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균우유 수입량 ‘역대 최대’…국산 우유 설 자리 좁아지나
입력 : 2024-01-25 16:59
수정 : 2024-01-26 05:00
온·오프라인서 점유율 증가세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 공략 
아직까지 파급력 높지 않지만 
관세 철폐 등 잠재력 경계해야
지난해 멸균우유 수입량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수입 멸균우유.

멸균우유 수입량이 심상치 않다. 원유 생산비가 급등해 국산 우유 가격이 오른 틈을 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국내 시장을 빠르게 파고든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실태와 전망을 짚어본다.

 

◆유통업계 수입 멸균우유 취급 속속 나서…편의점도 가세=23일 오후 2시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신선 유제품이 보관돼 있는 냉장매대 앞이 소비자로 북적였다. 많은 소비자가 국산 흰우유를 꼼꼼히 들여다보며 구매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었다. 그런데 매대 한편에 마련된 수입 멸균우유 코너 앞을 서성이는 소비자도 적지 않았다.

이곳에서 판매 중인 폴란드산 멸균우유제품 ‘믈레코비타’의 최저 소비자가격은 1ℓ당 1980원. 국산 우유제품 가격이 900㎖당 2900원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40% 이상 낮다.

현장에서 만난 전업주부 장모씨(46)는 “수입 멸균우유를 구매해본 적은 없다”면서도 “국산 우유 가격이 더 오른다면 앞으로 외국산 멸균우유 구매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 본사 관계자는 “2023년 수입 멸균우유 매출은 전년 대비 5%가량 신장했다”며 “폴란드산 멸균우유를 중심으로 소비자 반응이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수입 멸균우유는 온라인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마켓컬리·네이버·쿠팡 등 웬만한 온라인 쇼핑몰에선 독일·프랑스·호주 등지에서 수입한 다양한 멸균우유제품이 구색상품 형태로 팔리고 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지난해 멸균우유 판매량이 전년보다 10%가량 늘었다”며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확보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최근 편의점도 수입 멸균우유 취급 대열에 가세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24일부터 일부 매장에서 ‘믈레코비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판매 가격은 1ℓ 기준 2100원으로 대형마트(1980원선)보다는 조금 높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CU에서 판매하는 국산 우유제품 대비 최대 46% 저렴해 시장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멸균우유 수입량 지난해 역대 최대…국산과 가격 차가 주요인=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산 멸균우유는 3만7407t이 수입됐다. 역대 최대치다.

멸균우유 수입량은 2014년 275t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8년 4291t을 시작으로 급격히 증가해 2019년 1만484t, 2020년 1만1476t, 2021년 2만3284t, 2022년 3만1462t등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멸균우유 수입 대상국은 모두 9개국이었다. 물량 기준으로 폴란드(89%)가 가장 비중이 컸다. 이어 호주(4.1%)·독일(3.9%)·프랑스(2.2%)가 뒤를 이었다.

멸균우유 수입량이 급증한 데는 국산 우유와 가격 차이가 큰 게 결정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흰우유용 원유 가격은 1ℓ당 1084원이다. 이같은 원유 가격이 반영된 시중 흰우유 가격(소비자가격)은 1ℓ당 2000원 후반대에서 3000원 초반대를 형성한다.

반면 폴란드산 멸균우유의 1ℓ당 평균 수입단가는 0.8달러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관세(6.7%)를 적용한 국내 도착가격은 1200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한 멸균우유 수입업체 관계자는 “국산 우유와 가격 차이가 1ℓ당 1000원 이상 나기 때문에 맛과 품질보다는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심리를 공략 중”이라고 밝혔다.

◆수입 멸균유 당장 파급력은 낮지만 잠재력 경계해야=물론 전체 국내 우유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수입 멸균우유 파급력이 그리 높지는 않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지난해 기준 국내 원유 생산량은 193만t으로 수입 멸균우유 점유비는 2% 남짓이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성으로 해외 원유값도 상승 추세여서 수입 여건이 호락호락한 것만은 아니라는 게 일부 수입업체 관계자의 귀띔이다.

한 수입업체 대표는 “수입 멸균우유 가격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사료값 인상으로 이전보다 30%가량 높아진 상황”이라며 “현재도 예멘 반군이 선박을 공격해 수에즈 운하 항로가 막혀 운임비가 급격히 치솟는 탓에 수입업체들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유가공업체 관계자는 “수입 멸균우유가 점유율을 확대하려면 카페 프랜차이즈업체 등 대형 수요처를 공략해야 하는데 국내 유가공업체 납품단가가 외국산과 큰 차이가 없다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향후 FTA에 따라 수입 관세가 철폐되고, 전체 우유 소비량이 줄어드는 등 소비환경이 변화화면 수입 멸균우유의 영향력은 점차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EU와 미국산 유제품은 FTA에 따라 2026년 관세가 사라진다.

김동욱 서울우유협동조합 과장은 “우유를 찾는 소비자들의 구매 기준이 다양화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관세 철폐 영향으로 가격이 더 낮아진다면 가격을 중시하는 고객을 중심으로 소비가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민우 기자 minwoo@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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