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배우자 증여세 전액 비과세해야
입력 : 2025-04-07 00:00
수정 : 2025-04-07 05:00
최근 정치권 상속세 완화 움직임 
배우자 증여 비과세 언급은 없어 

평생을 함께 재산 일궈온 부부 
사전증여로 생활안정 기회 제공 

미국 등 해외에선 전액 비과세
18면_홍기용

1주택을 갖고 있어도 상속세를 걱정하는 시대가 됐다. 2000년 이후 부동산 가격이 크게 상승했음에도 상속세와 증여세의 과세표준과 세율이 한번도 개정되지 않아서다. 지금까지 ‘부자 세금’으로만 인식돼 왔던 상속세와 증여세가 이제는 중산층 세금이 됐다.

상속세는 기업에도 큰 영향을 준다. 기업이 성공하면 주주는 부자가 되기 마련인데, 이들의 상속에 대해 글로벌 추세에 어긋나는 너무 과중한 상속세가 부과되면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게 된다. 기업의 창업을 기피하게 되고 다른 나라로 자본을 유출하려 시도하며, 외국 자본의 국내 유입도 막게 된다. 이런 이유로 각국은 경쟁하듯 상속세와 증여세를 낮추려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14국은 상속세가 없으며, 나머지 국가의 최고세율 평균은 약 26%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대기업 대주주의 상속에 대해 세계 최고 수치인 60%가 적용된다.

최근에 정치권은 상속세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물가상승에 따른 세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자녀와 배우자에 대한 상속세의 공제금액을 일부 조정하는 수준이다. 여당은 전액 비과세, 야당은 기존 5억∼30억원에서 10억∼30억원으로 확대하겠다고 한다. 이런 여야의 움직임에는 배우자에 대한 증여세의 비과세 확대 부분은 아무런 언급이 없다.

최근 어느 기업가의 이혼소송에서 이혼 배우자에게 재산분할금 1조3808억원과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있었으나, 이 경우 증여세는 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함께 살고 있는 배우자에게 증여 시, 10년마다 6억원이 넘으면 증여세가 부과된다는 면에서 오히려 이혼 배우자가 유리한 측면이 있다. 이혼의 재산 분할은 혼인 기간에 형성된 자기 재산을 본인이 찾아가는 것으로 봐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함께 살고 있는 부부간 증여도 혼인 기간 동안 늘어난 자기 재산을 찾아가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점에서 증여세를 비과세할 충분한 논리적 배경이 된다.

1가구 1주택의 소유자인 피상속인이 사망하는 경우, 생존 배우자는 상속세가 전액 비과세되더라도 동 주택에서 계속 거주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피상속인의 자녀분 상속세를 내려고 주택을 매도해 생존 배우자는 피상속인을 잃은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함께 살아온 주택을 팔고 이사해야 한다. 이를 피하려면 배우자에게 생전에 미리 1주택을 증여할 수 있도록 부부간 증여세를 전액 비과세할 필요가 있다.

사업장을 둔 피상속인이 사망해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도 있다. 자녀가 있는 경우 막대한 상속세를 내기 위해선 일정 지분을 팔아야 해 지배력 상실로 인해 사업을 접을 수 있다. 배우자에 대한 증여세의 전액 비과세를 통해 기업을 중장기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함께 살아온 부부는 상대 배우자가 생존한 조건에서도 혼인 기간에 증가한 재산을 미리 증여함으로써, 각자 나름대로의 꿈을 실현하고 생활안정을 꾀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영국·캐나다· 호주 등 많은 국가에서는 배우자에 대해 상속세는 물론이고 증여세를 전액 비과세하고 있다. 배우자에 대한 상속세와 증여세는 동일 세대에 이뤄진다는 면에서 자녀 세대에 무상 이전하는 것과 같이 보면 안된다. 조속하게 배우자에 대한 증여세의 전액 비과세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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