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청 말린 시래기, 암 예방 성분 많아 풍부한 식이섬유는 독소‧노폐물 배출
‘겨울무는 산삼보다 좋다’는 속담이 있다. 무에는 겨울철 부족해지기 쉬운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고 암을 예방하는 성분이 들어 있어서다. 이처럼 우리 몸에 좋은 무의 잎과 줄기인 ‘무청’을 은은한 햇볕과 바람에 말리면 맛은 구수하고 영양은 풍부한 ‘시래기’가 된다.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 조상들의 먹거리가 돼줬던 시래기엔 어떤 효능이 있을까.
◆어원 불분명하지만 고마운 먹거리=우리는 흔히 무청 말린 것을 ‘시래기’, 배춧잎 말린 것을 ‘우거지’라고 부른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은 무청이나 배춧잎을 새끼 따위로 엮어 말린 것을 모두 ‘시래기’라고 정의하고 있다.
시래기의 어원은 명확하지 않다. 민간에서는 ‘채소 쓰레기’가 시래기로 변한 것 아니냐는 설과 ‘바싹 말라비틀어진 부시래기(부스러기의 사투리)’에서 왔다는 주장이 있다. 또 고대 산스크리트어(실담어)인 ‘실라게(silage·생목초)’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설도 있지만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분명한 것은 시래기가 먹거리가 풍족하지 않던 시절에 곯은 배를 채우는 동시에 부족한 영양소까지 채워줬던 고마운 채소라는 점이다.
경북 경주에 사는 박모씨(68)는 “어린 시절 겨울만 되면 어머니가 무청을 말린 시래기를 넣고 푹 끓여낸 된장국을 먹었다”며 “지금이야 된장국에 고기까지 넣는다지만 그땐 시래기도 귀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감기 걸렸을 때도 시래기”라며 “시래기 된장국 건더기를 건져서 보리밥에 고추장만 넣고 쓱쓱 비벼 먹으면 그게 감기약이었다”고 덧붙였다.
◆항암성분 풍부…식이섬유 무청보다 많아=무청 시래기의 가장 대표적인 효능은 ‘항암효과’다. 국립농업과학원에 따르면 시래기에는 인돌류, 이소티오시아네이트 등 암을 억제하는 성분이 무보다 더 많이 들어 있다. 이런 성분들은 위암을 비롯해 폐암, 간암, 췌장암, 유방암, 결장암 등을 예방하는 효과를 보였다.
식이섬유도 풍부하다. 시래기의 대표 성분인 식이섬유는 무청을 건조하는 과정에서 함량이 3~4배가량 늘어난다. 풍부한 식이섬유는 위와 장에 오랜 시간 머무르며 포만감을 주고 배변 활동을 원활하게 한다. 특히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장내에 있는 독소와 노폐물을 배출시켜 대장암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국립농업과학원에 따르면 고혈압이 있는 쥐에게 5주간 5%의 무청 시래기를 첨가한 식이를 제공한 결과, 시래기를 먹지 않은 대조군과 견줘 혈압이 23% 낮아졌다.
뼈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시래기에는 비타민C·D를 비롯해 엽산, 칼륨, 칼슘, 철분 등이 들어 있다. 칼슘과 비타민D는 뼈를 튼튼하게 해 골다공증을 예방하며, 철분은 빈혈에 좋다.
◆좋은 시래기를 고르고 맛있게 먹으려면=시래기는 줄기와 잎이 너무 질기지 않고 녹색빛이 도는 것을 골라야 한다. 무청을 건조할 때 직사광선에 노출되지 않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말려야 녹색을 유지하면서 영양소도 파괴되지 않는다. 국내산은 줄기가 굵고 부서진 부분이 적지만, 중국산은 줄기가 가늘고 부서진 부분이 많은 것이 다르다.
시래기는 보통 무침과 된장국으로 많이 먹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찌개나 조림에 사용되기도 한다. 시래기 고등어조림을 비롯해 시래기 감자탕, 시래기 찜닭 등이 대표적이다.
시래기를 불리거나 데쳐서 물기를 짠 후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불린 쌀과 함께 밥을 짓거나 죽을 만들어도 별미다. 쌀과 함께 끓이기 전에 시래기를 국간장(조선간장)이나 된장양념으로 무치는 것도 좋다.
시래기는 물에 불리거나 데쳐서 헹군 후 물기를 빼고 용도에 맞게 자르거나 통으로 길게 사용하면 된다. 사용하고 남은 것은 서늘하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 보관하거나 데쳐서 물기를 짠 후 냉동 보관하면 된다.
권나연 기자 kny0621@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