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공생미생물)인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가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 감염 완화에도 도움을 준다는 국내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권미나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미생물학과 교수 연구팀(김승일 박사)은 사람 유래의 프로바이오틱스를 발굴해 실험용 생쥐에게 경구로 투여한 결과, 항바이러스 물질이 증가에 따른 폐 면역성이 증진을 확인했다고 29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에 최근 게재됐다.
우리 몸에는 100조개에 이르는 다양한 미생물이 군집을 이루고 있다. 특히 장내에 존재하는 ‘프로바이오틱스’는 체내 소화효소로 분해되지 않은 성분들을 발효시켜 영양소와 에너지의 공급을 돕고 인체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장 건강을 위한 보조식품으로 프로바이오틱스를 함유한 제품들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지만,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외부에서 들어오는 항원에 직접 대응하는 폐와의 상호작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작용방식이 알려진 바 없다.
연구팀은 프로바이오틱스와 폐 사이의 상호작용을 확인하기 위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실험용 생쥐를 대상으로 프로바이오틱스를 주입한 생쥐와 그렇지 않은 생쥐를 나눠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한 생쥐는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감염에 따른 폐 손상이 완화됐으며, 항바이러스 물질인 1형 인터페론이 증가했다. 1형 인터페론은 숙주가 생성하는 사이토카인(면역조절물질)의 일종으로, 몸에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면역계의 방어 활성을 돕는다. 생성된 1형 인터페론은 인터페론 수용체에 결합한 후, 인터페론 자극 유전자와 같이 항바이러스 역할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물질의 생성을 유도한다.
반면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지 않은 생쥐에게서는 항바이러스 물질이 상대적으로 적게 생산됐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한 모습이 관찰됐다. 또 인터페론 수용체를 인위적으로 제거한 생쥐에서도 항바이러스 효과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바이오틱스로 활성화된 인터페론 신호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항바이러스 효과가 떨어졌다는 게 연구팀의 견해다.
특히 연구팀은 더 나아가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한 생쥐의 장과 폐를 면밀히 관찰한 결과 프로바이오틱스에서 유래된 지방산(팔미트산)이 많이 생성돼 있음을 관찰했다. 이후 지방산이 폐에서 항바이러스 물질의 생성을 촉진시키는 사실을 파악해 ‘장-폐 연결축 개념’을 규명해낼 수 있었다.
또 지방산 수용체를 차단한 생쥐에서는 팔미트산에 따른 신호를 받지 못해 1형 인터페론의 생성이 줄어든 점이 확인되면서 프로바이오틱스의 지방산이 항바이러스 작용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임을 알아냈다.
권미나 교수는 “이번 연구는 프로바이오틱스가 면역체계 활성화를 통해 항바이러스 작용에 기여할 수 있음을 증명한 기초 연구”라며 “향후 프로바이오틱스와 같은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인체 방어면역체계 연구와 바이러스감염증 완화 연구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태균 기자 i21@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