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근육이 균형 잘 맞아야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 몸 틀어지면 관절 범위 제한 잘못된 방향으로 힘 전달돼 근골격계 질환·통증 등 유발 바른 자세·꾸준한 운동 필요
경남 밀양에서 농사를 짓는 손순화씨(75)는 몇해 전부터 허리가 아팠는데 이제는 허리가 굽고 등과 무릎까지 아프다. 최근에는 주변에서 다리를 저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급하게 병원을 찾은 손씨는 ‘척추관협착증’을 진단받았다. 의료진은 “척추 주변 근육이 지방으로 바뀌고 요추 전만 각도가 소실돼 허리가 굽고 통증이 가중됐을 것이며, 굽은 허리로 생활하다보니 무릎도 영향을 받아 통증이 나타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장은 “손씨처럼 허리가 앞으로 굽어지는 등의 척추 불균형이 발생하면 몸이 이를 바로잡으려고 다른 부위 근육을 더 많이 사용하면서 골반과 무릎 등에 추가적인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나이가 들어서도 허리를 꼿꼿하게 유지하려면 전반적인 신체 각도와 균형을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도미노 같은 뼈…문제도 연속적=우리 몸은 206개(성인 기준)의 뼈로 이뤄져 있으며, 뼈와 뼈를 잇는 140여개 관절과 600개 이상의 근육이 도미노처럼 연결돼 있다. 정상적으로 움직이려면 관절과 근육이 좌우 또는 앞뒤로 균형이 맞아야 한다.
만약 허리 부위 균형이 무너지면 몸은 손상된 부위만큼 보상받고자 하는 반작용으로 등과 골반 정렬에 영향을 주게 된다. 허리 때문에 골반이 틀어짐으로써 무릎까지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결국 몸 전체의 불균형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허리가 아프면 여러 부위에서 연속적으로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강태욱 제일정형외과병원 척추센터 원장은 “정상 범위에서 벗어난 신체 각도는 몸을 움직일 때 불안정성을 유발한다”며 “몸이 틀어지면 관절의 가동 범위가 제한되고 잘못된 방향으로 힘이 전달되면서 다양한 근골격계 질환이나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틀어진 몸, 바른 자세로 잡아야=자세 불균형으로 인한 2차 질환을 막으려면 바른 자세와 근력 운동으로 균형 잡힌 신체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
균형 잡힌 신체란 정면에서 봤을 때 어깨와 골반·무릎이 좌우로 수평을 이뤄야 한다. 측면에서 봤을 때는 귀부터 어깨·고관절·무릎·복숭아뼈까지 일직선으로 곧아야 한다.
현대인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대부분 신체 균형이 무너져 있다. 같은 자세를 반복하거나 컴퓨터·스마트폰 화면을 보면서 오래 앉아 일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나쁜 습관을 고쳐 바른 자세로 생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신체 좌우 균형을 망가트리는 안 좋은 자세는 ‘양반다리’와 ‘다리 꼬고 앉기’가 대표적이다. 양반다리는 고관절이 과도하게 꺾이게 돼 주변 인대와 근육을 긴장시키고, 고관절과 골반의 비대칭을 불러온다. 또 골반이 뒤쪽으로 기울어져 허리가 둥글게 말리는 후방경사를 일으킨다. 다리를 꼬고 앉으면 위로 포개는 다리 쪽 골반이 올라가면서 앞으로 돌아가고 반대쪽은 무게중심이 이동해 체중이 실리게 된다. 이는 골반 좌우 균형을 깨고, 회전이 일어나 허리뼈를 틀어지게 한다.
틀어진 몸을 바로잡기 위해선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제일정형외과병원과 연계된 시니어 전문 운동 센터 제일리핏케어의 이정하 실장은 “상체를 세워주는 척추기립근을 키울 수 있는 스트레칭과 운동을 틈틈이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일상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스트레칭으로 ‘고양이 자세’가 있다. 기어가는 자세를 하고 두 손과 두 무릎을 각각 어깨너비만큼 벌린다. 숨을 들이마신 후 내쉬면서 머리를 숙이는 동시에 복부를 등 쪽으로 당기고 허리는 위로 둥글게 만들어 끌어올린다. 시선은 배꼽에 두고 6초간 유지한 후 풀어준다. 이 과정을 3∼5회 반복한다.
박준하 기자 june@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