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농업보조금 기능 재정비해야...농업총생산액 대비 비중 확대를”
농협경제연구소 보고서 WTO체제 아래 시사점 분석 최소허용보조 적극 활용해야
농가소득 증대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농업보조금을 확대·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농협경제연구소는 최근 이런 내용이 담긴 ‘세계무역기구(WTO) 체제하에서 주요국 농업보조금 운용사례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선진국과 국내 농업보조금의 운영사례를 비교·분석했다.
농업보조금은 농업분야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용되는 재정으로, 수출보조와 국내보조로 구분한다. 이 중 국내보조는 다시 허용보조(GB)와 감축대상보조로 구분한다. 허용보조는 생산이나 무역을 최소한으로 왜곡하는 보조로 요건만 갖추면 무제한 지급이 가능하다. 일반서비스·식량안보공공비축·국내식량원조·생산자직접지불 등이 해당한다.
감축대상보조는 특정 농산물의 생산이나 가격에 영향을 줘 무역을 왜곡한다고 WTO가 규정했다. 농업보조총액(AMS), 최소허용보조(De-minimis), 생산제한하 직접지불(Blue Box), 개발도상국 개발보조(Developement Box) 등이 속한다. 그중 농업보조총액과 최소허용보조는 일정한 지급 상한을 넘길 수 없는 보조금이다. 각 국가는 1995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이후 농업보조금 축소를 결의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 선진국은 감축대상보조를 축소하고 허용보조를 늘리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일본과 EU는 30% 이상이었던 농업총생산액 대비 감축대상보조 비율을 1995년 이후 10% 이하로 낮췄다. 미국은 1995년 25%였던 농업총생산액 대비 허용보조 비율을 2020년 50%까지 늘렸고, EU도 같은 기간 이 비율을 9%에서 18%까지 확대했다.
농협경제연구소는 이같은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우리나라 농업보조금 기능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봤다. 먼저 농업보조금의 양적 확대를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농업총생산액 대비 농업보조금 비중이 17.3%로 미국(60.4%)·일본(34.9%)·EU(21.7%)보다 낮은 편이다. 여기에 올해부터 수출보조가 전면 폐지된 가운데 내년엔 자유무역협정(FTA) 피해보전직불이 일몰을 앞둔 만큼 농업보조금 총액을 높이고 관련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허용보조의 질적 고도화도 제언했다. 우리나라 국내보조에서 허용보조가 차지하는 비율은 90% 수준으로 선진국과 비슷하다. 하지만 이 중 국내식량원조 비중은 0.8%에 불과해 90%에 달하는 미국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편이다. 농협경제연구소는 “국내식량원조는 취약계층 복지와 우리농산물 수요 기반 구축을 동시에 해결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므로 관련 정책 확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최근 취약계층에게 국산 농식품 구매 쿠폰을 지원하는 바우처사업의 대상과 규모를 확대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보고서는 공익직불제 확충방안으로 EU가 운영하는 청년직불제와 녹색직불제 사례를 참고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최소허용보조를 적극 활용도 권고했다.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으로 최소허용보조 지급액이 허용한도에 미치지 못하는 1%대에 머무르고 있다. 최소허용보조는 감축대상보조에 속하지만 농업총생산액 또는 품목생산액의 5%(선진국 기준)까지는 제한 없이 쓸 수 있다. 보고서는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최소허용보조 지급액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며 “현재 농업환경은 기후변화 등으로 불안정 요소가 항상 존재하는 만큼 융통성을 가지고 최소허용보조를 운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