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고기 수출, 냉장육 중심 유통채널로 청신호 켜야
입력 : 2019-03-18 00:00
수정 : 2019-03-19 00:08

2015년 첫 수출량 1689t에서 2018년 105t으로 큰 감소세

저가 냉동육, 고급 이미지 손상

해외 소비자, 냉장육 선호해도 현지에 콜드체인시스템 없고 이력제 등 부재로 관리 부실

일본의 냉장 컨테이너 활용한 신선도 유지법 벤치마킹해야
 


한우고기 수출이 갓 기지개를 켰지만 이대로 가다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우고기를 공식적으로 수출하기 시작한 것은 2015년이다. 하지만 한우고기 수출량은 2015년 1689t에서 2016년 1432t, 2017년 214t, 2018년 105t(8월 기준)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우고기의 수출여건을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2일 서울 서초구 제2축산회관에서 열린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이하 자조금관리위·위원장 민경천) 첫 회의에서도 어김없이 한우고기 수출문제가 거론됐다. 류중원 관리위원은 “수출을 활성화하려면 고품질 한우고기를 선보여야 하는데 지금은 마구잡이식”이라며 “해외시장에서 한우고기가 인정받을 수 있는 전략을 제대로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자조금관리위는 한국산업개발연구원에 용역을 맡긴 ‘홍콩 한우고기 수출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전국한우협회도 최근 대의원 정기총회에서 2018년 사업실적 보고를 통해 “한우고기 냉동육이 저가 유통되면서 프리미엄 이미지에 손상을 입었다”며 “수출단가도 점점 떨어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근심어린 목소리를 냈다.

◆냉동육 비중 높고 유통관리 허술해=업계의 지적처럼 한우고기 수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냉동육 비중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한국산업개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5~2018년 홍콩 전체 수출량 중 냉동육 비중이 97%(약 3324t)이고, 냉장육은 3%(약 116t)밖에 안된다. 하지만 홍콩 소비자 500여명을 대상으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냉장육을 원한다’는 답이 95%에 달했다. 현지 소비자들의 성향과 따로 논 것이다. 홍콩은 대표적인 한우고기 수출지역이다.

냉동육이 많은 이유는 냉장 한우고기 유통에 필요한 콜드체인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선적하는 냉장육도 재고처리까지 감안해 현지 유통과정에서 냉동시키는 사례가 빈번해 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통과정에서 관리가 제대로 안되는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국내에는 쇠고기이력제와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해썹·HACCP)이 있지만, 수출 상품에는 이런 제도가 없다. 이 때문에 위생이나 안전에 문제가 발생해도 이력을 추적할 수 없어 신속한 대처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 상품은 유통기한 등의 중요 정보도 포장지에서 빠져 있는 실정이다.

◆일본은 냉장 컨테이너선 활용=업계 관계자들은 한우고기를 성공적으로 수출하려면 보다 체계적인 관리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벤치마킹 사례로는 일본의 화우고기 수출방식이 주로 언급된다.

일본은 주요 수출국인 홍콩과 미국에서 냉장육 수출액만 2013~2017년 4년간 20% 이상 성장했다. 또 냉장육을 수출할 때 일부 업체는 100% 냉장 컨테이너를 활용해 신선도를 유지하고, 컨테이너엔 온도관리 모니터링시스템을 탑재해 현지 도착 후 냉장창고 적재까지 온도를 관리하고 있다. 수출업체 선정·관리 역시 엄격해, 수출을 원하면 식육위생검사소장에게 신청서를 제출한 후 검사에 합격해야 수출할 수 있다. 정부에선 월 1회 이상 해당 도축장에 수출 육류검사 담당관을 파견해 살피고, 연 1회 이상 살모넬라균 검사를 진행한다.

자조금관리위의 유통담당 관계자는 “현지 소비자들이 냉장육을 선호하는 만큼 장기적 수출 활성화를 위해선 우리도 냉장육 중심의 유통채널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신선 냉장육을 공급할 수 있는 콜드체인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민경천 위원장은 “구체적인 한우고기 수출전략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올해 중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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