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 주민 삶의 질 높이고 지역경제에 도움…‘이야기’ 입히면 사랑받는 명소 될것”
입력 : 2023-03-20 00:00
수정 : 2023-03-20 13:25
농업용수 전문가 김진수 충북대 교수
전국 아름다운 저수지 알리려
‘농업용수가 머무는 풍경’ 집필
관광지로서 문화 콘텐츠 강조

“세종대왕이 지금 환생한다면 뭘 보고 가장 놀랄 거 같으세요? 저는 저수지라고 생각합니다. 수리시설을 만들 기술이 없던 조선시대에는 벼농사를 짓기 어려웠거든요. 현대 들어서 인공 저수지가 생겨나 쌀 생산량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백성이 흰쌀밥을 배불리 먹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기뻐할까요.”

김진수 충북대학교 지역건설공학과 명예교수(66)는 농업 관개용수 분야에서 국내 최고 권위자다. 그는 서울대학교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학교에서 관개배수학을 전공해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7∼2018년 세계논·물환경공학회(PAWEES) 회장을 역임했고 최근엔 책 <농업용수가 머무는 풍경>을 펴냈다.

“우리나라에는 저수용량 100만t 이상 저수지가 520여개 있어요. 이 저수지들은 해방 이후 벼농사를 짓기 위해 국가 주도로 만들어졌습니다. 우리나라는 쌀을 주식으로 하지만 쌀농사를 짓기에 적합한 환경은 아니거든요. 논농사에는 물이 꼭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6월 하순부터 9월 하순까지 3개월만 비가 반짝 오고 다른 때에는 비가 거의 안 오죠. 비가 안 올 때도 저수지 덕에 논에 물을 끌어다 벼를 키울 수 있게 됐습니다.”

저수지는 농업용수를 제공하는 것 외에도 수해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비가 많이 올 때는 빗물을 가둬 홍수를 막고, 가뭄이 들 때는 가뒀던 물을 풀어 해결한다. 남부지역이 큰 가뭄을 겪고 있는 지금, 김 교수에게 원인과 해결방법을 물었다.

“남부지역 가뭄은 이상기후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비가 많이 왔어야 하는 지난해 6∼9월 비가 오지 않아 물을 가두지 못했죠. 저수지가 지금보다 많이 있었다면 물을 충분히 가뒀을 겁니다. 저는 ‘중규모 저수지론’을 펼치고 있어요. 지금 전국에 520개 정도 있는 100만t 규모 저수지를 100개가량 더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물도 더 많이 가둘 수 있고 자연스럽게 쉴 수 있는 공간도 생기죠.”

김 교수는 농업용수의 다원적 기능을 강조했다. 말하자면 농사에 쓰려고 만든 호수·저수지가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요즘에는 쌀 소비량이 줄어들면서 호수나 저수지가 농지에 물을 대는 것 외 다른 역할을 하고 있어요. 물이 있는 녹지는 사람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줘, 주민 삶의 질을 높이고 있습니다. 호수가 유명해지면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되죠.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호수와 저수지에 관광객을 불러 모으려 힘쓰고 있습니다.”

김 교수가 책을 쓴 이유도 사람들에게 전국의 아름다운 호수와 저수지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국내 호수·저수지를 50여곳 넘게 돌아다녔다는 김 교수가 추천하는 곳은 어디일까.

“전남 구례 천은저수지가 참 예뻐요. 지리산 안에 있으니까 울창한 나무는 말할 것도 없고, 저수지 둘레길도 잘 조성해놨어요. 근처에 천은사가 있어서 함께 관광하기도 좋습니다. 제 친구는 천은저수지 풍경에 반해 서울에서 구례로 이사까지 했다니까요.”

김 교수 얼굴엔 풍경이 떠오르는 듯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는 “호수·저수지에 더 많은 사람을 불러 모으려면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물가에 꽃·나무만 심어놓고 끝나면 안되고 이야기가 있어야 해요. 역사 속 일화를 활용해도 좋고, 그곳을 배경으로 한 문화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효과적일 겁니다. 외국인들이 방탄소년단(BTS)을 보러 한국에 오는 것처럼 농업용수를 구경하러 올 날이 머지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청주=황지원 기자 support@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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