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현박물관’으로 거듭난 청백리 이원익의 삶터 명문가 5칸짜리 사랑채에서 청렴한 삶 느껴져
재활용 쓰레기 대안 보여주는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버려진 물건이 예술로 승화…‘버림’을 되짚어보게 해
욕심은 못 버리면서 낡은 물건은 쉽게 버리는 게 인생사고, 어찌보면 그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욕심을 버리고 낡은 물건을 아끼는 건 부자연스러운 일일까. 이에 대한 물음을 경기 광명에서 찾아봤다. 과거를 돌아보는 여행은 현재의 우리에게 ‘버리고 버리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답을 준다.
청백리 이원익의 삶 보여주는 충현박물관
광명시 소하2동에는 조선 중기의 대표적 청백리인 오리(梧里) 이원익의 삶터가 박물관으로 남아 있다. 바로 충현박물관이다.
이원익 종가의 13대 종부가 운영하고 있다. 그 안에 자리 잡은 종택은 아담했다. 이 박물관은 일제강점기에 새로 지었다는 종택은 ‘ㄱ’자형 안채와 ‘ㄴ’자형 문간채로 이뤄진 네모반듯한 형태다. 그 모습은 명문가의 종택이라기보다는 마치 잘 보존된 시골집 같았다. 그런데 이곳에는 이상하게도 사랑채가 보이지 않았다. 주변을 살펴보니 종택 담장 밖 왼편에 ‘일(一)’자 형태의 작은 한옥이 시야에 들어왔다. 번듯한 누마루는 없었지만 종택의 사랑채였다.
이원익의 청렴함을 ‘보고 느끼라’는 의미에서 관감당(觀感堂)이라 이름 지어진 5칸짜리 사랑채 건물은 영의정을 다섯차례나 지낸 그의 위상과는 어울리지 않는 소박함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인조가 하사한 사택이고, 원래는 다 쓰러져가는 초가가 전부였단다. 그의 신분에 비춰봤을 때 작은 사랑채도 초라했을 텐데, 초가라니. 아마도 그는 영의정에 오른 고관으로서가 아니라 청렴한 선비로 일생을 살았나보다.
사회적 지위가 높았던 그의 삶 속에 어찌 유혹이 없었을까. 그 유혹은 욕심일 터. 외부로부터의 유혹, 그로 인해 그의 가슴속에서 머리를 들었을 욕심을 어찌 버렸을까. 으리으리한 집과 많은 돈. 당시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을 그 욕심! 욕심을 갖기는 쉬워도 버리기는 어려웠을 터. 그런데도 그는 버렸다. 그리고 초가를, 가난을 대신 받아들였다. 여든이 넘은 노선비는 최고의 자리에서도 허름한 초가에 만족하며 살았던 것이다. 충현박물관에서 만난 한 청백리의 삶은 그렇게 여행에 나서기 전 가진 물음에 ‘욕심을 버려라’라고 일러주는 듯했다.
버려진 물건에 생명력 불어넣은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충현박물관에서 얻은 한가지 답을 머릿속에 넣은 채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로 향했다. 센터는 넘쳐나는 재활용 쓰레기로 골머리를 앓는 현대사회를 조명하는 동시에 대안을 제시하고 있었다.
버려진 물건을 의미 있게 재활용하는 공간답게 센터의 야외 정원에도 업사이클로 탄생시킨 작품이 여럿 있었다. 수백장의 레코드판은 고래로 변했고, 낡은 차의 보닛은 아담한 벤치로 바뀌어 정원에 자리했다.
쓰레기로 치부되는 재활용품들이 한데 모여 생각지도 못한 조형을 이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재활용품에 작가의 상상력과 예술적 감각이 더해지자 그것은 더는 쓰레기가 아니었다.
야외에서 업사이클을 접하고서 메인 무대인 실내 전시실로 자리를 옮기자 페트병으로 만든 화려한 조형물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중 단연 눈길을 끈 것은 수백개의 페트병을 쌓아 붉은색 알파벳으로 ‘UPCYCLE!(업사이클!)’이라 적어놓은 작품이었다. 페트병을 있는 그대로 사용한 작품은 업사이클이 무엇인지 가장 손쉽게 알아보도록 표현한 게 아닌가 싶었다. 자원 재활용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발 더 나아가 예술로 승화시키는 일. 그것은 버려진 물건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마법과도 같았다.
덕분에 버려야 마땅한 물건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버려야 할 것은 물건을 쉽게 쓰고 쉽게 버리는 우리의 그 가벼운 태도가 아닐까.
광명=김동욱, 사진=김덕영 기자
광명에서 맛보면 좋을…
깊고 얼큰한 ‘육개장전골’ 추위 녹이는 ‘순두부쫄면’
경기 광명은 서울 근처에 위치해 지역적 특색을 띤 음식이 많지 않다. 하지만 찾아보면 눈에 띄는 음식들도 있다.
◆육개장전골
하안동 밤일마을 음식문화거리에선 육개장전골이라는 이색적인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얼큰한 육개장을 전골로 즐기는 음식이다.
한끼 식사로 손색없는 육개장에 만두·느타리버섯·양파·당면 등 각종 재료가 더해졌으니 맛이 좋은 건 당연하다. 자극적이지 않은 매콤한 국물은 끓일수록 맛이 깊어진다. 전골 한냄비 반찬 삼아 밥 한술 뜨다보면 금세 포만감에 행복해진다.
◆순두부쫄면
우리가 흔히 아는 순두부에 쫄면을 추가한 순두부쫄면도 겉모습만 봐서는 영락없는 순두부찌개지만 그 속엔 쫄면이 한가득이다. 부드러운 순두부와 쫄깃한 쫄면의 조합이 언뜻 분식 같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칼칼한 맛과 푸짐한 양으로 식사 역할을 거뜬히 해낸다. 어디 그뿐이랴. 뜨끈한 국물은 추위에 지친 몸마저 녹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