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대표성 계속 약화 내년 선거 수도권 의석 비중 역대 최초로 과반에 달할듯 “공룡 선거구 문제해결 시급”
수도권 인구 쏠림 현상이 심화하면서 농촌 지역은 국회의원 정수가 줄고 지역 대표성도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지리학회지에 게재된 ‘인구대표성 강화에 따른 국회의원 선거구의 공간적 변화 탐색’ 논문에 따르면 특·광역시를 제외한 비수도권 지역 의석수는 2000년 제16대 총선 85석에서 2020년 제21대 총선 79석으로 6석이 감소했다. 이 기간 전체 지역구 의석수는 227석에서 253석으로 증가했는데, 늘어난 의석 대다수는 수도권에서 가져갔다. 같은 기간 서울·경기·인천의 의석수는 97석에서 121석으로 24석이 늘었다.
문제는 내년 치르는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비수도권 지역에서 의석이 감소해 농촌 대표성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 의석 비중이 역대 최초로 과반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따르면 현행법상 고정된 지역구(253석)와 비례대표(47석) 의석 정수가 유지된다면 내년 총선 지역선거구 획정기준일(1월31일) 수도권 시·도 적정 의석은 128석으로 전체 지역구 의석의 50.5%를 차지할 전망이다.
지난 총선보다 수도권 의석수는 7석이 증가하지만 농촌 등 인구 감소 지역은 의석수가 그만큼 줄어드는 시나리오다. 특히 전북 익산갑, 남원·임실·순창, 김제·부안, 전남 여수갑, 경북 군위·의성·청송·영덕 등은 인구 하한선에 미달해 제22대 선거에서 지역구 재조정이 불가피해지는 상황이다.
이처럼 지역 인구를 최우선으로 선거구를 획정하다보니 농촌 지역엔 의석수가 감소할 뿐만 아니라 면적이 서울(605㎢)의 세배가 넘는 ‘공룡 선거구’가 늘고 있다.
지역 면적이 2000㎢ 이상인 거대 선거구는 제16대 총선 6곳에서 제21대 총선 13곳으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생활문화권이 다른 지역을 하나의 선거구로 묶다보니 통일성이 부족한 선거구가 만들어져 지역 대표성은 약화되고 있다.
군위·의성·청송·영덕 선거구가 그런 사례다. 지역 내 가장 서쪽에 위치한 의성군청에서 가장 동쪽에 있는 영덕군청까지는 차로 1시간이 걸릴 정도로 멀어 같은 생활권으로 보기 어렵다. 또한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 선거구는 하나의 지역구로 묶여 있지만 지역 내 교통 연결성이 취약하고 인구 교류는 미미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괴산군은 오히려 인접한 증평군과 인구 교류가 활발하다.
앞으로 비수도권 농촌 지역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 자연감소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돼 인구 중심으로 선거구를 획정하면 대표성이 지속적으로 약화될 수밖에 없다. 농촌 의석수가 감소하는 만큼 농촌 지역을 대변할 정치적 목소리가 줄어드는 탓이다.
이에 농촌 선거구의 경우, 인구 기준에 못 미치더라도 가능한 한 기존 선거구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선거의 선거구 획정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서 강승식 원광대학교 교수는 “농어촌 지역에서 다른 행정구역이나 선거구의 평균 면적을 크게 초과하는 선거구의 경우에는 설령 인구 하한선에 미달하더라도 하나의 선거구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방선거의 경우 공직선거법 제22조 단서에서 인구 5만명 미만인 자치구·시·군에 최소 1명의 지역구 시·도의원 정수를 보장하고 있는데 현실적인 측면에서 지역 대표성을 부정하지 않는 한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이를 적극 고려할 만하다”고 밝혔다.
성지은 기자 sung@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