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통해 지친 심신 달래는 ‘숲속 아지트’
입력 : 2024-10-07 00:00
수정 : 2024-10-07 05:00
[다가올 60년, 미래 먹거리는] (4) 치유농업
전북 완주 ‘드림뜰 힐링팜’ 
원예·요리 등 프로그램 다채 
소외이웃 사회복귀 지원 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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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완주에 있는 드림뜰 힐링팜에서 인근 복지시설 노숙인들이 농산물로 전을 부치고 있다. 일부는 발달·정신 장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은 심리 치료를 위해 한달에 두번씩 농장을 방문한다. 사진=이종수 기자

‘치유농업’이란 용어가 현장에 자리 잡은 지 수년, 농업 현장에선 어떻게 치유농업이 이뤄지고 있을까. 2일 전북 완주에 있는 ‘드림뜰 힐링팜’에서 진행된 치유농업 프로그램 현장을 찾았다.

 

전북 완주군 소양면엔 신선한 꽃향기와 염소 울음소리가 가득한 드림뜰 힐링팜이 있다. 이곳은 치유농업사 송미나 대표가 2012년 설립한 치유농장이다. 송 대표는 약 1만㎡(3000평) 규모의 농장과 660㎡(200평) 크기의 온실에서 꽃과 식물을 활용한 원예 치유, 염소·토끼 등과 교감하는 동물 치유, 농산물로 음식을 만들어보는 요리 치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2021년 17회 생활원예 중앙경진대회에서 치유농업 부문 농식품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이종훈 군농업기술센터 농촌지원과 주무관은 “드림뜰 힐링팜은 단일 프로그램만 운영하는 여타 농장과는 달리 원예·산림·동물 자원 등을 복합적으로 제공하는 우수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날은 전북 전주에 있는 복지시설에서 노숙인과 발달장애·정신장애가 있는 8명이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들은 한달에 두번씩 농장에 방문하며 사회 복귀를 위한 농업 치유를 받고 있다. 이번이 7번째 방문으로, 송은혜 치유농업사가 강사 4명과 함께 전 부치기와 온실 산책, 요가를 진행했다. 강사들은 활기찬 목소리로 체험객을 반겼다.

“다들 2주 동안 잘 지냈는지 궁금하네요. 오늘은 뭐 하기로 했죠? 가을 농산물로 전을 부치기로 했죠. 자, 가을에 나오는 농산물이 뭐 있는지 아는 사람 말해볼까요?”

참가자들은 천천히 배추나 가지 등 농산물 이름을 답하고 조를 나눠 전을 부쳤다. 참가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사들과 정서적 교감을 쌓으며 소통이 원활해졌다. 참가자 김미나씨(가명)는 “시설에 가면 말을 하지 않던 분도 치유농장에 오면 신나게 대답한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내내 강사들은 참가자와 눈을 맞추고 말을 걸었다. 송 대표는 “치유농업이 단순 농촌 체험이 아니라 치료인 이유는 반복과 교감”이라며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문화생활이 가능하다는 걸 느끼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부치기가 끝나고 참가자들은 야외로 나가 쑥과 유칼립투스·라벤더 같은 향기 나는 식물을 만지며 산책했다. 이경덕씨(가명)는 “바닷속에 있는 것처럼 고요하고 편안하다”며 “복지시설에서 치유농업 경험은 정말 소중한 기회”라고 말했다.

드림뜰 힐링팜이 어떤 공간이 되길 바라는지 묻자 송 대표는 ‘아지트’라고 답했다.

“삶이 어려운 분들이 언제든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 아지트가 되고 싶어요. 도시 사람들도 농촌에 애정을 쌓을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완주=정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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