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 연구결과 발표 PET·뇌척수액, 기존 검사 비용 등 부담 65세 이전 18개, 이후 88개 유전자 구별
간단한 혈액 검사만으로도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여부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박영호 교수 연구팀(순천향대서울병원 한상원 교수·분당서울대병원 편정민 교수·황지윤 연구원·인디애나대학 노광식 교수·박탐이나 연구원)은 이같은 연구 결과를 알츠하이머병협회(Alzheimer’s Association) 공식 학술지 ‘Alzheimers & Dementia’(IF 13.1) 2월호에 게재됐다고 22일 밝혔다.
알츠하이머병은 기억력 감퇴와 인지 기능 저하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이다.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병이 진행될수록 뇌에 되돌릴 수 없는 손상이 생기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치료 개입이 중요하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은 병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진단을 받는다. 진단에 필요한 검사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널리 시행되는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 검사는 비용이 많이 들고, 뇌척수액 검사는 마취 후 요추에 바늘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일상적인 선별검사는 아니다.
이에 연구팀은 간단한 혈액 검사만으로도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여부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는 연구를 위해 분당서울대병원과 서울대병원에 등록된 알츠하이머병 환자 523명의 혈액 샘플을 RNA시퀀싱(세포 수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정밀하게 분석)으로 유전자 발현 양상을 분석했다.
그 결과 65세 이전 조기 발병 환자에게서는 18개, 65세 이후 후기 발병 환자에게서는 88개의 유전자가 정상인과 다른 양상으로 발현되는 점을 규명했다. 특히 후기 발병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SMOX, PLVAP 라는 유전자의 활성도가 크게 감소했는데, 이들 유전자는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인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침착과의 연관성이 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연구팀은 후기 발병군에서 ▲뇌세포 에너지 조절(AMPK 신호전달경로) ▲손상된 단백질 제거(유비퀴틴 매개 단백질 분해) ▲세포 내 청소 작용(미토파지) 등과 관련된 유전자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는 알츠하이머병의 병리 기전을 더욱 정밀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생물학적 단서다.
즉 알츠하이머병의 조기·후기 발병 여부에 따라 서로 다른 유전자 발현 특성을 보이는 것으로 혈액 속 유전자 발현 정보를 통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특징을 구별할 수 있는 단서를 찾았다는 점에서 조기 진단과 맞춤형 치료 전략 개발에 기여할 전망이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는 혈액 기반 유전자 발현 정보를 통해 알츠하이머병의 진행과 연관된 생물학적 경로를 규명하고, 조기 진단과 치료 타깃 발굴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향후 대규모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추가 연구를 통해 실제 임상 적용 가능성을 검증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병탁 기자 ppt@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