조합장은 “정부가 농산물을 가지고 미국과 관세협상에 나설 거라는 소식이 들리는데, 이럴 경우 농민들의 생계는 벼랑 끝으로 몰릴 것”이라며 “사과를 비롯해 통상 협상 테이블에 농산물이 올라가지 않도록 농협중앙회가 적극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정길수 전남 영광농협 조합장은 “이제는 농촌에 농협이 없으면 안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지만, 여전히 농협이 판매하는 농약 가격이 일반 시판상보다 비싼 점은 바로 잡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강 회장은 “사과·쇠고기·쌀에 개방 압력이 있을 거란 전망을 염려스럽게 보고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에 우리 농업의 어려움, 시장 개방에 따른 피해 현황을 적극 알릴 것”이라고 했다. 농약 가격에 대해서는 “실무 부서가 농협 계통 공급 가격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분석해 직접 설명드리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밖에도 ▲민생 소비쿠폰 농협 사용 규제 완화 ▲농업분야 조세감면 일몰기한 연장 ▲소값 하락 및 사료값 인상에 대한 대책 ▲농협택배 무인 접수대 도입 등이 주요 현안으로 다뤄졌다. 늦은 오후까지 진행된 마라톤 회의는 “건의사항은 많지만, 지금 남부지방에 많은 비가 오고 있어 농작물 침수가 걱정된다”는 한 경북지역 조합장의 건의로 막바지를 향해 달렸다. 강 회장은 “오늘 나온 의견과 현장에서 올라오는 건의들을 하나하나 챙기겠다”며 “농업·농촌·농민과 농축협을 위한 농협중앙회가 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이행해나가겠다”는 말로 포럼을 마무리지었다. 대전=김해대 기자 hdae@nongmin.com
2025-07-17
전국 할퀸 극한호우
복구 지연에 2차 피해 우려…“적기 놓쳐 농사 망칠라” 노심초사
“신속히 복구해야 모종을 새로 들이든 할 텐데 이러다가 이중으로 피해를 보는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이 상황이 길어지면 올해 농사는 포기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극한호우 피해지역 농경지를 복구하는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농가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피해규모가 워낙 커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것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올해 농사를 포기하지 않도록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시설하우스 농가들은 농사를 재개하려면 망가진 시설부터 손봐야 하지만 여의치 않은 현실이다. 충남 당진시 순성면의 딸기농가 최임호씨(33)는 “양액기와 전기시설 보수도 지연돼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18일께 업체에 수리 신청을 했지만 피해 시설과 농기계가 워낙 많다 보니 이르면 30일쯤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경남 진주시 수곡면에서 딸기를 재배하는 최윤경씨(66)는 1시간 단위로 영양액을 분사하는 양액기가 망가져 물 조리개를 이용해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기계처럼 1시간마다 줄 수도, 섬세하게 양과 농도를 조절할 수도 없어 우선 살려만 놓는 수준일 뿐”이라는 게 최윤경씨의 설명이다. 그는 “1500만원이란 거금을 들여 장만한 양액기가 망가진 것도 큰일이지만, 그보다 더 애가 타는 건 새로 주문한 제품이 언제 도착할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라며 “최소한 다음주 월요일까지는 기계를 가동해야 남아 있는 모종이나마 살릴 수 있는데, 배송이 그만큼 빨리 될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경남 산청군 신안면의 딸기농가 권정현씨(75)는 “모종이 가득 찬 시설하우스 3개동을 포함해 31동이 모두 파손됐다”며 “복구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터라 올해는 물론이고 당분간 딸기농사를 이어가긴 어려울 것 같다”고 한숨 쉬었다.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한 농가들은 손해평가사의 현장 방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시설하우스 40동(2.64㏊) 규모로 대추방울토마토를 생산하는 천세기씨(63·충남 부여군 규암면)는 “허벅지까지 물이 차 위쪽에 달린 과실은 빨리 수확하면 그나마 건질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손해평가사가 빨리 와서 현장 평가를 끝내주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모종 침수 피해를 본 고추 시설하우스 농가들은 땅이 마르지 않아 다시 아주심기(정식)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민선 전남 나주 산포농협 상무는 “침수 피해가 발생한 지 6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흙이 질퍽질퍽한 상태”라며 “흙이 마르기까지 한달 가까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되면 적정 정식 시기를 놓치게 돼 상당수 농가가 올해 재배를 포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산사태 피해가 컸던 경기 가평군 조종면에서는 과수원 복구에 온 힘을 다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진입로와 울타리 등이 산사태와 넘친 계곡물로 심하게 망가져 중장비 진입이 어려울 뿐 아니라 가평 일대 곳곳이 폭우 피해를 보면서 인근에서 일손을 구하는 것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1만6528㎡(5000평) 규모로 포도·사과를 생산하는 권봉근씨(63)는 “과수원 가장자리에 설치된 철제 덕을 철거하는 데만 며칠이 걸릴 텐데 그동안 나무들이 견뎌줄지 걱정”이라고 했다. 축산농가들은 폐사한 가축 처리에 고심하고 있다. 전남 담양군 봉산면에서 양계장을 운영하는 정종문씨(66)는 “키우던 삼계탕용 육계 11만5000마리가 폐사해 치워야 하는데 1억원이 넘는 비용도 부담이 되고 폐기물업체도 당장은 섭외가 어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더딘 복구로 2차 피해도 우려된다. 담양군 무정면에서 젖소를 키우는 이철수씨(53)는 “굴착기를 불러 토사물을 퍼내고 있지만 피해가 심해 작업 진행이 더디다”며 “젖소가 흙에 파묻혀 제대로 잠을 못 자고 먹는 것도 시원찮다 보니 살이 빠지고 유방염이 발생해 문제”라고 걱정했다. 전국종합
2025-07-31
제10회 그린시스 국제 심포지엄(GreenSys 2025)
[그린시스 2025] “AI·디지털 트윈 기술로 농업 위기 극복”
6월말 스페인 남부 알메리아. 일 최고기온이 40℃에 육박하는 이례적 폭염에 현지인도 혀를 내둘렀다. 눈조차 제대로 뜰 수 없는 한낮의 강한 햇볕에 사람들은 그늘 찾기에 혈안이었다. 알메리아의 비정상적 고온은 전세계에서 모인 시설원예 전문가들의 혼을 앗아갈 법도 했지만 오히려 시설원예농업(온실농업)에 대한 논의를 불타오르게 만드는 것 같았다. 최근 현지에서 열린 ‘제10회 그린시스 국제 심포지엄(GreenSys 2025)’ 얘기다. 국제원예학회(ISHS)가 주최하고 알메리아대학교가 주관한 이 행사는 6월23∼26일(현지시각) 알메리아대에서 개최됐다. 심포지엄은 격년으로 열리는데 올해는 전세계 40여개국 시설원예·스마트팜 전문가 5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그린시스 국제 심포지엄은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다. 2013년 제주도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2019년 프랑스 앙제르, 2023년 멕시코 칸쿤에서 개최됐다. 올해 행사 주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지속가능한 스마트팜’이다. 현장에선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트윈(현실세계의 기계·장비·사물 등을 컴퓨터 속 가상세계에 구현한 것)’ 등 농업에 적용할 수 있는 첨단 기술 연구 사례를 대거 선보였다. 국제원예학회 정밀원예·공학 분과위원장인 이인복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와 테파니아 데 파스칼레 이탈리아 나폴리대학교 농업과학부 교수 등 전세계 유명 시설원예 전문가 7인의 각 주제발표를 비롯해 230개의 구두 발표와 152개 포스터 발표가 진행됐다. 세부 주제는 6가지로 ▲온실 환경·기후 제어 ▲농업의 기계·디지털·로봇화 ▲수직농장에서 작물 생산 ▲관비·물·배지 시스템 ▲시설원예용 조명 ▲지속가능한 온실 생산이다. 프랑수아 로랑 국제원예학회장은 주제발표에서 “농업에 끼치는 AI의 영향이 날로 증가해 이에 맞춰 생각하는 관점과 일하는 방식을 모두 바꿔야 한다”며 “현재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통합해 AI 기술을 바탕으로 정밀 분석하면 자율적인 작물 관리와 과학적인 수확 계획 수립이 빠른 시일 내에 현실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리네오 로렌소 로페스 쿠르즈 멕시코 국립차핑고자치대학교 농업기계공학과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실제 온실을 가상공간에 구현해내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하면 여러 변수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며 다양한 시나리오를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며 “가상에서 얻은 양질의 데이터로 정밀하게 환경을 제어할 수 있다면 극심한 기후변화에도 예측할 수 있는 과학적 농업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몰리나 아이스 공동조직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전세계적으로 기후변화를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시설원예 기술 발전이 이뤄지고 있으며 미래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라면서 “참가자들은 온실산업을 둘러싼 최신 동향을 파악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차기 그린시스 국제 심포지엄은 2027년 네덜란드 바헤닝언대학교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알메리아(스페인)=조영창 기자
2025-07-07
영화 속 농촌
[영화 속 농촌] (1)전북 장수 하동마을의 소박한 일상 담은 ‘행복’
한국 사회는 수십 년간 도시를 발전 모델로 삼으며 농촌을 단순한 배후지로 여겨왔다. 농촌 정책마저 도시 기준을 농촌에 맞춰 변형하는 수준에 그쳤고, 농촌 고유의 공동체 문화와 정서적 가치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영화는 달랐다. 스크린 속 농촌은 단순한 촬영지가 아니라 우리가 잃어버린 감성과 기억을 고스란히 담은 ‘문화적 보물창고’였다. 때로는 외부 시선으로 농촌을 낯설게 그리면서도 농촌에 대한 관심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사회적 지원의 필요성을 일깨웠다. 지방 소멸이 현실이 된 지금, 경제성과 효율성이라는 차가운 잣대 대신 영화를 통해 농촌의 진짜 가치를 발견해 보자는 취지에서 ‘영화 속 농촌’을 주제로 연재를 시작한다.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가치들을 영화 속 장면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에서 찾아보려 한다. 첫 번째 작품은 2007년 개봉한 영화 ‘행복’이다. 전북 장수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서 우리는 어떤 농촌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까. 도시 남자와 시골 여자의 마지막 사랑 이야기 2007년 개봉한 허진호 감독의 멜로 영화 ‘행복’은 도시와 농촌, 사랑과 상실, 삶의 변화를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100만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8월의 크리스마스’(1998)와 ‘봄날은 간다’(2001)처럼 절제된 감정선과 섬세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그의 작품 세계 속에서도 행복은 인간의 욕망과 회복 과정을 심도 깊게 다루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서울 강남에서 클럽을 운영하며 자극적인 쾌락을 좇는 삶을 살아온 영수(배우 황정민)는 애인에게 버림받고 간경변까지 걸리게 된다. 도시의 삶을 정리하고 찾아간 한적한 시골 요양원에서 8년째 지내고 있는 은희(배우 임수정)를 만난다. 심각한 폐질환에도 밝고 긍정적인 은희의 배려와 사랑에 마음을 연 영수는 그녀와 함께 요양원을 떠나 시골 농가에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두 남녀는 그곳에서 소박하지만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영수는 처음으로 진정한 행복을 맛본다. 하지만 병세가 호전되자 영수는 은희 곁을 떠나 도시로 돌아가고, 홀로 남은 은희는 병세가 악화해 세상을 떠난다. 뒤늦게 은희의 소식을 전해 들은 영수는 다시 농촌으로 돌아와 그녀의 마지막을 지킨다. 그리고 은희의 장례 후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재발한 간경변을 치료하기 위해 이제는 은희가 없는 요양원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20년이 지나도 영화 속 감성이 남아 있는 ‘하동마을’ 영수와 은희가 요양원을 떠나 정착한 곳은 전북 장수군 번암면 동화리에 있는 하동마을이다. 영화 속 하동마을은 영수와 은희가 비로소 행복한 일상을 함께 나누는 유일한 공간이다. 소박하고 고요하며 자연과 일상이 어우러진 시골 특유의 정서가 물씬 풍긴다. 하동마을의 들판과 밭, 작은 집, 시장, 버스정류장까지. 영화는 이 모든 풍경을 그림처럼 따뜻하고 정감있게 담아냈다. 영수와 은희가 처음 만났던 슈퍼, 자장면을 먹으며 데이트했던 시장, 그리고 두 사람이 아기자기한 사랑을 속삭이던 집까지, 모든 공간은 도시의 번잡함과는 대조되는 느리고 반복적인 농촌의 일상을 보여주며 영화의 감수성을 극대화한다. 하동마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이곳은 영수가 사랑과 행복을 느끼는 것을 넘어, 마음에 쌓였던 깊은 상처까지 치유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허 감독은 맑고 깨끗한 자연환경과 도시와는 완전히 대비되는 순수한 시골 마을의 풍경이 영수와 은희의 내면 변화를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실제로 장수군은 내륙 깊숙이 자리한 오지 중의 오지로, 외부와 단절된 듯한 청정함과 고요함, 온전한 자연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다. 6월의 어느 날, 영화 속 영수가 그랬던 것처럼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전북 장수로 향했다. 도시를 떠나 요양원으로 향하는 버스가 지나갔던 산서면 동화리의 동화교는 여전히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 다리를 지나는 버스 장면은 영수의 도시 삶과 농촌 삶을 나누는 중요한 기점이기도 하다. 동화교 아래 흐르는 장수천은 금강 지류로, 장수군을 대표하는 하천 중 하나다. 버스에서 영수가 내렸던 원지지마을 버스정류장은 아쉽게도 영화 속 모습과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정류장 이름만이 유일하게 영화 속 장면과 일치할 뿐이다. 영수와 은희가 처음 마주쳤던 정류장 맞은편 슈퍼 역시 건물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지만 두 사람의 애틋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던 공간의 아련함은 여전히 느껴지는 듯했다. 하동마을은 영수가 이전의 삶에 없었던 사랑과 행복을 느낄 뿐만 아니라 마음에 누적된 상처까지 치유하는 곳이다. 이런 특성을 고려한 제작진은 마을의 자연스러운 풍경과 예배당, 들판 등을 그대로 활용해 현실감과 서정성을 극대화했다. 원지지마을 버스정류장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인 하동마을은 영수와 은희가 함께 행복을 느꼈던 영화 속 감성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었다. 두 남녀가 정겹게 걸었던 돌담길, 밭일을 할 때 뒤편에 우뚝 솟아 있던 장안산, 영수가 옛 연인을 배웅하며 걸었던 길과 그 옆에 자리한 종탑이 있는 작은 예배당까지, 영화 속 크고 작은 흔적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영수와 은희가 데이트했던 번암시장은 매달 1이나 6으로 끝나는 날에 열리는 오일장으로, 하동마을에서 차로 10분 거리다. 두 남녀가 자장면을 먹었던 자매반점은 아쉽게도 휴업 중이었다. 영수가 도시에 있는 친구와 통화했던 공중전화 부스 역시 사라졌지만, 시장 특유의 활기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영화 속 장면들을 상상하는 재미는 여전했다. 인구 소멸 위기 장수군…특산물 브랜드화와 농촌체험으로 활로 모색 영화 ‘행복’의 배경이 된 장수군은 전북 동부에 산악지대로, 백두대간과 금남호남정맥이 만나는 청정한 곳이다. 면적은 약 534㎢로, 전북 14개 시·군 가운데 9번째로 넓다. 행정구역은 1읍 6면(장수읍·산서면·번암면·장계면·천천면·계남면·계북면)으로 구성돼 있다. 인구는 2023년 말 기준 2만983명으로, 전북 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인구가 적다. 1966년 8만1000명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현재는 인구 소멸 위기를 겪고 있다. 고랭지 채소와 사과·오미자·한우 등 청정 농축산물이 유명한 이곳은 농업을 중심으로 경제를 이끌어가며, 농촌 체험과 특산물 브랜드화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장수누리파크, 장안산 자연휴양림, 신기마을, 번암시장, 뜬봉샘 생태관광지 등 주요 관광지를 활용해 방문객에게 농촌의 매력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김동용 기자 dy0728@nongmin.com
2025-07-04
2025 지방농정 열혈 의장이 간다
[지방농정 열혈 의장이 간다] “작목·스마트농업·인력 미래전략 세워야”
강원 정선은 경작지의 대부분이 해발 400m 이상의 고지대에 위치한 대표적인 산간지역이다. 평야 대신 비탈진 돌밭이 많은 까닭에 오래전부터 ‘화전민의 땅’이라 불려왔다.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밭작물을 중심으로 농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고품질 사과 생산지로도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인구감소·고령화로 인한 인력 부족 등 우리 농업이 직면한 문제를 정선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전영기 정선군의회 의장을 만나 정선 농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2025년 현재 정선군 농업을 진단한다면. ▶정선은 경지 대부분이 고랭지에 위치해 있어 지형 특성상 기계화가 어렵다. 농사 대부분을 사람 손에 의존하는데 인력 부족문제가 갈수록 심화되는 데다 최근 기후변화와 토양 피로 누적까지 겹쳐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다. 이에 두릅·곤드레 등 전통적인 지역특산물 중심에서 벗어나 새로운 작목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지역농업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군의회의 역할은. ▶농업 현실을 반영한 조례를 제정해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정선군 농촌인력 지원 조례’다. 조례를 근거로 정선군은 농협 중심의 공공형 계절근로자 운용체계를 갖추고,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숙소·통역·진료 연계 같은 종합적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의 정착을 지원하고 농가 신뢰까지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외에도 ‘청년농업인 육성 및 지원 조례’ ‘양봉산업 육성 조례’ 등을 통해 농업기반 확충에 지속적으로 힘써왔다. -지역농업의 유지를 위해선 외국인 근로자 확보가 중요해졌다.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군은 외국인 계절근로제의 안정적인 운용을 위해 제도 도입 초기부터 농협과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갖추며 기반을 구축해왔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의 정착 지원에 힘 쏟고 있는데, 파견국 정부로부터 현지 에이전트를 파견받아 행정·생활 지원을 함께하고 있다. 향후에는 입국 전 기초 교육 확대, 실무 협의체 정례화, 상시 상담창구 설치 등 근로자와 농가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제도가 되도록 의회 차원에서 군과 협력해 나가겠다. -지역농업 활성화를 위한 과제는. ▶지형적 제약이 많은 정선에선 스마트농업 기반 확대가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핵심이다. 경사가 심한 산간지역이어서 기계화가 어려운 만큼 노동력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는 자동 관수, 온습도 조절, 작황 모니터링 같은 디지털 기술이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현재 군농업기술센터 내에 스마트농업 체험장과 교육장을 조성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임대형 스마트팜 도입을 통해 청년농 유입도 도모할 계획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이제 더이상 과거의 방식만으로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작목 전환과 신유통 기반 확충, 스마트농업과 외국인 노동력 도입 등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다층적·복합적 농업전략이 필요하다. 군의회는 농민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지역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 정선=이연경 기자 world@nongmin.com
2025-06-24
농업 조세감면 일몰 '위기'
‘과소평가’된 농촌 환원 기능…“농업 조세감면, 단순 특혜로 취급해선 안돼”
“농축협과 관련된 조세감면이 사라지면 결국 농민들에게 돌아오는 실익이 줄줄이 줄어드는 것 아닙니까.” 경북 안동시 일직면에서 자두농사를 짓는 이호운씨는 3월 발생한 산불 피해 복구 과정에서 농협의 역할을 여실히 체감했다. 지역 농협이 자체 예산을 들여 영농자재를 할인 공급하고, 식료품과 각종 생활용품도 지원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평상시에도 농협이 제공하는 영농자재 교환권과 마트 상품 할인 공급이 큰 도움이 된다”며 “상권이 사라지고 있는 농촌에선 농민들의 농협 의존도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농축협과 관련된 주요 조세특례의 종료 시점이 올해말로 돌아오며 농업계에선 특례 연장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폐지 위기에 놓인 특례는 ▲조합원 3000만원 이하 예탁금 이자소득 비과세 ▲조합원 2000만원 이하 출자금 배당소득 비과세 ▲농축협 법인세 저율과세 3종이다. 모두 2∼3년 주기로 연장이 이뤄지고 있는데, 기획재정부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특례 연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해당 특례의 효과가 협동조합 조합원에 한정되고, 일반 기업과 과세 형평이 맞지 않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하지만 학계와 농촌 현장에서는 재정당국의 이런 판단이 농축협을 포함한 협동조합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기능을 과소평가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2023년 기준 농축협에는 정조합원이 약 206만명, 준조합원이 약 1974만명 가입돼 있다. 2000만명 넘는 출자자·이용자가 올해 일몰 예정인 조세특례와 연결된 셈이다. 특히 ‘농축협 법인세 저율과세’ 폐지는 지역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이미 나와 있다. 농축협은 수익을 출자·이용고 배당 형태로 조합원과 이용자에게 환원하는데, 법인세율 상승이 배당 축소와 지역 소비 저하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박성욱 경희대학교 회계세무학과 교수 등이 2021년 발표한 ‘협동조합 법인세부담이 배당금과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 연구 결과’ 논문을 보면 협동조합의 법인세율이 1%포인트 올라갈 때 조합원(이용자) 배당금은 5.191% 감소했다. 농축협 조합원 1명당 배당금이 100만원이라 하면, 연간 배당금이 5만1910원 줄어드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역별 협동조합 법인세율이 1%포인트 증가할수록 지역 총생산은 4.41% 감소한다는 분석도 있다. 박 교수는 “지역간 경제력 격차가 심한 상황에서 협동조합은 지역조합원 교육, 사회간접자본 투자, 금융자본 제공 등의 형태로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측면이 많다”며 “조합원이 받은 혜택을 지역경제 발전에 다시 투입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협동조합에 대한 법인세 특례를 장기적 차원에서 유지·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인프라 측면에서 농축협은 전국에서 본점·지점 4874곳을 운영하고 있다. 시중은행이 오프라인 점포를 줄이는 추세에서 지역주민들의 금융 접근성 향상에 기여하는 것이다. 여기에 농축협은 2020∼2022년 연평균 출자금 배당으로 조합원에게 총 1385억원의 실익을 돌려줬다. 이용고 배당도 매년 4853억원을 했다. 같은 기간 영농인력 지원, 농촌 주민 복지 등에 쓰는 교육 지원예산을 1조6688억원 투입했다. 농축협이 일반 법인의 세율(9∼24%)에 비해 낮은 세율(9%·12%)을 적용받는 만큼 지역경제에 주는 순기능이 입증된 셈이다. 이와 더불어 ‘조합원 3000만원 예탁금 이자 소득 비과세’는 농민들의 원활한 영농을 간접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전국 농축협에 맡겨진 예금 중 읍·면 지역에서 맡긴 비율이 41.1%로 가장 높았다. 농민조합원의 예금액도 2020년 75조7158억원에서 2022년 83조1394억원으로 늘어 해당 제도가 농가 자산 형성에도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정부와 정치권은 이들 조세특례를 농축협에 대한 특혜로 볼 게 아니라 농축협 사업 축소와 그에 따른 농민 실익 감소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영농으로 바쁜 농민들은 해당 특례가 당연히 계속된다고 생각할 텐데, 특례 폐지로 실익 감소가 체감되는 순간 현장 반발이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지태 한국농축산연합회 정책부총장은 “농업예산 증액에 미온적인 재정당국이 이미 있는 지원책마저 없애는 건 지나치다”며 “소득은 줄고, 부채와 각종 농업재해는 늘어나는 위기 속에 농업 관련 조세특례만큼은 손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해대 기자 hdae@nongmin.com
2025-06-17
혈당의 진실
“다이어트엔 제로” vs “일반음료와 별 차이 없을걸”
최근 건강과 다이어트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혈당 관리’다. ‘혈당 스파이크’가 반복되면 우리 몸이 빠르게 늙고 살이 찌는 체질로 변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런 흐름과 함께 혈당 관리법에 대한 이론과 속설도 쏟아지고 있다. 세간에 떠도는 혈당에 관한 이론과 속설이 맞는지, 또 어떤 음식이 혈당 스파이크를 유발하는지 기자가 직접 혈당측정기로 측정한 혈당 변화를 통해 살펴본다. “다이어트 중이니까 음료는 ‘제로’로 먹어야지.” “달콤하고 맛있는데 당류가 없다는 게 말이 돼?” 제로 음료를 둘러싼 논쟁은 종종 발생한다. ‘설탕과 열량이 거의 없어 다이어트할 때 마셔도 괜찮다’는 의견과 ‘어차피 일반 음료와 다르지 않다’는 반론이 팽팽하게 맞선다. 제로 음료가 내세우는 ‘제로’의 효과에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일반 음료와 맛에서 별반 차이가 나지 않아서다. 치킨이나 햄버거처럼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면 탄산음료를 함께 마시게 된다. 이때 고열량 음식을 먹는다는 죄책감에 탄산음료만이라도 ‘제로’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다. 과연 이 선택은 ‘혈당’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것일까. 제로 음료가 혈당이 급격하게 올랐다가 내려가는 ‘혈당 스파이크’ 방지에 도움이 되는지, 건강에는 어떤 영향이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일반 음료와 제로 음료의 혈당 변화=제로 음료가 혈당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일반 콜라’와 ‘제로 콜라’를 각각 마신 후 혈당 변화를 측정하기로 했다. 음료의 특성상 마시는 속도에 따라 혈당 변화에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각각의 콜라 약 150㎖를 5개의 소주잔에 나눠 담고 15초마다 한 잔씩 마시기로 했다. 혈당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없애기 위해 ▲12시간 이상 공복(물 포함) 후 섭취 ▲동일한 양으로 나눠 담은 콜라를 15초마다 한번에 남김없이 마시기 ▲음료 섭취 후 2시간 동안 최소한의 움직임 등 조건을 지켰다. 혈당 측정은 공복일 때와 음료를 모두 마신 후 5분, 10분, 20분, 30분, 1시간, 2시간이 지난 시점에 ‘채혈식 혈당측정기’로 이뤄졌다. 먼저 일반 콜라를 마셨을 때의 혈당(mg/dL)은 ‘89(공복)→103(5분)→124(10분)→121(20분)→118(30분)→89(1시간)→79(2시간)’로, 최고 혈당인 124(mg/dL)까지 10분 만에 도달했다. 혈당의 진실(2) ‘냉동밥은 일반밥에 비해 혈당이 덜 오를까’ 편에서 일반 백미밥과 냉동 백미밥을 먹고 10분이 지난 시점에서 혈당이 각각 120(mg/dL)과 92(mg/dL)를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혈당이 빠르게 치솟은 편이다. 반면 제로 콜라는 ‘89(공복)→92(5분)→88(10분)→86(20분)→89(30분)→84(1시간)→80(2시간)’으로, 측정 오차가 ±3 정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거의 변화가 없었다. 5분이 지난 시점에는 92까지 올라갔지만, 일반 콜라와 비교하면 11(mg/dL) 낮았다. 10분이 지났을 때는 오히려 공복 때보다 혈당이 낮아서 일반 콜라와의 혈당 차이는 36(mg/dL)에 달했다. 혈당 안정 측면에서 보면 제로 음료가 일반 음료보다 훨씬 나은 셈이다. ◆제로 음료의 비밀=‘제로 슈가(설탕이 없는)’는 음료 100㎖당 당류가 0.5 g 미만일 때 사용할 수 있다. 완전히 0이 아니더라도 당류 사용량이 매우 낮은 수준이며 ‘제로’라는 명칭을 붙일 수 있다는 의미다. 당류 사용량을 줄이는 대신 비슷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대체당이다. 대체당은 스테비아·알룰로스로 대표되는 천연감미료와 아스파탐·수크랄로스 같은 인공감미료가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스테비아는 ‘스테비아’라는 식물의 잎에서 추출한 천연 감미료로, 단맛이 설탕의 약 200~300배에 달한다. 알룰로스는 무화과, 건포도 등의 과일이나 옥수수에서 추출한 당류로 단맛은 설탕의 약 70% 정도지만 체내에 흡수되지 않고 배출된다. 다만 제로 음료에는 대부분 인공감미료가 사용된다. 알룰로스는 설탕보다 단맛이 적어 적합하지 않고, 스테비아는 단가가 높다. 반면 인공감미료는 저렴한 비용으로 강한 단맛을 낼 수 있다. 아스파탐은 설탕의 200배에 달하는 단맛을 내며, 수크랄로스의 단맛은 설탕보다 600배 강하다. 실험에서 마신 제로 콜라에는 아스파탐과 수크랄로스가 함께 사용됐다. 이들 대체당은 설탕보다 열량도 훨씬 낮다. 아스파탐의 열량은 1g당 4㎉로 1g당 39㎉인 설탕의 10분의 1수준이다. 수크랄로스는 무열량이다. 결론적으로 제로 콜라에 사용된 대체당은 설탕보다 열량도 낮고, 혈당에도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아 다이어트에는 도움을 줄 수 있다. ◆다이어트보다 더 중요한 ‘건강’ 위해선=문제는 대체당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다. 차오 이하이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혈관생물학과 교수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셀 대사’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제로 음료에 첨가된 인공감미료는 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인공감미료가 체내에 들어오면 단맛을 감지하는 수용체가 설탕이 유입됐다고 착각해 다량의 인슐린을 분비하고, 이 과정에서 혈관에 침착물이 쌓이고 염증이 유발된다는 설명이다. 또 수크랄로스를 과다하게 섭취하면 장내 유익균이 감소하고 갑상선 호르몬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대체당을 섭취한 뒤 복부 팽만감과 메스꺼움, 설사 등의 소화기 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체질에 따라 피부 발진이나 가려움증을 동반한 알레르기가 나타나기도 한다. 대체당이 혈당 스파이크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무턱대고 섭취했다가는 건강이 악화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식품에 대체 당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유해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아니라는 결과도 있어서 아직 확실히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며 “당 함유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안전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무엇이든 적절한 섭취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나연 기자 kny0621@nongmin.com
2025-07-09
새 정부에 바란다
[새 정부에 바란다] 마을 살리려면 주민 삶 먼저…개선 과제 0순위 ‘정주 여건’
‘지방소멸’이 국가적 의제로 떠오른 지 10여년이 지났다. 하지만 그동안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펼친 정책은 백약이 무효였다. 2019년을 기점으로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을 넘어선 이후, 그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소멸위기에 놓인 농촌을 되살리기 위해선 교통·의료·문화·주거·복지 등 전반적인 삶의 질을 종합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전문가들은 사회서비스 제공 주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농촌을 위해 지난해부터 시행된 ‘농촌 지역 공동체 기반 경제·사회 서비스 활성화에 관한 법률(농촌경제사회서비스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법은 농촌 주민이 직접 사회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지원하는 구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제도 활성화를 위해 4월 전북연구원을 교육훈련기관으로 지정했다. 황영모 전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도가 정착하려면 사회서비스 제공을 위해 설립된 법인·단체를 시장·군수가 적극적으로 ‘농촌서비스 지역 공동체’로 지정하는 등 행정적 관심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기관에서 내놓는 각종 통계는 도농간 삶의 질 격차가 심각하다고 증언한다. 농촌에 새로운 인구가 유입하기 위해선 인프라 개선이 급선무인 이유다. 먼저 교통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4 농어업인 등에 대한 복지실태조사’에 따르면 읍·면 지역의 대중교통 평균 배차 간격은 69.3분으로 읍지역은 47.2분, 면지역은 88.5분에 달했다. 열악한 교통 여건 속에서 농촌 주민 72.1%는 주요 이동 수단으로 자가용을 이용한다고 답했다. 최근 고령운전자 사고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상황에서 농촌 현실에 맞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민우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연구관은 “무조건적인 면허 반납 정책 대신 농촌형 교통시스템과 수요응답형 대중교통 등을 확대해 농촌 주민의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식품사막’ 현상이 심각한 농촌의 도소매점 접근성도 높일 필요가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전국 3만7563개 행정리 가운데 73.5%인 2만7609곳은 행정구역 안에 식료품 소매점이 없었다. 이동형 장터를 통해 먹거리 접근성을 높이고, 농촌에서 필수품 공급에 중요한 역할을 맡는 농협 경제사업장에서 지역화폐를 통해 저렴하게 식품을 구매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도시민들이 농촌으로 이주하게끔 만들기 위해선 주거 환경 개선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농촌의 골칫거리가 된 빈집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한국지역개발학회가 19일 개최한 ‘새 정부에 바라는 도시재생 정책 토론회’에서 김일영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정책위원은 “인구감소와 지역 쇠퇴로 발생하는 빈집은 지역 활성화의 잠재력을 가진 자원이 될 수 있다”며 “철거 비용 지원을 확대해 빈집 정비를 활성화하고 인구감소지역 내 폐교를 지자체에 무상 양여하는 방식으로 농촌 공간을 재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정 갈등으로 촉발된 농촌 의료 체계 붕괴 위험을 해소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8일 발표한 ‘필수·공공의료의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국민의 71.2%가 지역간 의료서비스에 차이가 있다고 응답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당시 주요 공약으로 소개한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도입이 농촌 의료 체계 구축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배경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농촌 지자체는 앞서 언급된 각종 인프라를 구축할 예산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지자체가 비교적 자유롭게 재원을 사용할 수 있는 고향사랑기부제(고향기부제) 활성화도 절실하다. 권선필 목원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전체적인 고향기부제 활성화를 위해 법인 기부 허용과 세액공제 한도 확대가 필요하다”며 “지자체가 신속하고 유연하게 재원을 사용하려면 고향기부금을 세외수입으로 분류하도록 행정안전부 지침을 변경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효 기자 hyo@nongmin.com
2025-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