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화염 일어 목숨 위협”…영농부산물 함부로 태우지 말아야
입력 : 2025-03-27 17:37
수정 : 2025-03-27 17:37
농촌서 영농부산물 불법 소각 잦아
건조한 대기와 바람에 화재 순식간
영농부산물은 파쇄 후 퇴비로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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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부산물 불법 소각 행위는 대표적인 산불 원인 중 하나다. 연합뉴스

농촌지역에서 발생하는 봄철 산불의 주된 원인 중 하나는 영농부산물 불법 소각 행위다. 본격적인 농사철을 앞두고 영농부산물을 태우다가 불이 바람을 타고 번지기 시작하면 대응이 쉽지 않아서다. 이에 영농부산물 처리 가이드라인 준수가 중요하다.  

27일 환경부 ‘영농부산물 적정 수거·처리 체계 수립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농작물 재배 과정에서 발생하는 뿌리‧줄기 등 생물성 부산물인 영농부산물은 법령상 ‘폐기물’에 해당한다.

영농부산물은 종량제 봉투 등에 분리 배출한 다음 파쇄기로 잘게 부숴 경작지에 살포해 퇴비 등으로 활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병충해 등으로 파쇄나 퇴비로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지방자치단체에서 수거해 일괄적으로 소각해야 한다. 개인이 논·밭두렁이나 농로 등에서 영농부산물을 태우는 행위는 불법에 해당한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농민들이 한 해 농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영농부산물과 쓰레기 등을 소각하는 일이 많다. 처리비에 부담을 느끼기도 하고, 수십 년간 해오던 관행이라 불법이라는 인식이 없기도 해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5∼2024년 발생한 산불 546건의 원인 중 쓰레기 소각과 논·밭두렁 소각은 각각 15%와 13%로 집계됐다.

농민들은 바람이 적은 날 야외에서 적당량의 쓰레기를 태우면 충분히 통제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봄철 날씨는 변덕이 심해 갑작스럽게 강한 바람이 불면서 불이 번질 수 있다.

실제로 2월26일 경기 포천시 선단동에서는 텃밭에서 나뭇가지 등을 태우던 70대 남성 A씨가 갑자기 치솟은 불길을 피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1월24일 전남 담양군에서는 80대 여성 B씨가 쓰레기를 태우다가 발생한 화재로 현장에서 사망했다.

특히 영농부산물을 태울 때 폐비닐 같은 가연성 폐기물까지 함께 태우는 일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영농부산물 등 소각 행위가 적발되더라도 처벌이 약하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산청·하동 산불이 번지고 있는 경남 지역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23일까지 관련 행위가 310건 적발됐지만 과태료 처분을 받은 사례는 없었다. 모두 단순 시정명령만 내려졌다. 다만 산불이 나면 방화 의도가 없었더라도 법적처벌을 받을 수 있다.

박경진 인제대학교 응급구조학과 교수는 “산과 인접한 농촌지역에서 영농부산물을 소각하게 되면 불씨 비산 등으로 산불과 같은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며 “영농부산물 소각이 근절되지 않는다면 현재보다 처벌을 강화하는 등 농민에게 경각심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방 관계자도 “농촌에서는 수십 년간 소각하며 한 번도 산불을 낸 적이 없다고 자신하는 분들이 많은데, 갑자기 들불이 나면 대피나 대응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연기와 불꽃에 휩싸여 순식간에 의식을 잃고 쓰러지게 된다”며 소각 행위 금지를 당부했다.

권나연 기자 kny0621@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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