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20일부터 1년여간 달걀유통센터 등서 점진 도입
시행 땐 식별번호 6자리 표시 포장재에 가금산물 이력번호도 내년 12월 전면시행 계획
유통업자 “비용 부담·책임↑” 소비자 구매 때 혼란 우려도
농림축산식품부가 11월20일부터 1년여간 가금 및 가금산물 이력제(이하 가금이력제)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시행기관인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최근 가금이력제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가금이력제는 가금류 사육부터 판매까지 모든 단계별 정보를 기록·관리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가금류 유통을 차단해 신속히 회수하는 제도다. 시범사업이 끝나면 곧바로 전면 시행된다.
하지만 가금업계 일각에선 “비용 부담만 늘어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범기간 동안 20%에서 70%로 대상업체 확대=정부가 가금이력제를 시행하는 것은 닭·오리 고기와 달걀 등 가금산물의 위생·안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살충제 성분 검출 달걀 사태 등으로 가금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력제 도입의 공감대가 확산됐다. 농식품부는 당시 달걀 안전대책의 하나로 가금이력제를 2019년부터 본격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가 차원에서 가금이력제를 추진하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농식품부는 우선 20일부터 2019년 5월까지 7개월가량 도계장과 달걀 등급을 판정하는 달걀유통센터(GP), 산란계 부화장 등 전국 100여곳 업체 가운데 20%(24곳)가량을 대상으로 생산·도축 단계의 이력제를 추진한다. 그리고 2단계(내년 6~9월)엔 대상 업체를 30%로 늘리면서 이력제 적용범위를 판매단계까지 확대하고, 3단계(10~12월 중)엔 70%까지 높이기로 했다. 이후 관련 법령 개정에 따라 내년 12월 중에 전면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가금이력제가 시행되면 생산단계에선 농장마다 거래내역서 등에 6자리의 식별번호를 표시하고 월별로 가금 사육·입식 현황을 축평원에 신고해야 한다. 또 농장간 이동이나 출하 때 가금 이동의 사전 신고도 의무사항이다.
도축·판매 단계에서도 생산이력과 연계된 가금산물(닭·오리 고기, 달걀) 이력번호 12자리를 포장재에 표시하고 유통주체별(도축·포장·판매) 거래정보도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축평원 측은 “가금이력제 도입으로 위해(危害) 사고 발생 때 추적·회수를 효율화하고 투명한 유통정보 제공을 통해 (가금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한단계 더 높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가 부정적…비용 부담 증가=하지만 가금업계 일각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비용 부담과 책임만 강화될 뿐 이력제 시행으로 나아질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달걀은 살충제 성분 검출 여파로 난각(달걀 껍데기) 표시가 강화된 마당에 이력번호까지 표시하게 돼 비용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올초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축산물 표시기준 개정에 따라 달걀 껍데기엔 생산자 고유번호와 사육환경번호가 표시되고 있다. 내년 2월부턴 산란일자까지 표기된다.
한 가금산물 유통업자는 “특란 달걀 한개를 생산비 수준인 100원대에 팔면서 포장재에 이력정보를 새기는 기계와 잉크 등 비용을 추가로 쓰는 만큼 생산원가 부담은 더 늘 수밖에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소비자의 혼란도 우려된다. 난각 표시와 이력번호가 함께 표기돼 있으면 달걀을 구매하는 데 혼동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축평원 관계자는 “농식품부가 식약처와 협의해 (난각 표시와 이력번호 표기에 대한) 개선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김태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