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명인 열전⑷식량작물(가공)분야 이규길씨<제주 서귀포>
입력 : 2014-01-15 00:00
수정 : 2014-01-15 00:00

미강 발효시켜 소화율 높이고 영양분 흡수 도와
춘화처리 적용한 ‘보리김치’ 기능성 성분 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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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길 명인이 제주홍암가에서 생산하는 다양한 유산균 발효식품을 선보이고 있다.
 ‘현미김치’ ‘보리김치’는 건강식 또는 식이요법용으로 입소문이 자자한 기능성식품이다. 현미·보리를 넣고 담근 김치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김치가 아니다.

 현미가 가지고 있는 기능성물질의 95%를 함유한 미강(쌀눈과 쌀겨)을, 또 껍질을 벗기지 않은 통보리를 김치에 많은 유산균으로 발효시켰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이 현미김치·보리김치를 개발한 사람이 바로 식량작물(가공)분야 2013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명인으로 선정된 이규길 ㈜제주홍암가 회장(74·제주 서귀포)이다.

 “군대를 제대하고 고향인 경북 의성을 떠나 강원 인제에 정착해 농사를 지었어요. 그런데 폐결핵에 걸리면서 치료가 안될 정도로 절망적인 상황에 빠졌죠. 약을 끊고 현미를 먹어보라는 의사의 권유를 받고 실천했는데 기적처럼 병이 호전됐어요. 그때부터 현미에 미쳤죠.”

 이 명인은 딱딱하고 소화가 잘 안돼 먹기 힘든 현미 대신 미강을 이용해 보자는 생각으로 연구에 집중한 끝에 현미김치를 만들어냈다. 미강을 유산균으로 발효시키면 섬유소가 유연해져 소화율이 높아지고 몸에 좋은 각종 성분이 쉽게 흡수된다.

 이 명인은 한우값 폭락으로 어려움에 처하면서 1995년부터 1998년까지 한 기독교단체의 필리핀 농업기술 전파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그때 가족과 현지인에게 현미김치를 먹이면서 그 효과를 확신하게 됐다.

 또 보리김치는 발아현미가 현미보다 기능성물질이 훨씬 많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에 나섰다. 보리·밀 등의 개화를 유도하기 위해 생육기간 중 일정시기에 저온처리를 하는 춘화처리 기술을 적용했다.

 통보리를 최아(싹틔우기)→춘화처리→당화(녹말 등 무미한 다당류를 가수분해해 단맛이 있는 당으로 바꾸는 것)시킨 뒤 유산균 발효를 통해 아미노산·가바(GABA)·베타글루칸 등과 같은 기능성 및 항산화 성분의 함량을 대폭 높이는 방식이었다.

 제주도에 정착한 이 명인은 2006년부터 한 인터넷 포털에 ‘한라산 하르방의 건강이야기’라는 카페를 개설하고 현미김치·보리김치 제조법 등을 소개하면서 많은 이들로부터 호평을 얻었다.

 “다양한 기능성물질이 면역력을 높여주기 때문에 인기가 많았죠. 그런데 소비자들이 직접 만들어 먹기 어려우니까 제품화해 달라는 거예요. 그래서 현미김치인 <홍암현미참살이> , 보리김치인 <홍암맥아소> , 밥에 넣어 먹는 <홍암유기발아꽁보리> 를 2008년 세상에 내놨습니다.”

 이 명인은 유기미강을 전북 김제와 경북 문경에서, 유기농보리는 전북 군산의 작목반과 제주자치도가 ‘탄소 없는 섬(Carbon Free Island)’으로 만드는 가파도에서 계약재배를 통해 구입한다. 지난해 유산균 발효식품을 전량 택배로 판매해 2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명인은 아들인 이종건 ㈜제주홍암가 대표와 2015년부터 연 1조원에 이르는 일본의 현미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이를 위해 2012년 20억원을 투자해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해썹)에 적합한 생산시설을 지었다. 고상에서 유산균주를 분리·배양하고 보리로 만든 기능성음료 등 신제품 개발을 담당할 부설연구소도 설치했다.

 또 미강을 원료로 한 유산균 발효 조성물 제조기술 등에 대한 특허를 우리나라와 미국·일본·중국에 등록하는 등 차근차근 준비작업을 진행중이다.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한 원동력은 탐구심과 열정입니다. 그래서 곡류로 유산균 발효식품을 만들고 식품제조에 춘화처리 기술을 도입하는 발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농업을 직업으로 선택할 것입니다. 창조적인 자세와 기술을 가진, 경쟁력 있는 전문농업인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한다면 누구에게나 반드시 기회가 올 것입니다.” ☎064-764-1999.

 서귀포=이승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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