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국가배상 판결…수용기간 1년마다 8000만원씩
입력 : 2024-08-02 14:16
수정 : 2024-08-02 14:16
지난해 연말부터 배상판결 이어져
부랑자 강제수용, 공권력 부당행사
형제복지원 피해자 소송 전국 30여건
정부, 항소…선례 위해 대법원 판단 구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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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마친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비록 1심이지만 지난해부터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이 이어지고 있어 향후 다른 재판 결과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이상원 부장판사)는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6명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총 14억4000만원과 지연이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적법한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채 임의로 형제복지원에 수용돼 신체의 자유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당했다는 점이 인정되고, 국가는 이에 대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원고는 2022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에서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로 인정받은 이들이다. 이 같은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제기한 국가 배상 소송은 전국적으로 30건 이상으로 파악된다.

앞서 지난해 12월21일 서울중앙지법은 피해자 2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국가가 145억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올해 1월31일에는 피해자 1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국가가 45억3500만원을 배상하라고 결론냈다. 수용기간 1년마다 8000만원씩 계산한 것으로 모든 소송에서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정부는 재판에서 다른 형제복지원 손해배상 소송에서처럼 시효가 완성돼 배상받을 권리가 소멸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과거사정리법상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에 해당하므로 민법(10년)과 구 예산회계법(5년) 등에 따른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부는 앞선 판결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통상 중요 국가 소송에서는 법규의 해석과 적용에 관한 법원의 의견을 확인하고 다른 사례에도 적용될 수 있는 선례로서 법해석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대법원까지 판단을 구하는 사례가 많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60년 7월20일부터 1992년 8월20일까지 경찰 등 공권력이 부랑인으로 지목된 사람들을 민간 사회복지법인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하고 강제노역과 폭행, 가혹행위를 일삼은 사건이다. 일부 피해자들은 수용 중 사망하기도 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2022년 8월 이 사건을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판단했다. 정확한 수용규모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형제복지원이 매월 발간한 ‘새마음’지에 따르면 1975년부터 1986년까지 3만8000여명이 수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박병탁 기자 ppt@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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