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고기 경락값 상승…추석 소비가 관건
입력 : 2024-08-22 15:20
수정 : 2024-08-23 05:00
여름휴가·럼피스킨 방역 영향 
대기물량 많아 값 오름폭 제한 
경기위축 명절 특수 기대 적어 
수요 부진할땐 약세 오래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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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투데이

추석 대목을 앞두고 한우고기 경락값이 반짝 상승해 농가들의 기대감이 커진다. 하지만 출하 대기물량이 많고 소비 진작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기대만큼 상승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12∼16일 한우고기(거세우) 경락값은 1㎏당 평균 1만7928원을 기록했다. 거세우 경락값은 6월 하순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여왔다.

6월 마지막 주간(24∼28일) 평균 1만6295원이던 경락값은 7월 둘째주부터 1만7000원대로 올라섰다. 이후에도 꾸준히 상승해 이달 13일 1만8000원대를 돌파했다. 20일 1만7935원으로 소폭 하락했지만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

최근 나타난 상승세는 여름 휴가철과 럼피스킨 발생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된다. 12일 경기 안성 한우농장에서 럼피스킨이 나타나면서 방역당국은 인접 시·군 11곳에 있는 농장 등에 48시간 동안 ‘일시이동중지명령(Standstill·스탠드스틸)’을 내린 바 있다.

김성환 농협음성축산물공판장 경매실장은 “최근 대형마트에서 휴가철을 맞아 할인행사를 하는 등 구이류 수요가 늘어난 상황”이라며 “정부 방역조치로 출하물량이 줄면서 가격이 오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상승세는 추석 대목에 돌입하는 이달 하순부터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에 따르면 추석 5주 전(8월11∼17일) 한우 도축마릿수는 2만3635마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도축마릿수(2만2937마리)보다 3% 늘어난 수치다.

또 축산물이력제 데이터랩 분석 결과 7월 한우(수컷) 30개월령 사육마릿수는 2만9823마리로 지난해(2만6859)보다 11%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31개월령 사육마릿수도 1만2908마리로 지난해(9353마리)보다 38% 늘었다.

지난해 거세우 평균 출하월령이 31.1개월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올 9월 출하할 물량이 지난해보다 많다는 추정이 가능한 상황이다.

강병규 농협경제지주 축산지원부 한우기획팀 선임연구위원은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다보니 추석 대목 값 상승을 예상해 출하를 지연한 농가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출하물량이 지난해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돼 가격 또한 작년 수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소비 여건을 부정적으로 본다. 조규용 태우그린푸드 상무는 “금리인하 등 한우고기 소비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이 지연되고 있어 올 추석 소비가 크게 진작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난해엔 과일가격이 유례없이 높아 한우고기 선물세트 소비가 반사 이익을 봤는데, 올해는 과일가격이 낮아 이같은 효과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추석 이후를 주목한다. 연말까지 소비를 진작시킬 수 있는 특별한 대목이 없기 때문에 추석 기간 충분한 물량을 소화하지 못한다면 불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이동명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교육조사부 팀장은 “지난해에도 추석 이후 올해 설까지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를 보였다”며 “올해 사육마릿수가 많기 때문에 당초 업계 예상보다 가격 약세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표유리 GS&J 인스티튜트 책임연구원은 “지난해에는 확실히 추석 특수가 있었는데, 올해는 그만큼의 수요가 받쳐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대목에 초과 공급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약세장이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minwoo@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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