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야생조류서 확진 잇따라
12월까지 겨울철새 유입 늘어 전국 동시 확산 가능성 높아
“농장 차단방역 전력 다해야”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진 판정이 잇따르면서 가금농장에서의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10월25일 충남 천안 봉강천에 이어 같은 달 28일 경기 용인 청미천에서 H5N8형 고병원성 AI 확진사례가 나왔다. 또 같은 날 경기 양주 상패천에서 H5 항원이 나와 10월30일 현재 고병원성 여부를 검사 중이다.
과거 야생조류에서 AI가 확진되면 한달 내 농장에서 발병한 사례에 비춰볼 때 머지않아 농장에서 AI가 발생할 것이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2016년 10월28일 봉강천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이후 11월16일 충북 음성 농장에서 AI 확진 판정이 나왔다. 2017년엔 11월13일 전남 순천 야생조류에서 확진 사례가 나온 지 나흘 만에 전북 고창의 한 농장에서 AI가 발생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12월까지 AI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는 야생조류의 개체수가 증가할 것이란 점이다.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철새연구센터에 따르면 10월18일 기준 국내에 약 57만5000마리의 겨울 철새가 도래했다. 개체수가 많은 곳은 충남 홍성 간월호(20만947마리), 경기 화성 시화호(4만8330마리), 충남 서산 부남호(4만5448마리) 등 중서부 지역이었다. 연평균 100만마리 안팎의 겨울 철새가 우리나라를 찾는 것을 고려하면 12월까지 50만마리 이상이 추가로 도래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들 철새는 주로 중국·러시아·몽골 등 AI 발생국에서 온 개체들로, 경기·충남·제주 등 전국 각지의 철새도래지에서 겨울을 보낸다. AI에 감염된 채 국내에 도래한다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바이러스가 검출될 우려가 크다. 그야말로 AI 바이러스에 하늘길이 뚫리는 셈이다. 이럴 경우 인근 농장으로의 확산은 시간문제다.
전문가들은 하늘을 나는 철새를 막을 방법이 없는 만큼 농장에서 방역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윤종웅 한국가금수의사회장은 “이번에 검출된 H5N8형 유형은 증상이 약해 농가가 빨리 파악하기 어렵다”며 “가축을 꼼꼼히 살펴 감염 여부를 조기에 확인하는 일이 중요하고, 소독·청소 등 기본적인 차단방역에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언제든지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전국 모든 가금농장에서 차단방역 수칙을 어느 때보다 확실하게 준수해달라”고 당부했다.
최문희 기자 mooni@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