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를 말려 죽이는 파나마병이 콜롬비아에서도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주요 외신은 바나나 최대 생산지인 남미까지 파나마병이 퍼지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파나마병은 푸사리움 곰팡이가 일으키는 병으로, 바나나 뿌리를 공격하고 수관을 막히게 해 바나나를 말라죽게 한다. 파나마병에 비교적 강하다고 알려져 있는 <캐번디시> 품종에서도 이 병이 발생하면서 문제가 커지고 있다. <캐번디시>는 1950년대 당시 가장 많이 재배된 바나나 품종인 <그로미셸>에 파나마병이 발생하면서 대체 품종으로 보급됐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캐번디시>에 발생하는 파나마병은 ‘TR4’라는 신종 곰팡이가 원인”이라며 “1990년대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에서 처음 발생한 후 중국으로 빠르게 퍼졌고 호주·아프리카에 이어 이젠 남미까지 확산됐다”고 보도했다.
콜롬비아에서 이 병을 발견한 네덜란드 와게닝겐대학교 연구팀은 매우 좋지 못한 징조라고 지적했다. 거트 케마 와게닝겐대 교수는 “콜롬비아는 세계 최대 바나나 수출국인 에콰도르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며 “<캐번디시>라는 단일 품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다양한 품종을 재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세계적으로 바나나는 색·모양·크기가 다른 1000개 이상의 품종이 있지만 재배되는 품종의 절반 이상은 <캐번디시>다. 다른 품종보다 장거리 수송에 유리하고 재배면적당 생산량이 많아 농가와 수출업체의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은정 기자 onjung@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