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MZ세대는 시골점방에 열광할까
입력 : 2022-04-04 00:00
수정 : 2022-04-03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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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비대면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요즘 젊은 세대(MZ세대)는 직접 접할 수 있는 대면 음악 공연에 더 열광한다. 세계적으로 아레나 공연장(대규모 실내 원형 공연장)이 뜨고 우리나라 케이팝(K-Pop) 가수들이 해외에서 주목받는 이유다. 지금 젊은 세대는 어린 시절부터 흔하고 획일적인 편의점과 마트 문화에 익숙하다. 대개 익숙한 것들은 희소성에 따른 가치의 귀중함이 덜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시골점방’ 즉 구멍가게에 더 매력을 느낀다.

시골점방은 어느새 멸종위기에 있다. 남아 있는 곳이 드문 정도가 됐고 기성세대조차 그리워하게 됐다. 이렇게 되면 보호 대상이 되거나 박물관에 있어야 한다. 그만큼 희소한 가치를 갖게 됐다. 그런데 그 가치를 재발견한 것은 기성세대가 아니라 젊은 세대라는 점이 고무적이다. 왜 그들은 시골점방에 열광하는 것일까.

시골점방은 대형마트나 편의점처럼 일률적이지 않고 다양하다. 같은 듯하지만, 점방 하나하나마다 특색 있고 개성이 묻어난다. 무엇보다 사람 냄새가 가득하다. 언제나 같은 주인이 자리를 지키며 손님을 기억해 반갑게 맞아준다. 그 안에 있는 물건들은 많지는 않아도 생활에 필수로 쓰이는 것들이다.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이 애용해왔던 물건들이라 그 자체가 세월의 절대 가치를 증명한다. 대형마트에서는 주목받지 못한 채 묻혀 있을 물건들 한개 한개가 모두 소중하다. 마치 잉여의 범람 상황에 신음하는 우리들의 가치 같다.

다만, 주목받는 시골점방은 단순히 과거에만 머물지 않는다. 요즘에 주목을 받는 곳들은 ‘뉴트로(Newtro·새로운 복고)’ 스타일로 거듭나고 있다. 경기 광주 ‘번천상회’, 전남 순천 ‘밀림슈퍼’가 대표적이다. 뉴트로는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재 트렌드를 반영한다.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의 소품이 과거의 구멍가게 구조와 장식 속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예스러운 탁자와 의자, 자개 가구들이 잘 배치되고 추억의 소품들도 깔끔하게 디자인을 보완하기도 한다. 이런 문화적인 진화 속에서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가 공존할 수 있는 공간으로 ‘시골점방 스타일’이 탄생한다. 그 속에서 세대의 교감과 소통도 일어나는 것이다.

시골점방도 오래된 미래다. 시골점방 스타일은 인공지능과 무인 판매, 비대면 공간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그 가치가 높아질 운명이다. 시골이 도시를 따라잡으려 하거나 자신을 버리기보다는 도시의 결핍에서 어떤 잠재적 가능성을 가졌는지, 시골점방이 다시 한번 젊은 세대를 통해 그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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