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농기계, 제도·기술투자·개발의지, 삼박자 갖춰야 조기정착 가능”
[갈길 먼 자율주행 농기계](하) 현장 적용 활성화 방안은 해외와 기술격차 좁히려면 기술 검증 표준체계 마련 우선 자율주행 사고 대비 제도 준비도 농촌에 보급 확대하려면 저가 중소농기계 개발 지원 늘려 국내 지형에 적합한 제품 내놔야 정부의 지원책은 국제표준 데이터 통신기술 정비 농민 수요 많은 ‘키트’ 지원 검토
‘높은 가격과 낮은 기술력.’ 앞서 현장에서 꼽은 자율주행 농기계 확산이 더딘 이유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소형 제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업체 지원을 늘리는 한편, 업계에서도 우리나라 지형에 적합한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업계 지원과 농민 안전, 정보 보안을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본지가 정부·업계·학계 등 전문가 5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심층 설문조사 결과를 정리했다.
◆해외는 어떻나=미국·일본·독일·영국 등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기술격차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시영 농촌진흥청 스마트팜개발과장은 “해외에서는 이미 자율주행 농기계가 상용화돼 존디어(미국)·구보다(일본)·시에이치엔(영국) 등 글로벌 기업이 판매를 하고 있다”며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과 미국의 기술 격차는 2~3년으로 기술력을 높이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화범 대동 AI로봇기술개발팀장은 “해외에선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기 전에 해당 기술을 검증하는 표준체계를 먼저 마련했다”며 “한국은 완전 무인화 트랙터를 위한 기술 검증 표준이 아직도 마련되지 않아 기술 개발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혁주 한국농업기계학회장(순천대학교 융합바이오시스템기계공학과 교수)은 “자율주행 농기계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가 명확해야 한다”며 “일본·유럽·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농기계 등록제를 오래전부터 시행했지만 한국에선 2023년에서야 농기계 판매신고제가 도입됐다”고 꼬집었다.
◆제도적 기반 고도화하고 투자규모 늘려야=자율주행 농기계 보급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중소업체에 대한 투자규모를 늘리고 관련 법적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하종우 하다 대표는 “대형 업체들과 견줘 중소 업체들은 인공지능(AI)·정보기술(IT)·로봇기술이 융복합된 자율주행 농기계를 개발하기에 역량이 부족하다”며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소형 자율주행 농기계를 중소기업이 개발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정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정부의 실증·시범 사업에 참여하면서 운반로봇과 방제기 등을 개발해 사용하게 한 뒤 농가의 반응을 살펴 2∼3개월 주기로 기기를 개선하는데, 신속한 개발을 위해 각종 검인증을 최소화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 팀장은 “농촌은 기지국이 부족해 자체 실시간이동측위(RTK) 기지국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며 “자율주행 농기계가 24시간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정부가 통신망 속도를 높이고 기지국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학회장은 “한국은 다품목 소량 생산을 하는 데다 농지 밖에서도 농기계를 사용할 때가 많다”면서 “업체는 우리나라 지형에 적합한 제품을 내놔야 하고, 정부는 ‘도로교통법’ 등 안전 관련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해킹을 당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등 데이터 보안에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데이터 통신기술 개발 중…키트 지원 등도 검토”=정부는 다각적인 지원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장은 “무인 농작업 트랙터 부착 작업기와 소형 자율주행 농기계에 적용할 수 있는 국제 표준에 기반한 데이터 통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태섭 농림축산식품부 첨단기자재종자과장은 “지난해부터 자율주행 농기계를 구매할 때 동일 마력 기종 대비 융자금 지원을 10% 상향했다”면서 “농민 수요가 많은 자율주행 키트 지원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율주행 농기계의 작업구역 이탈 방지나 장애물 대응 등을 검정할 기준을 이른 시일 안에 고도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조영창 기자 changsea@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