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 영농조합법인
서울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에 사과 출하 대금 못 받아
민사소송 제기하고 공론화
해당 업체 “직원의 사적 거래 우린 점포만 빌려줘” 발뺌
한 생산자단체가 시장도매인에게 3억원 넘는 농산물 출하대금을 떼일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경북 안동의 한 영농조합법인은 2017년 8월부터 14개월간 서울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이 운영하는 A농산에 13억6800만원 상당의 사과를 출하했다.
처음엔 비교적 대금정산이 잘 이뤄졌으나, 갈수록 A농산에서 대금정산을 미루는 일이 잦아졌다는 게 해당 영농조합법인의 주장이다.
당시 대금정산을 독촉하자 A농산의 직원은 거래처에 외상이 많다며 차일피일하기 일쑤였다.
해당 영농조합법인은 불안해하면서도 설마 도매시장에서 돈을 떼이겠느냐란 생각에 출하를 이어나갔다. “미지급금이 너무 많다”고 A농산에 연락하면 일부라도 출하대금을 입금해줬기 때문이다. 통장에 찍힌 출하대금 입금자는 ‘A농산’이거나 A농산 직원 이모씨 명의였다.
문제는 2018년 10월말에 터졌다. 이때부턴 출하대금이 전혀 입금되지 않았다. 황급히 A농산으로의 사과 출하를 중단했지만, 출하대금 미지급금이 3억6600만원으로 불어난 뒤였다.
해당 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사과 출하를 위탁해준 20여농가에 한동안 대금정산을 못하다가 결국 개인적으로 은행 대출을 받아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도매시장에 출하했다가 출하대금을 떼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하소연을 쏟아냈다.
결국 영농조합법인은 지난해 7월 A농산을 상대로 출하대금 미지급금 3억6600만원을 달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또 지난해 12월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문제해결을 도와달라는 민원을 넣었고, 최근엔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
이에 대해 A농산 측은 해당 영농조합법인에 추가로 정산할 금액이 없다는 입장이다. A농산에 정상적으로 송품장이 접수된 사과는 4억원 정도이며, 해당 금액에 대해서는 대금정산이 모두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A농산 대표는 “직원 이모씨가 A농산 직원으로 등록된 것은 맞지만 점포를 임대해준 것일 뿐”이라면서 “4억원 이외의 금액은 점포를 임차한 직원 이모씨와 해당 영농조합법인의 사적인 거래라 책임질 수 없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점포를 전대한 것은 맞지만, 출하대금 미정산은 점포를 임대한 상인과 해당 영농조합법인이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게 A농산 대표의 주장인 것이다.
시장도매인이 점포를 타인에게 임대해주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불법 전대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제74조 ‘거래질서의 유지’ 조항을 어긴 것으로, 경고부터 최대 1개월의 영업정지까지 행정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한편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의 출하대금 미지급 문제가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2009년에 강서시장 ‘백과청과’가 부도 처리되면서 출하대금 12억원이 지급되지 않아 큰 혼란이 야기됐다.
박현진 기자 jin@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