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연체 악순환 고리 끊어내려면 변제지체 상태, 지속확률 높아 가계대출 급증으로 위험 커져 연체기간 따라 3가지 운영해 상환연장·이자감면 수혜가능
한번 대출을 연체한 차주는 1년 뒤에도 연체 중일 확률이 절반 가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연체가 흔히 발생하는 일은 아니지만 일단 연체의 늪에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연체의 지속성을 고려할 때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의 채무조정제도 등을 활용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연체자 두명 중 한명은 채무 미상환 반복=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가계부채 연체의 지속성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한번 연체를 경험한 차주는 1년 후에도 여전히 연체 상태일 확률이 절반 가까이 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 3분기까지 코리아크레딧뷰(KCB)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차주 가운데 30일 이상 연체 차주의 비율은 월평균 1.7%, 90일 이상은 1.3%, 120일 이상은 1.2%로 집계됐다.
금융연구원은 30일 이상 연체 중인 차주가 1년 뒤에도 여전히 연체 중일 확률은 48.7%, 2년 뒤에도 연체 중일 확률은 31.8%로 분석했다. 90일 이상 연체 중인 차주가 1년 뒤에도 90일 이상의 연체를 보유할 확률은 52.1%, 120일 이상 연체 중인 차주가 1년 뒤 120일 이상 연체를 할 확률은 54.2%로 추정했다.
김현열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연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매우 소수의 차주에 한해 드물게 일어나지만, 한번이라도 연체를 겪는다면 해당 차주는 비교적 장기간, 반복적으로 연체에 처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 증가…연체율 ‘빨간불’=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연체율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30일 기준 702조7020억원으로 4월말(698조30억원)보다 4조6990억원 늘었다. 지난 3월 전월 대비 2조2238억원 줄었던 가계대출 잔액은 4월과 5월 두달 연속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대출 종류별로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모두 늘었다.
전문가들은 연체율이 늘어난 상황에서 급격한 가계대출 증가는 대출 부실 우려를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형삼·송기종 NICE신용평가 연구원은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가려진 또 다른 위험, 가계와 개인사업자 대출’ 보고서에서 “은행과 저축은행 업권의 연체율은 코로나19 확산 직후와 비교해 크게 상승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그런 원인을 두고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대출이 실행되지 못하거나 대출한도가 축소됐을 열위한 차주에게 정책성 지원자금 등의 일환으로 과잉대출이 실행되면서, 그 과정에서 발생한 잠재부실이 최근의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고 진단했다.
◆채무조정제도 이용해 연체 악순환 고리 끊어야=연체의 악순환 고리를 끊지 못하는 차주는 신복위의 채무조정제도를 이용해 채무상환 부담을 덜 수 있다.
신복위 채무조정은 연체기간에 따라 ▲신속채무조정(30일 이하) ▲사전채무조정(31일 이상 ~ 89일 이하) ▲채무조정(90일 이상)으로 나뉜다.
신속채무조정은 채무를 정상적으로 상환하고 있지만 잠재적 연체자가 될 확률이 높거나, 연체기간이 30일 이하인 차주가 이용할 수 있는 제도다. 기한연장·상환연장 등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원금을 감면해주거나 이자율을 크게 축소하지는 않아 채무조정 수준이 낮다.
사전채무조정은 실직, 휴·폐업, 소득감소 등 일시적으로 채무상환이 어려운 채무자를 지원해 연체의 장기화를 예방하는 제도다. 채권이 부실화되기 이전인 1∼3개월 단기연체자가 대상이다. 연체이자 경감, 이자율 감면, 상환기간 연장 등을 통해 채무를 조정한다.
금융기관 채무연체가 90일 이상 됐다면 채무조정을 상담받을 수 있다. 채무조정은 이자감면·분할상환·채무감면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채무조정을 신청하면 다음날부터 본인과 보증인에 대한 추심이 즉시 중단된다.
남주하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하나금융연구소 하나금융포커스 보고서에서 “신속·사전 채무조정제도는 잠재·단기 연체자들이 장기 연체자로 전락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서 중요한 의의를 지니고 있으며, 신용회복을 위한 긍정적인 효과가 큰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편 정부는 4월2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던 신속·사전 채무조정 특례제도 운영기한을 연말까지 연장했다. 저신용·저소득자의 채무조정 신청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신속채무조정 특례는 연체가 30일 이하이거나 연체는 없지만 연체 위기에 놓인 과중채무자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다. 과중채무자란 개인신용평점이 하위 20% 이하 차주·실직자·무급휴직자·폐업자 등을 뜻한다. 사전채무조정 특례는 연체가 31일 이상 89일 이하인 채무자 중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 만 70세 이상 고령자 등을 대상으로 한다.
최소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