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축구화에 ‘캥거루 가죽’ 안 쓰기로…프라다·베르사체까지 왜?
입력 : 2023-03-16 17:43
수정 : 2023-03-16 17:43
축구화 등에 적합한 부드러운 고급 가죽 소재 
동물보호 단체 압력으로 사용 업체 줄어들어
캥거루산업協 “개체수 늘면 농지, 생태계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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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캥거루 가죽 소재를 앞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나이키는 캥거루 가죽을 축구화 등을 만들 때 사용해왔다.

15일(현지시간) 호주 9뉴스 등에 따르면 나이키는 전날 성명을 통해 “올해부터 캥거루 가죽을 쓰는 제품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이키의 프리미엄 축구화 라인인 티엠포(Tiempo) 축구화는 캥거루 가죽으로 만들어진다. 캥거루 가죽은 축구화에 사용되는 천연 가죽 중 가장 고급 소재다. 가죽이 매우 부드러워 볼 터치감이 좋고 사용자의 발에 맞춰 자연스럽게 늘어나 피팅감도 우수하다. 하지만 나이키는 앞으로 캥거루 가죽 대신 나이키만의 특수 합성 가죽을 사용할 계획이다.

나이키가 캥거루 가죽 사용을 중단한 이유는 무엇일까. 나이키의 이번 결정이 표면적으로는 더 나은 합성 소재를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동물보호 단체들의 지속된 캥거루 가죽 사용중단 요구 배경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동물보호 단체들은 나이키를 포함해 스포츠 브랜드 등을 상대로 캥거루 가죽 사용중단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호주에서 상업적 목적을 위해 야생 캥거루를 포획하는 것은 합법이지만, 이때 포획하고 도살하는 방식이 잔인하고 야만적이라는 주장이 계속 나왔기 때문이다.

캥거루 가죽으로 만들어진 나이키의 티엠포 축구화. 사진출처=나이키

앞서 독일 스포츠 브랜드 푸마가 먼저 올해 초 캥거루 가죽으로 만든 축구화 생산을 중단했다. 베르사체와 프라다 등 명품 브랜드들도 2020년을 기점으로 캥거루 가죽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또 법적으로도 야생 캥거루를 사용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나이키 본사가 있는 미국 오리건주에서는 올해 초 ‘죽은 캥거루가 사용된 제품’의 판매와 구매, 상업적 교환 등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미국 코네티컷주도 캥거루로 만든 제품의 판매를 금지하는 법을 논의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캥거루 고기와 가죽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제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 이코노미의 웨인 파셀 대표는 “나이키의 이번 발표는 야생동물 보호에 있어 큰 변화”라고 반색했다. 반면 호주 캥거루산업협회(KIAA)는 캥거루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라고 반발했다.

KIAA에 따르면 현재 호주 내 캥거루 산업의 규모는 2억달러 이상이며, 3000명 넘는 노동자들이 종사 중이다. KIAA 측은 캥거루를 상업적으로 포획하지 않으면 개체수가 너무 많이 늘어나 농경지·생태계에 피해를 준다는 입장이다. 또 캥거루는 소·양보다 탄소배출이 절반도 채 되지 않으며, 사육을 위한 물이나 방목지 등이 필요하지 않아 오히려 환경을 위해 소·양 가죽의 대체물로 이용을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아영 기자 ayoung@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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