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자조금, 현재까지 미수금 51억7900만원 누적 지난해 거출률 20%대 그쳐
수급관리 등 자조금사업 비상 닭고기자조금, 계열사 등 외면 지난해 최저 거출률 ‘불명예’
정부 “자조금 납부는 의무 미납자에게 불이익 방안 검토”
계란자조금과 닭고기자조금이 20%대의 낮은 거출률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껍데기만 남은 자조금이 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계란자조금의 거출률은 지난해 기준 27.6%다. 이마저도 12월 특별자조금을 걷어 겨우 체면치레한 수준이다. 2011년 2월부터 현재까지 누적된 미수금만 51억7900만원에 이른다.
계란자조금이 위기를 겪는 이유는 2017년 살충제 성분 검출 달걀 파동 이후 가격하락으로 농가경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때 달걀값이 생산비 이하로 하락한 적도 있었다. 계란자조금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산업 자체가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놓은 수준이라 경제적 이유로 못 낸다는 농가에 납부를 독촉하기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설상가상 올해부터 거출방식이 달라져 걱정 어린 시선이 더 많다. 그동안은 주로 도계 때 산란성계 도계비용에서 차감해 한마리당 80원씩을 냈고, 도계장에서 받지 못한 돈만 농가로부터 직접 걷었다. 하지만 도계장의 지연 납부, 비협조적 태도 등 잡음이 나오면서 올해 1월부터 100% 농가 직접 거출로 변경됐다. 이전보다 농가가 적극적으로 자조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자조금이 안 걷히다보니 수급관리·소비촉진 등 자조금사업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일례로 2016년까지 진행한 달걀 소비촉진 라디오 광고는 2017년 이후부터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계란자조금관리위는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농가들에 자조금 납부를 독려한다는 방침이다. 4일 대전에서 열린 ‘2019년 제1차 계란자조금 대의원회’에서 오정길 의장은 “자조금이 든든한 축종은 수급관리가 어려울 때 도움받을 수 있다”며 “위기상황을 이겨내려면 농가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닭고기자조금도 일부 계열사와 농가들의 납부 거부로 침몰위기다. 3월31일 기준 닭고기자조금 거출률은 15.1%다. 5일 기준 자조금을 완납한 회원사는 농협목우촌과 다솔 2곳뿐이다. 지난해 닭고기자조금은 25.2%만 걷혀 축산자조금 중 가장 낮은 거출률을 기록한 바 있다.
이처럼 무임승차가 심각해지자 전국육계사육농가협의회는 ▲무임승차 방지 ▲거출률 최소 80%까지 상향 ▲자조금 납부 기여도에 따라 예산 배분 ▲거출률에 따라 대의원수 배분 등의 대책을 내걸고, 이행이 안되면 자조금 폐지까지 불사하겠다며 서명을 받고 있다. ‘농수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품목 재적 농수산업자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서명이 있으면 자조금 폐지를 요청할 수 있다.
이에 정부와 닭고기자조금관리위는 거출률 회복을 위해 자조금 미납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월 지방자치단체에 ‘정당한 사유 없이 거출금 납부를 하지 않으면 도계장에서 도축을 보류토록 유도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닭고기자조금관리위는 정부사업 신청 때 올해 낸 닭고기자조금 납부 확인서를 첨부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자조금은 의무사항이므로 이유 없이 내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리는 등 법적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며 “자조금의 목적은 농민이 낸 돈으로 산업을 육성하는 데 의미가 있는데 납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고 밝혔다.
박준하 기자 june@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