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의 역습? 美 플로리다주, 대형 비단뱀에 ‘골머리’
입력 : 2023-03-15 19:10
수정 : 2023-03-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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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왕비단뱀. 플로리다 파이톤 챌린지

반려동물로 들여온 외래 동·식물이 생태계를 파괴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특히 최근 미국 플로리다주에선 비단뱀이 주변 생태계는 물론 일반 주민들에게까지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4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버마(미얀마)왕비단뱀 문제를 소개했다. 플로리다에서는 길이가 평균 4m(15피트)에 무게가 90㎏(200파운드)가 넘는 것들이 흔하며, 갓 부화한 새끼도 길이가 61㎝(2피트)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버마왕비단뱀은 ‘세계 5대 뱀’중 하나로 뱀 아목(亞目)으로 분류된 동물 4038개 종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크다. 미국에선 비단뱀이 1970년대부터 인기 애완동물로 각광받았지만, 일부는 너무 커져 주인들이 사육을 포기하자 야생에 적응했다. 

올 2월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버마왕비단뱀은 2000년부터 야생으로 발견됐다. 그 후 20여년간 야생 개체 수가 급증해 적어도 수만 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규모 파악은 물론 번식과 이동 등에 관한 정보도 제한적이다. 과학자들이 일부 뱀에 무선 추적장치를 달아 조사한 결과 한 개체는 58시간 반 동안 계속 움직이는 것이 포착됐으며 하루 2.43㎞를 이동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년에 수백개의 알을 낳고, 생존율도 70~90%에 달한다.

그동안 플로리다주와 미국 정부가 열대습지인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 보호에 수십억 달러를 투입했지만, 버마왕비단뱀 탓에 차질을 빚고 있다. USGS는 “외래종이 복원 성공에 대한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라며 “도요새류, 물떼세류, 습지토끼, 흰꼬리사슴 등의 토착종을 급격히 감소시켰다는 선행연구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버마왕비단뱀은 사람을 물지는 않는다.

버마왕비단뱀을 비롯한 비단뱀은 주로 에버글레이즈 늪지대에서 발견되지만, 네이플스나 주 최대 도시인 마이애미 외곽 등 도시 주변에도 자주 출몰한다. 심지어 2019년 5월에는 플로리다주 남부 아파트 화장실 변기에서 1.2m 길이의 공비단뱀(ball phyton)이 나와 사람을 문 적도 있다.

더욱이 아열대 기후인 플로리다주는 항구가 많고 살아 있는 동물의 거래가 활발해 외래종이 유입되기 쉬운 곳이다. 플로리다주 어류야생보전위원회(FWCC)는 “외래종이 500여개 보고됐으며, 그 중 이미 자리를 잡고 야생으로 번식 중인 침입종이 적어도 139종에 이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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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13일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에서 열린 플로리다 비단뱀 잡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잡은 비단뱀을 안락사시킨 후 부대에 담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 때문에 주 정부는 비단뱀을 잡는 사람들에게 포상금을 지급하고, 사냥 대회도 연다. FWCC는 2013년부터 매년 ‘플로리다 비단뱀 챌린지’ 대회를 열고, 참가자가 잡은 비단뱀 마릿수와 길이를 따져 시상한다. 지난해는 977명이 참가, 그중 28마리를 잡은 대상 수상자가 1만달러를 받았다. 

이러한 노력에도  비단뱀 제거는 쉬운 일이 아니다. 2000년부터 올해까지 잡은 비단뱀은 1만8000마리에 그친다. 그래서 주정부는 비단뱀을 잡은 이들에게 포상금과 수당까지 지급한다. 

아예 비단뱀 잡기를 직업으로 택한 사람도 생겼다. 지난해 ‘플로리다 비단뱀 챌린지’에서 가장 긴 뱀 포획상을 받은 더스틴 크럼은 “길이가 4 피트(122㎝)까지는 1피트당 50달러, 이를 초과하는 길이에 대해서는 1피트당 25달러씩을 더 준다”면서 “다시 말해 4피트짜리는 200달러, 5피트는 225달러, 10피트는 350달러를 받을 수 있고, 주정부로부터 수당도 받는다"고 말했다. 

허리케인과 한파 등으로 인해 개체수가 줄 때도 있지만,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에 대해 대규모 비단뱀 제거 프로젝트를 이끄는 멜리사 밀러 플로리다대 박사는 “우리는 실제로 얼마나 많은 비단뱀이 밖에 있는지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추정치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 “(버마왕비단뱀의 출몰은) 침입종을 즉시 신고하고, 애완동물을 그냥 풀어줘서는 안된다는 일종의 경고”라고 강조했다. 

류수연 기자 capa74@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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