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부총리, 강행 방침 재확인 “임기내 신청…차기정부 협상”
농업계, 집회 열며 강력 반발 인수위 “의견 수렴을” 신중론
‘이번 정부 가입 신청, 다음 정부 가입 협상.’
문재인정부가 8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관련 방침을 이렇게 확인했다. 국내 농업분야의 CPTPP 피해 우려가 높은 가운데 이달 중 가입신청을 강행하겠다는 것이어서 농업계와 갈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제6차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열고 “지금 정부가 해야 할 것은 마무리하고 다음 정부로 이어질 것은 틈 없이 연결되도록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임기 내 CPTPP 가입 신청’ 방침을 확실히 했다.
모두발언 뒤 비공개 진행한 회의에선 ‘현 정부 신청, 차기 정부 협상’이라는 큰 틀에서 추가 피해지원과 향후 실행계획 등을 최종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그동안 CPTPP 경제적 타당성 검토와 공청회 개최 등 가입 신청서 제출을 위한 내부절차를 진행한 만큼 일부 보완작업을 거쳐 국회에 보고하면 4월 중 신청서 제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농업계는 “정부가 이해당사자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고 독주한다”며 거대 자유무역협정(FTA)인 CPTPP 가입에 정면 반대하고 있다. 현재 11개국이 참여하는 CPTPP는 농산물시장 자유화율이 96.1%로 전면개방 수준이고, 농산물 수입 제어기능을 하는 검역규범도 한층 까다롭게 적용하는 탓에 국내 농업이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을 주축으로 한 ‘CPTPP저지한국농어민비상대책위원회’가 4일 대규모 궐기대회를 연 데 이어 11일 농협, 13일 한국농축산연합회·농민의길 등이 잇달아 CPTPP 반대 성명 채택과 상경집회를 예고한 까닭이다.
다음달 출범하는 윤석열정부가 CPTPP 가입 바통을 이어받을 경우 농업계와 새 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파열음을 낼 우려가 높다. 이 때문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CPTPP 가입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지현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CPTPP는 이해당사자가 있는 사안이기에 충분히 논의한 후에 의견을 형성할 예정”이라며 “아직은 대응책 검토와 의견수렴이 중요한 단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한길 인수위 국민통합위원장은 앞서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집무실에서 CPTPP저지비대위와 현안 간담회를 갖고 농업계 의견을 들었다. 이학구 비대위원장(한농연 회장)은 “CPTPP 가입 땐 농수산업 생산기반 붕괴가 예상되며, 이는 농어촌 지역경제 악화로 이어져 중소 지방도시 소멸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며 “새 정부에서 가입 여부를 신중히 재검토해달라”고 했다.
농업계에선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라는 요구도 나온다. 대표적인 개방론자인 한 후보자가 새 정부에서 CPTPP 가입을 주도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7일 성명을 통해 “신자유주의 개방론자인 한 후보자가 국무총리로 임명될 경우 CPTPP 가입과 농업·농촌·농민 말살은 자명한 현실”이라며 “지명을 지금 당장 철회하지 않는다면 농민들은 단호한 저항으로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후보자는 3일 지명 기자회견에서 “원칙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 경제가 해외 많은 국가와 경제 통합을 이룬다는 것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여기고 있다”며 CPTPP에 긍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홍경진 기자 hongkj@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