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표토 유실 심각…건강한 토양 생태계 가꿀 때다
입력 : 2013-01-18 00:00
수정 : 2013-01-18 00:00
 지표면의 흙이 심각한 수준으로 깎인 곳이 전 국토의 30%에 달한다고 한다. 환경부가 지난해 실시한 ‘전국 표토 침식량 예비조사’ 결과 드러난 사실이다. 이들 지역은 ㏊당 연간 유실된 표토의 양이 33t 이상인 곳이라고 한다. 토지 1㎡당 매년 3.3㎏ 이상의 흙이 쓸려 나간다는 얘기니 여간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깎여 나가는 흙이 ㏊당 33t을 넘는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토양 침식등급 중 최고 등급인 ‘매우 심함’에 해당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당 연간 유실량이 50t을 초과하는 면적도 전 국토의 20%나 된다니 지속가능한 농업 측면에서 암담하다.

 논은 논둑을 통해 표토 유실이 거의 방지돼 다행이다. 문제는 밭이다. 밭의 상위 10%와 50%의 표토 침식량은 ㏊당 연평균 275t 및 33t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무엇보다 급경사가 많은 고랭지 채소밭에서는 매년 흙이 심각하게 쓸려 내려가는 현상이 반복돼 우려스럽다.

 비옥한 표토는 무수한 박테리아와 균류, 원생동물, 지렁이 및 다양한 곤충류를 품고 있다. 생태계 유지에 필수인 미생물의 생활터전이요, 건강한 농업의 근본 바탕이다.

 이러한 표토 30㎝가 만들어지려면 통상 1000~1만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러나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1~2년 만에 유실된다고 하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책임이 막중하다.

 우리나라 표토는 앞으로도 무분별한 개발과 과도한 양분 수탈 농업, 점점 강력해지는 집중호우 등으로 매우 위험한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농업 생산성과 무관한 환경적 기능이 충분한 정책적 관심을 받지 못한 탓이 크다.

 이제는 표토 자체를 귀중한 자원으로 보고 제대로 관리하는 정책이 펼쳐져야 한다. 건강한 토양 생태계를 가꿔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지혜와 역량을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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