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서 지난해 세계 판매량 40% 16억개 팔려 고유 정체성 ‘정’...베트남에선 제사상에 올리기도 오리온, 올 8300억 투자…현지 공장 증설 등 추진
초코빵에 폭신폭신한 마시멜로가 들어 있는 ‘초코파이’를 한 번도 맛보지 못한 한국인은 드물 것이다. 이런 한국의 대표적인 과자가 러시아, 베트남 등 해외에서도 크게 사랑받고 있다. 이미 글로벌 국민 디저트가 된 초코파이 열풍에 힘입어 오리온은 글로벌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8300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식품기업으로 최근 5년 이내 최대 수준의 투자 규모다.
최근 오리온은 ‘글로벌 중장기 성장기반 구축’을 목표로 국내외에 83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먼저 충북 진천 통합센터에 4600억원을 투입해 축구장 26개 크기의 원스톱 생산기지를 건설한다. 올 중순 착공을 시작해 국내·해외 수출 물량을 모두 늘릴 계획이다.
러시아·베트남 등 해외 법인의 투자도 늘린다. 특히 러시아 법인은 현지 판매 물량이 6년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할 정도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공장가동률이 120%를 넘어섰지만, 초코파이 공급량이 늘 부족할 정도로 현지 반응도 뜨겁다. 실제로 지난해 러시아에서만 전 세계 초코파이 판매량의 40%에 해당하는 16억 개가 팔리기도 했다.
이런 초코파이 열풍에 힘입어 오리온은 올해 2400억 원을 러시아 현지에 투자한다. 트베리에 새로 공장동을 건설하고 비스킷·스낵·젤리 등 16개 생산라인을 증설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초코파이의 해외 인기비결은 뭘까?
오리온의 홈페이지 자료를 보면, 러시아의 초코파이 사랑은 꽤 오래됐다. 1990년대 초반 부산의 러시아 보따리 상인들 사이에서 초코파이가 인기를 끌자 1993년도에 수출을 시작했다. 2006년 트베리 공장에 이어 2011년 노보에 생산 공장까지 현지 공장을 설립했고, 2012년 트랜스지방 제로 실현 인증, 2014년 식품안전시스템인증을 받는 등 현지 소비자 맞춤 방안을 이어갔다.
또 2019년부터 러시아의 ‘다차’(텃밭이 딸린 시골 별장)에서 농사지은 베리류를 잼으로 먹는 현지 문화에 착안해 라즈베리·체리·블랙커런트·망고 등 잼을 활용한 초코파이도 출시했다. 이에 해외 법인 중 가장 많은 12종을 생산·판매하고 있을 정도로, 초코파이는 맛과 품질이 보장된 러시아의 국민과자로 자리 잡았다.
이와 관련 오리온 공식 유튜브의 한 영상에서 러시아인 에바는 러시아인의 초코파이 사랑을 전했다. 그는 초코파이 망고맛을 소개하며 “마시멜로 안에 망고잼이 적당히 들어있어 맛있다”며 “러시아에서 차를 자주 마시는데, 쌉쌀한 차를 마실 때 과자(초코파이)를 디저트로 같이 먹는다”고 전하기도 했다.
실제로 초코파이는 2011년 메드베데프 러시아 전 대통령이 차를 마시며 초코파이를 먹는 사진이 언론에 소개되며 ‘대통령도 즐기는 간식’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아울러 오리온 초코파이의 고유한 정체성인 ‘정’(情)이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자리 잡은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특히 베트남에선 조상에게 ‘정’을 전한다는 취지로 제사상에 초코파이를 올릴 정도로 국민간식으로 통용되고 있다.
이에 지난해 연매출 5000억원을 돌파하며 베트남 내 시장점유율 1위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성장세에 힘입어 오리온은 13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한다. 올 하반기 하노이 신공장 설립을 비롯해 쌀스낵·캔디·파이·젤리 라인 등을 순차적으로 늘릴 예정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1993년 첫 해외 진출 이래 지난 30년간 ‘성장·투자·성장’의 선순환 체계를 완성하며 해외 매출 비중이 65%를 넘어서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해외 전 법인이 매년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생산능력을 더 늘릴 중장기 기반을 공고히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은혜 기자 ehkim@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