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축산이 뜬다] AI로 기침소리 구별…돼지 호흡기질병 꽉 잡아
입력 : 2024-03-28 16:41
수정 : 2024-03-29 05:00
[스마트축산이 뜬다] (4) 최첨단 아파트형 돈사 운영 ‘위너팜’ 
3층 규모 1만2000마리 사육 
축분 냄새 안나고 생산성 높아 
최적 환경 유지 사료 자동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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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 위너팜 안태우 대표가 축사 내 돼지 기침을 감지하는 센서를 소개하고 있다. 위너팜

경남 합천 위너팜(대표 안태우)은 최첨단 시설을 갖춘 아파트형 돼지축사를 운영한다.

아파트형 축사는 내진설계가 의무여서 내구성이 높다. 또한 수세식 변기처럼 돼지분뇨가 농장 하수도로 물과 함께 쓸려 내려가면서 별도로 정화 처리된다. 안태우 대표는 “2018년 12월 농장을 설립한 이후 냄새 민원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축사는 모두 3층으로 지어졌다. 연면적은 1만314㎡(3120평)에 이른다. 이곳에서 전체 1만2000여마리를 돼지무리(돈군)별로 각 층에 나눠 사육한다. 외부 접촉을 최소화해 질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높은 초기 비용은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안 대표는 “건설비만 150억원에 달했다”면서 “건립 초기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농장경영이 궤도에 오르면서 투자금 회수는 현재 끝난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로 위너팜의 연매출은 지난해 기준 76억여원이고 영업이익률은 13%대로 높은 편이다.

이같은 성과는 높은 생산성 덕분에 가능했다. 돼지 한마리당 연간 이유마릿수(PSY)는 국내 최상위 수준인 30마리에 달하고, 새끼돼지(자돈) 1등급 이상 출현율은 76%로 전국 평균(70.3%)보다 6%포인트가량 높다.

생산비 절감 성과도 크다. 데이터를 활용해 돈군별로 맞춤 사료를 제공해 낭비하는 사료가 없도록 고안한 덕이다. 국내 일반농가에서 자돈 한마리당 한달 사료비는 평균 3만5100원이 든다. 위너팜은 20%가량 낮은 수준이다. 위너팜은 돈사별로 다른 자동 급이시스템을 사용하는데, 자돈사에는 액상 급이시스템을 설치해 체중별 최적의 배합비로 사료를 제공한다.

한여름엔 쿨링패드(냉각판)를 도입해 에너지효율도 높였다. 혹서기에 쿨링패드를 우선 가동해 돼지 체열을 낮추고 이후에 냉방기를 추가해 전기 사용을 줄이는 방식이다. 시원한 환경을 조성하면서도 온습도가 급격히 달라지 않도록 해 온도 변화에 민감한 돼지의 건강을 지킨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돼지 호흡기질병도 예방한다. 돼지는 호흡기질환에 특히 취약해 기관지가 불편하면 사람처럼 똑같이 기침을 한다. AI는 돈사 내 소음을 분석해 돼지 기침소리를 구별하고, 호흡기질환 발생 유무나 가능성을 판단한다.

안 대표는 “돈사 내외부의 온습도 데이터를 축적하면서 돼지 기침소리 데이터까지 함께 분석하면 각 돈사에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한눈에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축산업에 미래를 걸고 막대한 비용을 투자한 안 대표이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축산업을 홀대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원래 매입해둔 부지가 있었지만 허가가 나지 않아 새로 마련했고, 이마저도 지자체와 행정소송이 생겨 5년 반이 지나서야 겨우 첫삽을 뜰 수 있었다”며 “축산업 규제가 비현실적으로 엄격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재도 59만5040㎡(18만평) 부지를 준비해 제2농장 건설을 준비 중이지만 행정소송이 또 발생해 착공도 못하고 있다”면서 “우리 사회가 축산업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합천=이연경 기자 world@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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