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쌀’ 개발해 소비자 입맛 잡기 ‘사활’
입력 : 2025-01-18 19:00
수정 : 2025-01-18 19:00
고품질 유기농 쌀 곡성 ‘백세미’ 
평택 ‘혈당강하쌀’ 당뇨개선 도움 
기능성·차별화로 판매확대 기대
17일 전남 곡성 석곡농협 저온창고에서 설을 앞두고 직원들이 ‘백세미’ 선물세트 포장작업을 하고 있다.

“더이상 평범한 쌀로는 제값을 받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소비 감소와 경쟁 심화로 국내 쌀시장이 레드오션이 되면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산지의 몸부림이 거세다. 특히 차별화한 품종과 품질관리, 상품 기획에 기반한 ‘프리미엄 쌀’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산지가 눈에 띈다.

대표적인 프리미엄 쌀 브랜드인 전남 곡성 석곡농협의 ‘백세미’는 수년째 완판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밥을 지었을 때 구수한 향이 나는 향미쌀인 ‘백세미’는 고품질 유기농 쌀로 명성이 자자하다. 현재 주요 백화점은 물론 전국 농협하나로마트, 다수의 온라인몰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호주 등으로 해외 수출도 성공했다.

‘백세미’의 인기 비결은 철저한 품질관리에 있다. 전량 계약재배로 육묘·이앙·수확·건조·저장·가공까지 모든 과정에 석곡농협이 직접 관여하고 농가 교육도 엄격히 한다. 이는 ‘백세미’가 고가에 판매되는 밑바탕이기도 하다. ‘백세미’의 시중가는 10kg들이 한포대에 6만원 안팎으로, 일반미에 비해 1.5∼2배 비싸다. 한승준 조합장은 “품질 유지에 있어서는 어떠한 상황과도 타협하지 않는다”며 “이러한 노력이 쌓여 지금의 ‘백세미’가 존재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농협이 함께 브랜드 육성에 나선 사례도 있다. 경기 화성시의 쌀 브랜드 ‘수향미’가 이에 해당한다. ‘수향미’의 품종은 ‘골든퀸3호’다. ‘골든퀸3호’는 누룽지향이 나는 향미로, 입소문을 타면서 이 품종만 찾는 소비자가 생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화성시와 지역농협들은 지역쌀의 품질 향상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2021년 민간업체로부터 ‘골든퀸3호’ 품종 전용실시권을 취득했다. 사실상 해당 품종을 독점 생산·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능성 쌀로 도전장을 내민 곳도 있다. 경기 평택 안중농협은 당뇨 개선에 도움을 주는 ‘혈당강하쌀’로 인기몰이 중이다. ‘혈당강하쌀’은 인슐린 대체 물질로 당뇨 치료에 이용되는 바나듐 성분을 함유했다. 최근 혈당 관리를 통해 체중 감소 효과를 보는 ‘혈당 다이어트’가 크게 유행하면서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이재일 안중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 장장은 “평택지역 특화 품종인 ‘꿈마지’ 쌀을 활용해 민간업체와 함께 ‘혈당강하쌀’을 개발했다”며 “‘혈당강하쌀’과 ‘꿈마지’ 쌀을 함께 구성한 선물세트도 조만간 출시해 전체 쌀 판매량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여주시는 쌀 브랜드에 대놓고 ‘프리미엄’이라는 문구를 내세웠다. 공식 명칭은 ‘여주대왕님표 프리미엄 진상미’다. 이 제품은 여주에서 생산하는 고품질 ‘진상미’ 가운데 단백질 함량 6% 미만의 쌀알만 엄선해 담았다. 정확한 단백질 함량 분석을 위해 매입한 진상미를 도정 전까지 시간 단위로 검사한다. 전재승 여주시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 본부장은 “화려한 광고보다는 정말 맛있는 밥맛으로 승부해보자는 각오로 상품을 기획했다”며 “전략이 적중했고 출시한 지 얼마 안돼 대형 백화점에 입점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농협중앙회가 발표한 쌀 소비 트렌드 보고서에서도 프리미엄 쌀 소비 증가가 확인된다. 2023년 농협하나로마트의 미곡류 매출액은 약 5500억원으로, 2020년보다 17%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향미 등 프리미엄 쌀은 20억7900만원에서 58억6700만원으로 182% 늘었다.

하지만 트렌드만 좇아 특정 품종으로 생산이 몰리거나 고비용을 들여 프리미엄 쌀 생산에 나서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신운락 농협양곡 본부장은 “프리미엄 쌀 시장도 경쟁이 심화하는 만큼 기획단계에서 품질 확보 방안과 스토리 마케팅 등 상품 차별화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난 기자 kimna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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