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시제에 ‘었었’ 쓰는 건 맞지 않아
요즘 ‘○○의 시간’이란 말이 뉴스에 종종 나오고 있다. 우리말에서는 시간을 다루는 언어가 매우 간단하다. 그런 문법을 시제(時制)라 한다. ‘절대시제’와 ‘상대시제’가 있는데, 영어문법을 공부한 사람들은 무려 12가지로 나누기도 한다.
따라서 시제를 다루는 해설이나 주장은 영문법에서 온 것이 많다. 우리말이나 일본어의 과거시제는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중국어는 시제가 아예 없다. 이런데도 우리말에 과거형이니 대과거형이니 하는 영어식 표현으로 ‘었었’을 쓰는 건 맞지 않다. 동사 ‘하다’의 경우 ‘했다’ ‘했었다’ ‘했었었다’란 표현까지 등장한다.
예를 들면 “작년만 해도 이 저수지에는 물고기가 적었었다”는 표현이 그렇다(국립국어원 설명 중). 여기서는 작년이라는 시간이 특정됐으므로 ‘었었’을 쓸 이유가 전혀 없다. ‘적었다’라고만 쓰면 된다.
다른 예문으로 ‘이번에 농구 선수로 활약한 저 선수는 왕년에 배구 선수이었었다’라는 문장을 보자. 왕년이라는 과거가 특정됐으므로 이 문장에서도 ‘선수였다’로 적으면 된다.
또 문법을 가르치는 책에서 “나는 이 소설을 읽었었다”와 “나는 이 소설을 읽었다”를 구분하는데,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다. ‘읽었다’만으로 충분하다. 동사 ‘하다’의 과거형도 ‘했다’ 하나로 충분하다. ‘했었다’ ‘했었었다’는 현대에 나타난 어지럽고 헷갈리는 표현이다.
이재운 (우리말 연구가·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