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바탕과 겉모습이 어울려야 진정한 명품
입력 : 2018-04-20 00:00
수정 : 2018-04-19 15:38

‘바탕’은 학문과 수양의 깊이 ‘겉모습’은 외양·격식·예절

내면과 외면 잘 조화 이룰 때 그 가치 인정받을 수 있어

농산품 역시 품질 중요하지만 디자인도 잘해야 ‘명품화’ 가능
 


“바탕이 겉모습을 넘어서면 거칠어지고, 겉모습이 바탕을 넘어서면 겉치레가 된다. 바탕과 겉모습이 잘 어울린 후에야 군자답다.”

공자가 했던 말로 <논어> ‘옹야’에 실려 있다. 원문으로는 ‘質勝文則野 文勝質則史 文質彬彬 然後君子·질승문즉야 문승질즉사 문질빈빈 연후군자’다. 원문도 어느 정도 알려진 문장이지만, 그 뜻을 제대로 알기는 그리 쉽지 않다. 바탕과 겉모습이 고루 잘 갖춰져야 한다는 가르침인 것 같은데 그 명확한 의미가 떠오르지는 않는다. 그래서인지 <논어>에는 이 문장의 의미를 쉽게 알려주는 글이 또 한번 실려 있다. ‘안연’에 실려 있는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과 위나라 대부 극자성(棘子成)의 대화를 보자.

극자성이 말했다. “군자는 본래의 바탕만 잘 갖추면 되지, 겉모습은 꾸며서 무엇하겠습니까?”

자공이 대답했다. “안타깝습니다. 군자에 대해 선생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네마리의 말이 끄는 수레도 선생의 혀를 따르지 못할 것입니다. 호랑이와 표범의 털 없는 가죽은 개와 양의 털 없는 가죽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여기서 바탕은 군자의 학문과 수양의 깊이를 말한다. 겉모습은 그것을 드러내기 위해 필요한 형식이다. 말하자면 외양(外樣)과 격식(格式), 예절(禮節) 그리고 언변(言辯)과 같은 것들이다. 극자성은 군자에게는 내면의 깊이가 중요하지 나머지는 겉치레가 될 뿐이라고 자공에게 동의를 구하고 있다. 하지만 자공은 멋진 비유로 알기 쉽게 그 말이 잘못됐다고 설명해주고 있다.

먼저 ‘네마리 말이 끄는 수레도 선생의 혀를 따르지 못할 것입니다’는 한번 입 밖으로 나온 말은 그 퍼지는 속도가 말이 끄는 수레도 따를 수 없을 만큼 빠르다는 뜻이다. 도로 주워 담을 수 없을 뿐더러 그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군자라면 반드시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또한 자공은 겉과 속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을 동물들의 털과 가죽에 비유해 설명했다. 호랑이와 표범의 명품 가죽은 멋진 털이 함께 있어야 아름다운 법이다. 만약 털을 모두 벗겨버리면 그 가죽은 개와 양의 가죽과 다를 바 없다. 자신의 내면에 아무리 깊은 수양과 학문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밖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그 가치가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자(莊子)>에는 내면과 외양이 조화롭게 갖춰지지 않았을 때 생길 수도 있는 일을 우화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노()나라에 선표(單豹)라는 은자(隱者)가 있었는데 산중의 깊은 굴속에 살았다. 골짜기와 내의 물을 마시면서 세상 사람들과 이해를 다투지 않고 수양에 열중했기에 나이 일흔에도 어린아이와 같은 불그레한 얼굴색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굶주린 호랑이에게 잡아먹히는 것으로 끝났다. 또 노나라의 장의(張毅)라는 사람은 평생을 두고 열심히 인맥을 쌓았다. 부잣집은 물론 평범한 사람들의 집에도 열심히 쫓아다녔지만 40세의 나이에 병에 걸려 죽고 말았다. 선표는 내면을 잘 길렀지만 바깥을 공격받아 죽었고, 장의는 바깥을 잘 길렀으나 그 안을 병으로부터 공격받아 죽고 말았다. 이 두사람은 모두 자신의 뒤처진 부분을 채찍질하지 않은 경우다.”

그리고 장자는 공자의 말을 인용한다.

“내면으로만 숨지 말고 겉으로만 드러내지 마라. 섶나무처럼 그 중앙에 서라(無入而藏 無出而陽 柴立其中央·무입이장 무출이양 시립기중앙). 내면과 외면의 중심이 잘 조화를 이루면 그 지극한 이름을 떨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마음이 있으면 형식은 안 갖춰도 된다거나, 겉보다는 안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상은 겉과 안이 다르지 않다. 내면의 충실함을 갖췄다면 그것을 겉으로 표현하는 능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공자가 추구했던 군자가 될 수 있다.

상품, 특히 농업분야에서의 농산품도 마찬가지다. 내적인 완성, 즉 좋은 품질도 중요하지만 외양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 또한 중요하다. 요즘은 디자인 시대다. 외양과 기능, 그리고 가치가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한다. 최고 품질의 농산품을 땀 흘려 만들었다면 멋진 디자인과 편리하고 유용한 포장으로 완성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의 마음을 잡는 명품 브랜드가 탄생한다.
 



조윤제는…

▲인문고전연구가 ▲저서 <천년의 내공> <말공부> <인문으로 통찰하고 감성으로 통합하라> <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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