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색 없는 제품은 고객 외면 소비자 몇개 그룹으로 나누고
표적집단 선택해 마케팅해야 한정된 기업 인력·자본·기술 등
효율적 사용 위해 세분화 필요
이번 호엔 마케팅의 중요한 개념 하나를 설명해볼까 한다. 바로 ‘시장 세분화’다. 우선 예를 하나 들어보자. 선풍기 소비자를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하자. ‘가’ 그룹은 가성비를 가장 중시한다. 그들은 디자인이 얼마나 멋있는지에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내구성도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반면 ‘나’ 그룹은 가격을 그리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디자인을 무척 중시하고, 선풍기의 내구성도 중시한다.
여러분이 선풍기업체 사장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최선의 방법은 한 그룹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이다. 즉, 가 그룹에 맞춰 가성비 좋은 선풍기를 내놓거나 아니면 나 그룹에 맞춰 멋진 디자인의 고가 제품을 내놓는 것이다. 선풍기시장을 가와 나 두 그룹으로 나눈 것처럼 시장을 쪼개는 것을 ‘시장 세분화’라고 하고, 쪼갠 시장 중에서 내가 들어갈 곳을 선택하는 것을 ‘표적시장 선정’이라고 한다.
만일 선풍기시장을 쪼갤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 그때 가장 선택하기 쉬운 방법은 ‘평균’을 택하는 것이다. 즉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평균적인 가격에, 내구성과 디자인도 무난한 수준을 택할 것이다.
이것은 일견 합리적인 전략 같지만, 사실은 가장 나쁜 전략이 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그렇게 만든 선풍기는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성비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가격이 충분히 싸지 않아 불만이고, 내구성을 중시하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한 내구성을 제공하지 않는 선풍기여서 역시 불만일 것이다. 카페에서 뜨뜻미지근한 커피를 파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뜨거운 커피도 아니고, 아이스커피도 아니니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
결국 시장 세분화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쪼개지 않고 평균을 택할 경우 누구의 요구도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쪼개니까 비로소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시장 세분화를 보다 공식적으로 표현하면 ‘전체 시장을 비슷한 특성을 가진 사람들의 그룹으로 나누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나눈 뒤에는 그중 내가 공략할 그룹을 선택해 그들에게 딱 맞는 제품과 마케팅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제품은 물론이고 유통채널이나 광고, 가격 책정도 표적 그룹의 입맛에 맞추니 효과적이다.
시장 세분화가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기업의 자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한정된 인력이나 자본·기술·마케팅 능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성공 가능성이 가장 큰 부분, 즉 세분화된 시장을 목표로 삼을 필요가 있다.
시장 세분화가 이렇게 중요하다면 실제로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우선 시장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부터 생각해야 한다. 시장을 나누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고객의 특성에 따라 시장을 나누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가 다르니 남자용과 여자용으로 나누고, 노인과 젊은 사람이 원하는 게 다르니 나눠보고, 돈 많은 사람과 가난한 사람의 욕구가 다르니 나눈다. 전문용어로 ‘인구통계학적’ 방법이다.
또 하나의 대표적 방법은 고객이 제품에서 원하는 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즉 운동화에 대해 어떤 사람은 편안함을 중시하고, 어떤 사람은 디자인을 중시한다. 관광시장을 이 방법으로 세분화한 한 연구는 관광객을 관광의 동기에 따라 일상탈출동기, 지식추구동기, 관광매력동기, 가족친화동기, 체험 및 오락추구동기의 다섯으로 나눴다. 앞서 선풍기시장의 예 역시 이 방법으로 시장을 세분화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의 개성·라이프스타일·가치관에 따라 시장을 쪼갤 수도 있는데, 이를 ‘심리적 세분화’라고 한다. 예를 들어 고객의 성격이 활동적인가 아닌가,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느냐 아니냐에 따라 시장을 나눌 수 있다.
시장 세분화는 아주 효과적인 마케팅 무기가 된다. 일례로 어느 자동차 회사가 신차를 내놓으면서 영업사원에게 판매지침을 전달했다고 하자. 두 지침 중 어느 편이 더 효과적일까?
지침 1 : 이번 신차는 우리 회사의 전략 모델입니다. 기존 차량에 비해 50만원의 인센티브를 더 드리겠습니다.
지침 2 : 이번 신차는 40대 화이트칼라 남성이 주 타깃입니다. 매장에 들어서는 그런 고객을 대상으로 경제성과 안전성을 홍보하십시오.
정답은 물론 시장 세분화를 충실히 활용한 지침 2다.
이지훈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